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4-05-12   2325

[아시아생각] 아시아에서 인권옹호자로 산다는 것은?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시아에서 인권옹호자로 산다는 것은?

유엔 선언 15년 지나도 여전한 과제

장영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1998년 12월 9일 유엔 총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증진, 보호하기 위한 개인, 단체, 기관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선언'(소위 ‘인권옹호자선언’)을 채택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인권 옹호활동을 하는 개인들이 체포되고, 협박당하거나, 실종 혹은 살해되는 사건들이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위 선언은 인권 옹호활동을 위해서 집회, 결사의 권리, 평화로운 시위의 권리, 표현의 자유, 정보접근권, 협박과 보복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이 보장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는데, 한국에서 위와 같은 권리를 제한하고, 인권옹호활동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법률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국가보안법 등이 될 것이다. 대법원 판례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너무나 좁게 보고 있어 파업 참가가 바로 체포, 형사처벌, 손해배상책임(및 가압류)로 이어진다는 점은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된다. 촛불집회 이후로는 집회, 시위 참가에 대해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은 어떠할까?

 

인권옹호활동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유족들에 대해서까지 ‘순수성’을 운운하며 모든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정부의 모습은 국경을 넘어서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필자는 지난 4월 29-30일 태국 방콕에서 국제적 인권단체인 ISHR(International Service for Human Rights)와 포럼 아시아(Asian Forum for Human Rights and Development)의 주최로 열린 ‘인권옹호자의 인정과 보호를 위한 모범 국내법규에 대한 지역 회의’에 참가하면서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서 활동하는 인권옹호자를 만날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필리핀, 태국, 몽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네팔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사전에 자국의 인권옹호자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들이 어떤 것이고, 국내의 어떤 법률, 정책, 관행들이 인권옹호활동을 제약하거나, 인권옹호활동을 보장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개선책이 필요할지에 대한 간략한 요약본을 접수하였고, 개별 국가들의 사례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과 위협,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제한, 결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 인권옹호자에 대한 법적인 위해, 유엔 인권 메커니즘에 관여한 인권옹호자에 대한 보복,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 등의 공통점이 도출되었다.

 

참가자들은 그 중 인권옹호자 살해, 인권옹호자에 대한 법적인 제재(형사고소 및 손해배상), 집회의 자유 등과 관련해서, 법률의 문제, 관행의 문제, 기구 등의 문제(국가인권기구 등)에 대하여 각자 생각하는 우선적인 문제점을 메모지에 적어서 붙이고, 그 이후에 다른 참가자들이 적은 의견 중 우선 논의할 주제에 대하여 선정하는 시간도 가졌고, 중남미의 사례를 소개받는 시간,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가면서 순환방식으로 ① 집회의 자유, ② 인권옹호활동을 제약하기 위한 자금모집에 대한 제한, ③ 표현의 자유나 국제인권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제한, 보복 등의 세가지 이슈에 대해서 지역(아시아), 국제적인 차원에서 어떠한 전략을 취할 것인지를 논의하기도 했다(순환방식으로 이슈에 대하여 모든 그룹이 의견을 담을 기회를 가지게 됨).

 

그 과정에서 실종이나 납치 등 신변에 대한 위험을 고려해서 휴대전화에서 버튼만 하나 누르면 실종신고처럼 지인이나 단체, 경찰서 등에 연락이 가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도 오가고(예를 들어서, 필리핀의 경우 기자들에 대한 비사법적 살인이 드물지 않을 정도이다), 집회에 대한 ‘허가’가 아니라 ‘신고(사전통지)’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이에 대해서 한국에서는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신고제’로 가는 것에 반대를 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일단 신고 방식으로 동의).

 

포럼아시아

▲포럼아시아 회의 참석자들. ⓒ포럼아시아

 

집회. 파업권 보장 법률 개정돼야

 

인권옹호자에 대한 비난 방식도, 각 국가별로 ‘반이슬람’이라거나, ‘반정부주의자’라는 식으로 표현이 바뀔 뿐이었고,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국제인권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인권옹호활동가를 방송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마가렛 세카기야(Margaret Seakggya)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2013년 5월에 한국을 공식방문하고 2014년 3월에 열린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 방문 보고서를 포함한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인권옹호자’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 같다.

 

그러나 인권옹호자 선언이 있은 지 15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인권옹호를 위해 집회, 시위를 할 때에 ‘인권옹호자’라는 용어보다는 여전히 ‘전문시위꾼’이나 ‘순수하지 않은 세력’ 등으로 인권옹호활동(타인을 위한 옹호일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을 매도하는 표현들이 더 흔해 보인다. 구글 검색을 하면 인권옹호자로 검색한 한글 웹문서는 5만 1400개, 전문시위꾼으로 검색한 한글 웹문서는 11만 3000개에 이른다.

 

필리핀 등에서는 인권옹호자 보호를 위한 법률안 작업도 진행된 바 있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도 인권옹호자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법률의 제, 개정, 특히 집회나 파업권의 보장을 위해 평화적인 집회와 파업을 어떤 경우에든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진행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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