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09-05-19   1067

아웅산 수지 투옥, 버마의 앞날은?


버마의 ‘5·18’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 버마 군사정부가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아웅산 수지를 투옥함에 따라 유엔(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그녀는 현재까지 13년 동안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다.


2007년 9월 이른바 ‘샤프론 혁명’ 이후 버마 사회는 겉으로 너무나 고요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샤프론(saffron) 즉, 황색의 가사(袈裟)를 입은 승려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대대적인 저항과 그에 따른 수 많은 희생자를 낸 ‘샤프론 혁명’ 이후에도 버마 사회 안에서는 테러 통치의 합법화를 꾀하는 군사정부에 저항하는 시민사회의 ‘조용한 투쟁’이 진행되었다.


특히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버마 군사정부는 이른바 민주주의로 향한 ‘7단계 로드맵’에 따라 2008년에 신헌법을 국민투표에 부쳐 이를 통과시키고 내년 2010년 총선을 예정해놓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신헌법은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하도록 명시하고 있기에 사실상 군부의 특권을 제도화한 군정체제의 연장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물론 현 군사정부는 이를 개발과 통합을 요하는 버마 상황을 고려한 ‘규율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정당화하고 있다.


지난해 통과된 신헌법은 아웅산 수지를 비롯한 버마 안팎의 민주화세력을 배제한 채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작년 5월 신헌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때 민주화세력은 ‘반대’ 기표 운동을 벌였다. 마침 국민투표를 앞두고 태풍으로 인한 재난이 전국을 뒤덮었는데도 군사정부는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국민 투표를 강행하였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국민투표가 공포와 불공정한 절차 속에 치루어졌다고 비난하였다. 심지어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찬성에 기표된 용지를 받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정부는 유권자의 99%가 참여하여 92%가 신헌법을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을 비롯한 민주진영은 신헌법에 대한 승인 여부, 다음 단계로 군부가 계획하고 있는 2010년 총선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제헌의회의 성격을 갖는 국민의회가 공정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신헌법 기초 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했던 민족민주동맹을 비롯한 민주진영으로서는 내년 총선에 참여할 경우 그동안의 정치적 입장을 한번에 부정해버리는 꼴이 되는 것이고, 참여하지 않을 경우 선거 보이코트가 가져올 수 있는 정치적 손실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 지난 15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미얀마 민주화 촉구 시위에 참여한 한 미얀마 난민이 그녀가 속한 단체의 깃발 앞에 서 있다. ⓒAP=뉴시스




이 같은 맥락에서 민족민주동맹은 10여년만에 열린 총회에서 내년 총선 전 모든 정치범에 대한 무조건적 석방, 2008년 신헌법에 대한 재검토, 국제사회 감시 하에서의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 등이 보장된다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음을 공표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민족민주동맹을 비롯한 버마 민주진영이 그동안 주장해온 ‘진정한 대화’ 주장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만큼 현재로서 군사정부가 민족민주동맹의 요구에 귀기울일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가택연금 해제 시한을 남겨놓고 아웅산 수지를 투옥한 것도 총선과 관련된 민족민주동맹의 메시지에 대한 무시 전략의 일환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난 4월 6일 1988년 8월 8일 민주항쟁을 이끌었던 주역들 중심으로 구성된 ’88세대 학생조직’은 군사정부에 대해 인권존중과 민주적 개혁을 요구하였다. 이들은 모든 정치범들의 석방, 진정한 정치적 대화 재개, 2008년 신헌법 재검토 등을 요구하는 민족민주동맹에 대한 지지도 공표하였다. 이는 버마 국내외에 있는 대다수 민주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올해 3월 27일 유엔인권이사회 역시 버마 국민들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지속적으로 유린하는 버마 군사정부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에 따르자면 현재 버마 안에는 16명의 언론인과 블로거들을 포함해 2100명의 정치범이 있다. 지난 해 10월과 12월 사이에는 약 400명의 정치범이 선고를 받았다. 600여 명의 정치범들은 그들 주거지에서 거리가 먼 형무소로 이감되었다. 정치범들은 고문 등 부당처우를 받는 것이 다반사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지난 3월 13일 망명한 버마 민주인사들 중심으로 구성된 정치범지원연합회(AAPP), 버마민주주의포럼(FDB) 등이 즉각적인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166개 버마 망명 조직과 국제연대조직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웅산 수지의 가택연금 시한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5월 말까지 88만8888명의 서명을 받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서명 명단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렇듯 버마 정치범석방을 촉구하는 국제연대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88세대 학생조직’ 지도자로서 현재 옥중에 있는 민꼬나잉 의장이 2009년 광주인권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1989년에 군부에 의해 체포되어 15년형을 살고 2004년에 출옥한 바 있다. 출옥 당시 민꼬나잉은 “나는 감옥에 있는 동안 나의 여행이 어둡고 험하지만 결코 나 혼자가 아닌 나의 동지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고, 또 그러기에 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고 토로하였다. 그러나 그는 ‘샤프론 혁명’의 배후자로 몰려 2008년에 다시 65년 형을 받고 투옥되었다.


현재 버마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대열에 끼여 있다. 전체 인구의 75%가량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아사망율도 1000명당 76명이나 되고 상당 수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07년 ‘샤프론 혁명’ 역시 이러한 생존의 위기 속에서 표출된 아래로부터의 저항이었다. 이 대대적인 저항은 그간 진행된 ‘조용한 투쟁’의 집중적 분출이었다.


그러기에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빈곤의 경제 속에서 아웅산 수지, 민꼬나잉을 위시한 민주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박해를 중단하지 않고 2010년 총선을 치룰 경우 현 군사정부는 국민대중의 전면적인 도전을 또다시 받을 수 있다. 1988년 민주항쟁과 1990년 선거혁명, 그리고 2년 전 ‘샤프론 혁명’을 이끌어낸 버마 시민사회의 저력을 보더라도 이러한 전망은 충분하다.


여기에다가 한국 시민사회가 국제사회와 더불어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를 보탤 때 버마에서 반세기 가까이 존재한 군정은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버마에서 반복되고 있는 ‘5·18’을 끝내는 길이다.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블로그에서는 이번 달 24일까지 버마 정치범 석방 촉구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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