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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21.03.30
  • 704

[왜냐면] 미얀마의 포탄 공장은 누가 지었나 

전은경 참여연대 활동가

 

 

14살 소년에 이어 7살 소녀가 미얀마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민가에 들이닥친 군은 집에 시위대를 숨겼는지 추궁하다 아버지 품에 안겨 있던 어린 딸에게 총을 겨누었다. 지난 23일의 일이다. 하루 전에는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학살과 고문을 피해 떠난 로힝야 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에 큰 화재가 발생해 적어도 15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4만5천여명의 로힝야 난민은 또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죽은 7살 소녀가 입고 있던 미키마우스 바지, 잿더미로 변해 폐허가 된 캠프의 전경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소식들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

 

와중에 15년 전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2006년 12월, 검찰은 미얀마에 포탄 생산 설비와 기술자료 등을 불법 수출한 혐의(구 대외무역법 위반 등)로 대우인터내셔널 등 한국의 대기업과 방산업체들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02~2006년 미얀마에 105㎜ 곡사포용 고폭탄 등 6종의 포탄을 수만발씩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비와 기계, 기술자료를 수출했다고 한다. 공장을 지어주고 포탄 제조·검사 장비 총 480여종을 수출한 데 이어, 기술자를 보내 국방과학연구소의 포탄 제조 기술까지 넘겨줬다는 혐의도 받았다. 기사에 따르면, 미얀마는 1996년 우리나라가 가입한 바세나르 협정에 따라 방산물자 수출이 엄격히 통제된 국가였음에도 이들은 적발을 피하고자 위장계약서를 작성해 산업용 기계를 수출한 것처럼 꾸몄다고 돼 있다. 기술 이전의 대가인 기술자료 및 기술서비스 대금도 직원의 개인 계좌로 받았다. 계약금 1억3300만달러, 우리돈으로 1400억원이었다. 그런데 이런 대담하고도 반인도적인 범죄를 벌인 이들에게 내려진 판결은 집행유예와 고작 벌금 몇백, 몇천만원에 불과했다.

 

미얀마 피(프롬) 지방에 세워졌다는 포탄 공장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포탄을 생산했는지 알 길은 없다. 그때 이전된 기술로 지금까지 어떤 무기들이 개발되고 생산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당시 판결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포탄 공장에서 포탄 신관용 화약용기인 컵(CUP) 8종과 포탄의 부품인 탄체 등이 시생산되었고, 미얀마 기술자들에게 탄체 제조기술이 이전되었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포탄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향하고 있고, 또 그 무기가 수만명의 로힝야인을 학살하는 데 사용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을 뜨기 어렵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제노사이드와 전쟁 범죄를 저지른 미얀마 군부 소유의 미얀마경제공사(MEC), 미얀마경제지주사(MEHL)와 합작투자를 해 미얀마 군부의 돈줄 구실을 하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을 주시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타전되는 안타까운 소식에 수많은 시민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있는 요즘 정작 기업들은 포탄 공장과 기술을 수출했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영업 이익은 포기할 수 없고, 국경 너머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는 관심사가 아니다. 기업은 과거의 포탄 수출처럼 지금의 기업 활동이 미래에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사람, 평화, 상생번영의 신남방정책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 역시 정부 차원의 대응에 멈출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국제 기준을 따르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 오늘도 미얀마에서는 수십명이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한국 기업과 정부의 변화, 구체적 행동이 지금 필요하다. 2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미얀마 활동가는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제노사이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척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말을 더 이상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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