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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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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와의 연대, 20년 전과는 달라야 한다

사태 복잡성 이해하는 한국 시민사회, 학계, 정부의 폭넓은 연대 필요

 

김형종 연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

 

▲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다 숨진 미얀마 양곤 시민들의 장례식이 3월 죽음을 기리기 위한 장례식이 3월 15일 진행됐다. 사진을 보내온 미얀마 사진기자 모임 "MPA(Myanmar Pressphoto Agency)"는 "이들은 미얀마 양곤 띤간쥰(Thingangyun) 지역의 임시 병원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 MPA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군경의 탄압으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다. 미얀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18일 기준,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했다는 이유로 군부에 의해 살해당한 시위자는 최소 200명에 달한다. 군부는 아웅산 수치 전 국가 고문에게 부정부패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며, 그의 측근들을 구속하는 과정에서 고문에 의한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해고로 위협하고 있다.

 

시위대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이 가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시민불복종운동은 양곤뿐만 아니라 미얀마 각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참가자도 확대되고 있다.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시민들의 희생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달라진 환경, 달라져야 할 국제 사회의 대응 

 

현재 미얀마 사태는 지난 1988년 8월 8일 일어났던 이른바 '88혁명'과 2007년 '샤프란 혁명'을 연상시킨다. 미얀마의 군부 통치는 민주주의와 인권 유린의 역사다. 1962년 쿠데타로 시작된 군부 통치는 88혁명을 거치며 신군부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2016년 마침내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집권하고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또다시 군부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과거 대 군부 투쟁들과 다른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를 경험한 시민들의 의식이다. 비록 군부의 영향력을 보장하는 제한적 민주주의였지만, 오랜 민주화 투쟁의 결과라는 긍정적 측면은 간과할 수 없다. 승리의 기억은 역사를 과거로 돌릴 수 없다는 시민 의식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또한 88혁명 당시만 해도 시민들의 소통은 제한적이었고, 특히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시위를 조직하고 군부의 유혈 탄압을 외부로 알리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국제 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미얀마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됐던 시기의 국제사회의 대응은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경제 제재, 미얀마와의 거리 두기, 비난 성명, 군부 세력에 대한 해외여행 통제와 교역 및 투자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졌지만 군부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반영하듯 현 군부(SAC)는 앞으로 경제제재를 버틸 준비가 돼 있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이미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국제사회의 대응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미얀마 시민들은 국제사회가 군부정권을 인정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군부로의 무기 수출 금지, 군부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가능성 차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시 정부의 성격을 가진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를 결성하고,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호주와 유럽연합 등의 군 관계자들이 미얀마의 신군부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는 자칫 군부 세력을 정권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와 비판에 직면했다.

 

과거 아세안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건설적 개입'을 추진했지만 이제 유혈사태 종결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어떠한 형태의 국제적 인정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건설적 개입'을 둘러싼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거나 '선택적 개입'을 통해 이번 사태를 자국의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중국과 미국, 아세안을 포함한 책임 있는 국가들이 미얀마 사태와 관련, 다자회의체를 결성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응은 복잡한 양상이다. 민주화에 따라 투자유치와 경제 성장을 경험한 미얀마에 대한 강대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도 달라졌다. 과거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서구 국가 주도였다면 이제는 아세안 등 주변 국가들도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건 없는 내정불간섭을 이유로 과거 미얀마 사태에 소극적이었던 동남아 지역 협력체 아세안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특별 외무장관회의를 소집하고 현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고 추가적인 논의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소극적인 중국에 대해 반중국 시위 양상이 포착되기도 했는데,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과 연계해 아웅산 수치 정권과 가장 활발한 경제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중국의 배후설 또는 묵인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군부 비판 성명 채택을 막지 못했다. 비록 비판의 수위가 낮아졌지만, 미얀마와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이전과는 달라진 국제여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은 아웅산 수치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와는 거리가 있다. 아웅산 수치 정권은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적 국가폭력 사태를 방관하거나 부인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시민불복종 운동이 반드시 아웅산 수치에 대한 지지와 직결되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로힝야족 사태의 근본 원인이 군부의 탄압 정책에 기인한 바, 저항 세력의 분열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군부의 유혈진압과 쿠데타로 인한 민주주의 말살을 저지하는 데 연대의 초점이 모여야 한다. 이번 사태의 본질과 미얀마 민주화 운동 맥락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대응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시민단체, 연구자, 정부, 기업, 국제기구의 연대가 필요하다. 

 

한국의 시민사회, 학계, 정부가 함께 대응해야

▲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다 숨진 미얀마 양곤 시민들의 장례식이 3월 죽음을 기리기 위한 장례식이 3월 15일 진행됐다. 사진을 보내온 미얀마 사진기자 모임 "MPA(Myanmar Pressphoto Agency)"는 "이들은 미얀마 양곤 띤간쥰(Thingangyun) 지역의 임시 병원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 MPA

 

한국의 시민사회는 가장 먼저 미얀마 시민들의 호소에 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단체들은 인증샷 캠페인을 진행했고, 현재 700여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사안이 시급한 만큼 다각적인 대응을 위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모임'을 결성하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유혈진압을 강하게 규탄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 활동이 미얀마 군부의 인권 유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국회와 정부, 기업 차원의 대응 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 사람, 평화, 공동번영의 신남방 정책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미얀마 노동자 총파업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천주교는 미사로, 조계종은 재한 미얀마인들과 함께 오체투지로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에 연대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 호응한 한국 국회는 2월 26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통해 쿠데타를 민주주의 도전으로 규정하고 무력 사용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도 지난 3월 12일 미얀마와의 국방 및 치안 분야 신규 교류 및 협력을 중단하고, 군용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한편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허가도 엄격하게 심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얀마에 대한 인도적 사업을 제외한 개발 협력 사업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지역 연구자를 비롯한 전문가들도 이번 미얀마 유혈사태 중단과 민주주의 지지를 선언했다. 한국의 동남아시아 연구자 150여 명은 미얀마의 시민불복종운동을 지지하고 국가폭력의 즉각적인 중단과 민간 권력 이양을 촉구했다. 한국유라시아학회도 유혈진압 중단, 구금자 석방과 더불어 미국, 중국, 러시아 및 유럽 국가들의 선택적 개입을 중단하고 미얀마 사태를 패권 경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이번 사안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자들의 더 적극적인 기여가 필요하다.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미얀마 유혈사태 중단과 민주화를 위한 연대체'의 결성이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지역 연구의 지식이 자국의 이해관계 또는 경제적 이해를 위한 수단에 국한되지 않도록 과거 국제사회 대응에 대한 검토, 현재 상황에 대한 논의에 있어 현지의 맥락을 분석하고 이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미얀마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한국의 시민사회, 학계, 정부가 함께 대응해야 하며 나아가 군부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투자 및 기업 활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시민사회가 전개하는 다양한 모금활동과 캠페인에 더욱 많은 대중적 참여를 모아내야 하며 학계와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연계하는 국제연대 캠페인도 필요해 보인다. 

 

정부 차원의 '건설적 개입'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대중적 개입'(public engagement)일 것이다. 정부의 입장 표명을 넘어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생산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학계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와 논의가 필요하다. 미얀마 사태는 미얀마 국내 문제를 넘어 보편적 인권 실현에 관한 지구적 차원의 위기임을 자각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국내외의 폭넓은 연대와 실천이 필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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