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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1.03.15
  • 2183

인도네시아 특사단, 국가정보원, 그리고 ‘신아시아외교’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의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관련설로 인하여 최근에 국회에서 정보위가 개최되었고 의원들의 발언과 언론의 보도태도에 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와 해명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발언에 대하여, 국익을 위해서는 자꾸 들추려 하지 말고 덮어주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일각에서 강한 어투로 등장하였다. 그런데 덮어주자는 주장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비현실적이라는데 있다. 우선 당사자인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에게 해명을 요청해놓은 상태라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게다가 국정원 관련설은 이미 국내 일간지와 티비 톱뉴스로 전 국민에게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은 물론이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영광’을 누렸기 때문에, 덮어주자는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비현실적인 바램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이 부인도 시인도 않는 전략은 오히려 관련성을 시인하는 것으로 읽혀질 것이다.

덮어주자는 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크게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장 근거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물론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민들에게 별 일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인도네시아 언론과 야당의 문제제기에 대하여 특사단장이었던 경제조정정관, 우리로 따지면 경제부총리인 하따 라자사(Hatta Rajasa)는 도난당한 군사기밀이 없고, 심지어 침입자들은 자기 객실로 착각하고 실수로 들어온 이들이라고 발표하였다. 산업부장관의 보좌관 방이 침입 당했으므로 군사기밀은 도난당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침입자가 자기 방으로 알고 잘못 들어온 손님이라는 설명은 명백한 거짓이다. 침입자의 해명을 단순히 옮긴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거짓말이라고 지탄받을 수도 있는 브리핑을 하면서까지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 정부를 봐주고 있다.

그 내밀한 속내야 정확히 알 수 없다. 우선 문화적인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그 중심의 자바 문화는 불편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덕목으로 삼고 있어서 외교적으로도 그렇게 대처했을 수 있다. 물론 실제로는 심히 불편할 것이다. 다른 설명은 양국관계의 맥락 속에서 찾아질 수 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다른 기회로 만난 국립인도네시아대학 총장의 말은 이러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관계는 친구 같은 관계이므로 심각한 외교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구밀라르 총장의 표현처럼, 인도네시아와 한국 관계는 무역관계가 호혜적이고 수지 균형이 맞으며, 자본과 노동의 상호이동이 긴밀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동아시아공동체’(East Asian Community)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으며, 지구적 차원에서는 G20도 같이 참여하는 ‘절친’ 관계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정부는 한국을 “전략적 동반자”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절친 관계를 망치지 않고자 친구의 실수를 덮어주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해석할 있다. 그렇다면 실수를 저지른 친구는 상대가 봐준다 하여 잘되었다며 은근슬쩍 넘어가야할 것인가? 오히려 그런 너그러운 친구에게는 더욱 더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국정원을 그만 흔들라는 입장과 국정원을 추궁하는 입장 사이에 흥미로운 공통점도 엿보인다. 국정원 비판의 상당한 부분은 그 내용이 국정원의 후진성과 무능에 관한 것이다. ‘그만 흔들자’와 ‘더 따지자’ 양 측이 다 국익의 기반에서 현실주의적으로 국제관계를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국정원의 업무범위나 규범의 문제는 도외시한다. 또한 관심이 국정원 쇄신에 국한되면서 이번 사건의 더 넓은 배경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은 소홀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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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현 정부가 ‘신아시아외교’(New Asia Initiative)라고 명명한 외교정책의 기조가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신아시아외교가 처음에는 번영, 평화, 진보의 새로운 아시아를 만들어 가는데 한국이 주도적으로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은 아시아 이웃을 자원 확보나 상품 시장의 대상으로만 활용하려는 노선으로 귀착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원자력발전소나 군용비행기를 어떻게든 팔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휩싸여 ‘친구’의 등도 치는 게 혹시 우리 정부 신아시아외교의 본색이냐는 의문이다.

아시아 개도국에 대한 외교도 시민적 감시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국회를 통한 대의제적 점검에 만족하지 말고 각 분야별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외교를 직접 모니터링하고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대외원조가 어디로 얼마나 어떻게 지원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활동은 이미 몇 해 전에 시작되었다. 이런 모니터링 활동에 군사, 안보, 경제 외교와 동아시아지역협력 관련 외교도 포함시키자. 주로 남북관계나 한미-한일관계 위주로 사회적 관심과 문제제기가 편향되어 왔기에, 그 밖의 외교는 ‘나머지 외교’로 사회적 압력 없이 자유롭게 수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시아외교 분야에서도 정부의 책임성(accountability)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모니터하고 압력을 가하는 ‘참여적 국제관계’의 필요성과 방법론이 사회적으로 많이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전제성(전북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2011.03.14.)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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