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6-09-27   898

[아시아생각] 21세기 아우슈비츠, 호주 강제 수용소의 진실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6 아시아생각] ① ‘쯔위 사건’, 돈벌이에만 혈안인 K-팝에 ‘경종

[2016 아시아생각] ② 쯔위 덕 본 차이잉원 “대처 존경한다”? 

[2016 아시아생각] ③ 미국-러시아의 시리아 임시 휴전 합의, 그러나…

[2016 아시아생각] ④ 수치의 ‘막후정치’, 버마의 앞날이 불안하다

[2016 아시아생각] ⑤ 피플파워+30, 독재자의 처자식은 뭘하고 있을까 

[2016 아시아생각] ⑥ 필리핀 선거에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 

[2016 아시아생각] ⑦ 광주인권상 수상 막은 말레이시아 정부 

[2016 아시아생각] ⑧ 땅은 우리의 삶, 필리핀 할라우강에서 온 선주민의 호소

[2016 아시아생각] ⑨ ‘세계인도주의의날’을 기억해야 하는 진짜 이유

[2016 아시아생각] ⑩ 홍콩우산운동, 그후..

21세기 아우슈비츠, 호주 강제 수용소의 진실

[아시아 생각] ‘선상 난민 절대 수용 불가’라니…

 

레베카 헤란드 호주 시민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1951년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The 1951 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에 서명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박해의 위험에 직면한 모든 사람은 호주에 망명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2001년부터 배를 통해 호주로 들어오는 난민들을 막기 위해 다양한 강경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01년 난민 강경책을 시행하면서 호주 정부는 선박을 통해 비자 없이 밀입국하는 난민들을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이나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인 나우루에 있는 난민 수용소로 보냈다. 이른바 ‘태평양 해결책(The Pacific Solution)’이라 불리는 이 정책은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호주 노동부에 의해 폐지되었다가 토니 애버트 전 총리와 현재 총리인 말콤 턴불에 의해 부활했다.
  
그리고 현재 자주국경작전부(Operation Sovereign Borders) 산하 국경수비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자주국경작전부는 연안 구금 시설만 관리하는 것만 아니라 난민선이 호주에 도착하기 전 난민선을 위험하고 광활한 바다로 돌려보내기까지 한다. 호주 군대에 의해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는 이 정책은 국제적으로 ‘당신이 호주를 집으로 삼을 방법은 없다 ‘라고 알려져 있다. 

 

호주 정부는 난민 수용소에 구금되어 있는 망명 신청자들에게는 세가지 선택권을 부여한다. 그것은 바로 현재 구금되어 있는 섬에 그냥 정착하거나 호주 정부와 캄보디아 정부가 맺은 동의서에 따라 캄보디아에 정착하거나 본국으로 송환되는 것이다.

 

▲ 말콤 턴불 호주 총리가 지난 16일 뉴욕 유엔정상회에서 난민.이민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AP 

난민 수용소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 

 

2016년 8월말 기준 나우루 섬에는 49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411명이 구금되어 있으며 마누스 섬에는 833명(모두 성인 남성)이 구금되어 있다. 

 

지난 4월말, 파푸아뉴기니 대법원은 자국 내 마누스 섬에 호주가 망명 신청자를 억류하는 것은 불법이며 구금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파푸아기니 오닐 총리는 대법원 결정에 따라 호주 정부가 망명 신청자들을 위한 대체 방안을 찾도록 요구할 것이며 폐쇄 시기는 호주 정부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8월 말 파푸아뉴기니 정부와 호주 정부는 마누스 섬의 난민 수용소를 일단 폐쇄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폐쇄 시점이나 마누스 섬에 수감된 833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단지 “수용자가 호주에 정착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할 뿐이었다. 호주 주 정부, 캐나다, 뉴질랜드가 이들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호주 연방 정부는 현재 그들에게 어떠한 옵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난민 수용소에 구금되었던 사람들이 향후 호주에서 비자를 받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난민 수용소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일들 

 

2016년 초 나우루 난민 캠프 수용소에서는 구금된 한 남성이 자해로 인해 사망했으며 몇주 후 한 여성이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이 여성은 치료를 받기 위해 호주로 이송되었는데 이로 인해 나우루 난민 캠프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들의 자해와 자살 소식이 알려졌다. 나우루에 있는 망명 신청자들은 미래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평균 450일 동안 구금된다.

 

2016년 8월 초 영국 <가디언>이 입수해 공개한 호주 이민 당국의 8000쪽 분량 보고서에는 지난 몇 년간 나우루 수용소에서 난민들이 겪은 폭행, 성적 학대, 자해 등 인권 유린 사례 2000여 건이 담겼다. 이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호주 국민은 #BringThemHere(그들을 여기로 데리고 오라), #CloseTheCamps(캠프의 문을 닫아라) 해시태그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이러한 학대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 정부를 공격한다며 비난할 뿐 아니라 피터 더튼 이민부 장관은 ‘난민들이 호주에 오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호주 정부가 불법적인 구금 시설에 갇혀 학대 당한 사람들의 법적 보호자라는 것, 그리고 정부가 이미 이 사건에 대해 2016년 5월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누스와 나우루 섬에 구금된 난민들의 운명  

 

그렇다면 마누스 섬과 나우루 섬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호주의 많은 사람들은 호주의 역외 난민 수용소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이 난민 수용소를 폐쇄하고 2000여 건 이상의 인권 유린에 대해 조사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길 기대한다. 많은 호주 국민들은 정부의 난민 강경 정책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기관들과 다른 나라 정부에서 호주 역외 수용소에 구금되어 있는 난민들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호주 정부는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함없이 난민선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구금시설에 보내거나 캄보디아로 추방하거나 난민들이 탈출한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다. 

 

호주의 이민 정책은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적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부국이다. 호주 정부가 망명 신청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는 그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안전한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역외 난민 수용소는 즉시 폐쇄되어야 한다. 수용소는 구금 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여성과 아동에게 특히 위험하다. 또한 난민 수용소 운영은 망명 신청자들을 수용하여 사회적으로 정착하도록 돕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난민 수용소는 생명을 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더 많은 목숨을 파괴한다. 우리는 호주로 들어오는 배들을 다시 송환하는 횟수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호주 정부의 야만적인 난민 정책을 과감하게 바꾸는 인간적인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 프레시안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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