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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송환 위협까지 받는 '테러와의 전쟁' 난민들
6월 20일 '난민의 날'에 부쳐


오늘은 유엔(UN)이 정한 난민의 날이며, 올해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이 제정 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67년 관련 의정서에서 장소적 제한을 없앴지만, 난민협약 자체는 원칙적으로 2차대전 당시 유럽 지역 난민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 절반 이상의 난민이 유럽도 아프리카도 아닌 아시아에서 발생한다.

 

2009년 유엔 난민기구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1050여만 명의 난민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신이 약 400만명으로 전체의 37%정도이고, 여기에 중동 출신 난민의 수를 포함하면 50%가 넘는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300만 명이니 전세계 난민 4명 중 1명이 아프간 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난민이 나온 나라는 이라크로, 약 180만 정도다.

 

아시아 지역의 난민들은 정치적, 종교적, 환경적, 경제적 원인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자신의 국적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아프가스탄과 이라크 출신 난민의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아시아 난민의 대부분은 소위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테러와의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들에 대한 부담은 전쟁을 수행한 나라들로 가기보다는 고스란히 이란과 파키스탄 등 주변국이 떠안게 되었다. 오히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테러리스트가 난민신청자로 위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오히려 그 지역 출신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는데 소극적이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한 난민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9.11 테러 이후 확대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도 많은 국가들이 자국 내의 일정 그룹들에 '테러리스트'라는 라벨을 붙이고 박해를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 정부는 치타공 산악 지역에 사는 민족적, 종교적, 정치적 소수자 줌머인들을, 중국 정부는 자치운동을 하는 위구르인들을,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근본주의적 이슬람 종파를 믿는 사람들을, 스리랑카 정부는 종교적·민족적으로 소수인 타밀족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박해를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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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 난민 문제와 무관한 국가가 아니다. 사진은 지난 8일 난민신청 후 대기 중에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으로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아이를 낳은 한 산모의 모습. ⓒ뉴시스

 

이처럼 아시아에서는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을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에서 난민들이 박해받을 위험이 있는 국적국으로 강제로 돌려보내는 일을 빈번하게 저질렀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에서는 지금까지도 민병대 렐라(RELA)와 출입국 경찰들이 자국 내 미안마 출신 난민들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보고 태국 국경으로 강제 송환하고 있다.

 

2009년에는 미안마와 캄보디아가, 2011년에는 카자흐스탄이 경제적 의존관계에 있는 중국의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자국에 난민으로 체류하고 있는 위구르 운동가들을 중국으로 송환한 적이 있다. 또한 캄보디아 정부는 2001년 베트남 정부가 테러리스트로 분류하고 박해하는 선주민 몽따냐(Montagnard) 난민을 베트남으로 강제로 돌려보낸 적이 있다.

난민을 박해받을 수 있는 곳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은 난민협약이 규정한 가장 기본적인 난민보호의 원칙일 뿐 아니라, 국제 관습법상 강제 규범이므로 난민협약의 체약국뿐 아니라 난민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들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적 구속성이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이 난민협약이 제정된 지 반세기가 지난 후에도 테러와의 전쟁과 국가안보를 빌미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뻔뻔하게 어겨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5월 호주와 말레이시아는 호주에 불법적으로 입국하는 난민 신청자 800명을 매년 말레이시아로 보내고 말레이시아는 그 대신에 유엔 난민기구로부터 난민으로 등록된 4000명을 매년 호주로 보내는 합의를 하려고 하고 있다. 만일 위 합의가 체결된다면 호주는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반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난민 협약의 체약국도 아닌데다가 난민 신청자를 구금하는 등 사회적 처우가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에서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 중에 아프간 출신은 2010년 12월 현재 34명, 이라크 사람은 13명에 불과하고 난민신청자의 절반 이상이 네팔, 중국, 파키스탄, 미안마, 방글라데시 출신자들이다. 따라서 한국에 찾아온 난민들은 '테러와의 전쟁'과 무관해 보인다. 또한 한국 정부가 난민이나 난민신청자를 박해받을 수 있는 국적국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제송환금지원칙을 빈번하게 어기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차별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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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국회에서 진행된 난민의 날 기념. 플래시몹 ⓒ프레시안(최형락)

 

그러나 미안마,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난민신청자 중에는 본국에서 테러리스트로 박해를 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300명의 파키스탄 난민신청자들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이 단 1명뿐이라는 것과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인정자가 2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난민 인정 절차에서 이들이 테러리스트와 연결되어 있다는 선입관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한국은 난민 인정 불허 처분을 다투는 절차에서 난민신청자에게 아무런 생계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권리까지 박탈하고 있는데, 이것은 난민신청자로 하여금 사실상 한국을 떠나라고 하는 것이므로 법률적(de jure)으로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실상(de facto)으로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내일이면 난민 활동가와 법률가들이 수 년 동안 준비해 서울지방변호사회를 통해 입법청원한, 황우여 의원 대표 발의의 '난민 등의 지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6월이 다 가기 전에 이 법안의 정신과 취지가 훼손되지 않은 채 입법되어,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절차로 인해 난민 인정 과정에 선입관이 개입되는 것을 막고 난민신청자가 난민 인정 절차를 다투는 동안 먹고 살 길이 없어 사실상 강제송환되는 일이 없어지길 바란다.

 

김종철 서울공익법센터 APIL 변호사. 참여연대 ODA정책위원회 실행위원

 

* [아시아 생각]은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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