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09-02-23   2039

네팔의 ‘민주주의 재건하기’

네팔의 ‘민주주의 재건하기’
– 다시 생각하는 민주주의



이미 여러 갈등을 마주하고 있는 네팔에서는 정당들 사이에 또 하나의 힘겨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새 헌법을 제정하는 데에 있어 따라이(Terai) 자치 문제와 바람직한 연방제 구조에 대한 것이다.


한편, 이는 다른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도 여겨져 왔다. 과거 중앙권력은 오랜 세월 많은 인종집단과 네팔의 카스트 계급을 지배했고, 때문에 연방제를 통해 중앙으로부터 이런 권력을 제거하고, 지역차원에서 삶의 질 향상과 공정한 분배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방제가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조사는 거의 발견할 수 없다. 나는 새 헌법이 시민 참여를 보장하고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지 최소한의 확신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를 위한 어떤 준비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요 정당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헌법을 통한 발전된 형태의 민주주의와 지속적인 평화구축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네팔공산당이 단일정당 독재로 가지 않고,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한 그들의 약속을 지키리라 생각한다). 이 목표를 위해 첫째로 어떤 이유로 네팔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세심한 조사와 분석,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이미 존재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객관적이고 철저한 평가 없이 앞으로 다가올 민주주의가 성공적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1990년 서구 형태의 자유 민주주의를 채택한 이래 네팔은 현재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 순간에 서있다. 그러나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할 지에 대한 질문에 정당들은 답하지 못하고 있다.


사무엘 헌팅턴은 냉전의 종식은 ‘역사의 종말’을 위한 조건과 서구 형태 민주주의의 승리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모델이 적절한 환경과 실행 속에서 번창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냉전 후 자유주의 관점에서 제기되었던 좁은 의미의 자유 민주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들은 자유 민주주의는 이상을 성취하지 못했고, 따라서 도전에 부딪쳤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한 서양에서 이식된 민주주의가 세계 곳곳의 다른 문화와 사회에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네팔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를 네팔에 도입했을 때, 자본의 세계화 앞에서 신자유주의 시장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초래된 것(몇몇 긍정적인 면들을 제외하고)은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였고, 정치는 단순한 게임의 수준에 머물렀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초기의 낙관론은 나라가 민주화에 접어들면서 시작된 정부와 네팔공산당의 갈등의 심화 속에서 사라져 갔다. 하지만 단순히 이 현상만이 과거의 민주주의 실패 또는 결점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원주민 그룹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실패했고, 권력정치는 이를 방치하며 커져가고 있다. 그리고 공공정책을 형성하고 실행하는데 일반시민의 참여를 포함하는 전통적인 민주주의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네팔의 선출된 대표들은 시민의 삶과 사회에 관련된 일들에 대해 폭넓은 대중의 참여 없이 모든 것을 자신들이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네팔은 평등, 정치적 자치권, 책임, 경제적 평등 등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처음 그대로 남아 있게 되었다.


물론 행정·입법·사법의 분리, 자유공정 선거, 그리고 자유로운 정치 정당, 자유로운 기관들의 연합 등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하는 긍정적인 면들이 있다. 그러나 네팔과 같은 나라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는 엘리트에 의한 권력정치가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의 이익, 소수그룹, 젠더 이슈 등을 위한 정치적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대중정치로 이해되어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과거에 수행되었던 기관 개혁과 정책 실행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평가해야하는 시점에 와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존재하는 민주주의 자체가 나라를 위해 적합한지를 평가하고,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형태의 민주주의가 적합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형태와 생각을 재언급하는 나라가 네팔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흐름은 세계 곳곳에서 ‘다시 생각하는 민주주의’, 또는 ‘급진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발견된다.


네팔은 정책결정과정에서 더 넒은 시민참여가 이루어져야 하고, 공공이슈에 대한 시민의 역할 또한 확신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신중하고 지속가능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이전 관심은 엘리트 권력정치에,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전제조건들의 확인과 실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시민의 삶과 관련된 이슈에 최대한의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데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네팔의 민주주의, 개발, 평등 그리고 평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들 중 하나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문화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네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 개념적이고 규범적으로 한정되어 왔다. 이는 우리의 초점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문제와, 정확한 조건과 민주주의에 대한 다른 대안을 무시하는, 특수하고 제한된 형태의 민주주의를 위한 선행조건을 찾아내는데 맞추어졌기 때문이다. 참된 민주주의를 건설하기 위해서 우리의 정치적, 학문적 전문가들은 민주주의를 넓히고 굳건히 하는 대안적 장치들의 힘과 요소들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시민운동 세력(People’s Movement II)에 의해 조직되고 창조된 행동중심은 네팔에서 민주주의를 사회화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정치세력들, 시민사회, 학계, 언론 그리고 다른 관계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이 의제에 대한 담론은 네팔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기초를 건설하는데 필수적일 것이다.



 


지반 바니야 / 서강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연구소 연구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