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18-09-20   941

[아시아생각] 급진전 한반도 평화에서 아세안의 역할은?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UN 집계조차 포기한 21세기 참극 시리아 전쟁 / 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 

‘정의의 무력감’ 안긴 시리아 전쟁 어떻게 끝장낼까 / 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 

‘뚜룬!독립 후 첫 정권교체 이른 말레이시아 / 김형종 (연세대 원주캠퍼스 교수)

쿠테타 후 4년간 총선 4번 연기한 나라, 태국 / 김홍구 (부산외대 교수) 

‘선거 권위주의 체제’ 완성한 캄보디아 총선 / 정연식 (창원대 교수)

문재인의 신남방 정책, 구호를 넘어서려면 / 김형종 (연세대 원주캠페스 교수) 

 

급진전 한반도 평화에서 아세안의 역할은?

[아시아생각] 한반도 비핵화, 아세안 비핵화로 확대해 나가야

 

김형종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교수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9월 17일 미얀마 양곤에서는 동아시아 트랙2 회의체인 ‘동아시아 싱크탱크 네트워크(NEAT)’ 회의가 열렸다. 2003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담의 합의로 탄생한 NEAT는 동아시아 협력을 위한 각종 사안에 대해 정책적 권고안을 제시해 왔다.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NEAT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출범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NEAT 회의에 북한을 옵서버로 초청하여 북한의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장으로 안내하자는 제안이 논의되었다. 일본 등 몇몇 국가 대표들이 회의적 시각을 보이며 그 논의를 다음에 이어가기로 했지만 다수의 아세안 대표들은 북한의 참여가 동아시아 협력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한반도 평화체제 정립의 핵심 고리는 북미간 합의이다. 그러나 그것은 첫 단계를 의미할 뿐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장치는 지역 국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평화공동체일 것이다. 

 

아세안은 지난 50여 년 동안 동남아시아 국가 간 평화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정치안보공동체의 출범을 선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리적 위치로 인해 한반도 정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지 않았지만 지역 안정성 측면에서 한반도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표명했다. 

 

아세안은 중립 원칙을 지키며 성공적인 지역협력의 사례로 발전했다. 아세안은 역내외 주요 갈등 사례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신뢰 구축의 장을 제공해왔다. ‘아세안 방식’으로 대표되는 협의를 통한 합의에 기반한 의사결정 방식, 내정불간섭, 무력의 불사용, 갈등의 평화적 해결 등의 규범을 발전시켜왔다. 베트남-캄보디아 갈등, 남중국해 갈등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이를 고려할 때 신남방정책은 ‘동북아 플러스’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아세안 플러스’의 접근을 필요로 한다. 아세안+3(APT),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이 그 발전 과정에 있어 아세안과 이의 대화상대국 즉 ‘ASEAN+1’의 다양한 조합의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아세안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참여는 북한의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국제사회 편입을 견인하기에 적합하다. 첫 단계로서 북한과 아세안의 대화 상대국 관계 개설이 필요하다. 이미 북한은 수년 전부터 아세안과 대화 상대국 관계를 희망해왔다. 유엔의 대북 제재와 미국이 아세안 국가들에게 적극적인 대북 견제를 요청함에 따라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 아세안 대화 관계가 설립되면 기존 한-아세안협력 프레임과 대화 채널에 북한이 참가하는 ‘아세안+2’도 구상할 수 있다. 아울러 아세안이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아세안+3(APT)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의 가입을 견인할 수 있으며 이는 북한의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구성원으로서 편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마련 과정에서 강대국과 남북한 당사국의 국내외 요인으로 대화가 단절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중견국 중심의 새로운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축이 마련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아세안 비핵화로 확대해 나가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도 아세안과의 협력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은 1971년 동남아시아 평화 자유 중립지대(Zone of Peace, Freedom and Neutrality, ZOPFAN)를 선언하며 강대국의 영향으로부터 지역의 자율성을 추구했다. 비핵지대화의 창설이 추진되었으나 냉전 시기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충돌하며 추진되지 못했다. 냉전 해체 이후 1995년에 동남아시아비핵지대(Southeast Asia Nuclear Weapon-Free Zone Treaty) 이른바 방콕조약에 회원국들이 서명했고, 현재 동남아시아 10개 회원국이 가입했다. 이는 핵무기의 제조 및 보유뿐만 아니라 이의 저장과 핵연료의 재처리 및 농축시설 보유 포기를 명시했다. 한편 핵무기를 적재한 함정이나 항공기가 해당 지역의 영토·영해·영공을 통과하거나 기항을 금지하고 있다.  

 

실질적인 비핵지대화의 실현을 위해서는 핵보유국의 핵무기 선제 불사용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5개국은 관련 의정서의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항해 자유의 침해’ 가능성과 대륙붕과 배타적 경제수역 내의 발사금지에 따른 군사작전의 제한 가능성을 이유로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해양영토분쟁을 겪는 남중국해문제로 인해 서명을 기피했었으나 최근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결국 방콕조약은 강대국의 핵 선제 사용 포기 선언이 없는 미완의 상태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미완의 동남아시아 비핵지대화는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함께 동아시아 비핵지대화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적 차원의 다자체제의 설립과 운영을 통해 상호간 신뢰를 강화하고 합의에 대한 이행 강제력을 높일 수 있다. 

 

동북아 중심의 비핵화 다자화 구상은 곧 6자체제의 복귀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의 실질적인 핵우산에 있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핵무기 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로 구성된 6자 구도는 북한에게 일방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구도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국과 일본이 아세안 비핵지대화의 확산에 동참하는 형태로 비핵지대화를 선언할 경우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무기 선제공격 포기 선언을 이끌어내는데 유리한 환경을 가질 것이다. 

 

중국과 북한도 서명한 ‘아세안 평화우호조약’에 대한 기대 

 

동아시아 평화 정착을 위해 아세안의 평화우호조약(TAC)의 다자화도 모색될 필요가 있다. 베트남 통일 이후 아세안 회원국 간 평화적 관계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1976년 정상회담에서 TAC가 체결되었다. TAC는 내정불간섭원칙, 평화적 방법에 의한 분쟁의 해소와 위협 또는 무력사용의 포기를 명시하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의 국제관계 뿐만 아니라 아세안의 주요한 규범으로 자리 잡으며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다. 중국이 비아세안 주요 국가 중에 처음으로 서명한 이후 주요 국가들도 이에 동참했다.  

 

동아시아 지역주의 발전 과정에서 참가국들의 가입조건으로 TAC에 서명하도록 함으로써 아세안 규범의 확산 사례가 되었다.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TAC에 서명하여 아세안 중심의 ‘허브-스포크’가 형성된 상황이다. 북한도 이미 2010년 TAC에 서명했다. TAC 참여국을 포괄하는 다자화가 이루어진다면 북-미 양자간 신뢰 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며 지역 차원의 안보협력 기반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의 실현에는 미중, 중일간 갈등 및 경쟁관계가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기존에 아세안을 중심으로 양자간 합의가 다자화 된 사례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이 경제 부문의 동아시아 협력에서 전례를 찾을 수 있다. 

 

강대국 힘의 국제정치에서 규범 중심의 중견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국제질서로의 모색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체제와 더불어 모색해야할 과제이다. 그 여정에 있어 아세안은 중요한 동반자이자 협력자이다. 신남방정책이 ‘아세안플러스’ 접근을 시도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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