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2-04-06   1958

[아시아생각] 버마의 자유화, 최소주의적 결단의 최대 결실을 기대한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해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해있는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 해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각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뿐만 아니라 유엔과 인권, 개발과 인권, 기업과 인권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국제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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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의 자유화, 최소주의적 결단의 최대 결실을 기대한다 

4.1 버마 보궐선거가 남긴 의미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학부 교수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자문위원

지난 4월 1일 보궐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미국이 버마(미얀마)에 대한 경제 완화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11월 말~12월 초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버마를 방문하였을 때 이번 4.1 보궐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루어질 경우 미국의 경제제재를 완화할 것이라는 약속에 따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NLD는 45개 선거구에 44명을 입후보시켜 43명이 당선됐다. 물론 아웅 산 수치 NLD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그의 당선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어떻든 이번 선거를 통해 NLD는 전체 상하원에서 7%에 못미치는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이는 숫자상으로는 미미하지만 지대한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NLD가 최초로 제도권 정치를 시작한다는 ‘상징의 정치’로서의 의의가 무엇보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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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마(미얀마)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 다음날인 2일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 ⓒ로이터=뉴시스

 

4.1 보궐선거를 며칠 앞두고 수치 여사가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선거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듯이 국내외 버마 민주주의 지원 활동가들과 국제사회는 과연 테인 세인 현 정부가 약속한 대로 선거가 공정하게 치루어질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선거는 NLD의 압승으로 끝났고 이는 4.1보궐선거가 그런대로 공정하게 치루어졌음을 의미하게 됐다.

 

이번 선거는 어떤 의미에서 ‘제한선거’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11월 선거에서 민족민주동맹 등 반군부 정치세력이 선거 보이코트(boycott)를 한 가운데 군부가 국회의석의 다수를 확보해놓고 극히 일부 의석에 한해 자유로운 선거경쟁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최대주의자들(maximalists)이 볼 때 이번 선거는 군부가 지지하는 가짜(pseudo) 민간정부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정치적 계략에 다름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11월 NLD는 치열한 토론 끝에 제도권 참여를 결정했다. 1990년 선거결과 인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NLD의 보이코트 노선 폐기 결정은 가히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렇다면 NLD가 이러한 중대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많은 사람들은 작년 8월에 있었던 수치 여사와 테인 세인 대통령간의 역사적 회동을 들고 있다. 이 자리에서 수치 여사가 테인 세인 대통령으로부터 진지하게 협력 요청을 받았고, 그의 개혁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테인 세인 대통령은 8월 회동 직후인 지난해 9월 말 수지 여사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지역주민들이 반대한 밋손(Myitsone)댐 프로젝트 중지를 발표했고, 연이어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노조결성을 허용하는 법안 통과, 정치범 석방, 언론통제 완화, 분쟁지역 소수민족과의 휴전 추진 등 일련의 개혁조치를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민 코 나잉 등 주요 민주 인사들을 포함한 300여 명의 정치범을 석방했다.

 

요컨대 현 테인 세인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정치개혁은 전형적인 자유화 조치에 해당한다. 자유화 단계는 권위주의 정부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전면적으로 실시하지는 않지만 억압 강도를 대폭 완화하는, 민주화로 가는 길목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주역은 권위주의 체제내 개혁파이다.

 

앞으로 수지 여사와 함께 제도권 정치에 참여하게 되는 그의 동료들은 군부의 기득권을 보장해놓은 현행 헌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등 군부의 인내력과 테인 세인 정부의 개혁 의지를 계속해서 시험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경제제재 철회라는 카드를 지렛대로 테인 세인 정부의 개혁을 유도하고 자유화의 역진 가능성을 최소하려고 할 것이다.

 

국익개념으로부터 자유로운 한국 시민사회를 비롯해 버마를 아끼는 많은 국제행동주의자들은 버마의 민주화 여정이 미국과 서방의 정치군사적, 경제적 패권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감시하면서 자유화의 심화를 촉구하고, 오는 2015년에 공명정대한 선거가 치루어질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다. 또한 제한선거 참여 등 최소주의적 결단을 내린 수치 여사 등 민주인사들이 최대의 결과를 얻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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