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3-08-19   5135

[아시아생각] ‘4대강’ 운명에 처한 메콩강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4대강’ 운명에 처한 메콩강

지역협의체 무시한 라오스 정부의 댐건설

 

엄은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강과 산은 지역이나 국가 간 경계선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산이 지역과 국가 간의 사람과 물자의 교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것에 비해, 강은 교통로이자 식량과 식수를 제공하는 공동의 삶의 기반이 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대륙부 동남아국가들이 위치한 인도차이나 반도의 메콩강이 대표적이다. 티벳 고원에서 발원하여 중국 윈난성,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와 만나는 국제하천 메콩은, 일부 구간에서 국경선의 역할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유역의 가장 중요한 식량원이자 공통된 생계의 원천이었다.

 

여러 국가에 걸쳐 흐르는 국제하천인 만큼 메콩 강의 수자원과 수변지역 개발과 관리를 위해서는 유역 내 국가들 간의 다영역적/다층적 지역 거버넌스를 통한 긴밀한 상호협력이 필수적이다.

 

 

싸냐부리댐 건설현장

▲ 싸냐부리댐 건설현장. ⓒinternationalrivers.org

 

 

개발 이념에 휩쓸리는 메콩강 유역

 

메콩강의 수자원 개발과 관리의 영역은 복합적이다. 우선 식량자급에 필수적인 농업용수 확보와 관개시설 확충을 시작으로, 지구-지역적 관심사인 기후변화 대비 및 적응을 위한 노력, 담수 어업, 홍수 및 가뭄 관리, 강을 기반으로 한 역내 교류와 무역의 촉진, 그리고 수력개발 등 다영역적 용도가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최근 메콩유역 수자원 관리 및 개발에서 뜨거운 화두는 메콩강 본류의 수력개발(댐 건설)로 인한 지역간 국가 간 갈등문제이다. 사실 메콩유역에서 수력개발에 관한 논의의 원류를 따져 올라가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전후 아시아의 경제복원과 부흥을 위해 설립된 유엔 아시아극동 경제위원회(ECAFE)는 홍수조절을 위한 기술적 과제를 설정한다는 목표 하에 메콩강의 본류와 지류에 총 7개의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그 기원이다. 이 계획은 테네시강 개발로 상징되는 성공한 근대화 프로젝트의 이식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한편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영향력 확대를 통해 지역 내 공산주의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일종의 ‘지리정치적 프로젝트’로 평가되기도 한다.

 

1970년대 초반에는 메콩강의 본류 및 지류에서 약 180개에 달하는 개발예상 목록(댐이나 관개시설 도입, 유역 변경 포함)을 포괄하는 범유역 개발 계획이 수립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1975년 인도차이나 국가들의 사회주의 전환은 메콩유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사고하며 추진되던 개발 계획에 수정을 가져왔다.

 

물론 모든 개발 계획이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이데올로기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양자 모두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진보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고도 근대화(high modernism)라는 공동의 신념은 강력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든지 자본주의 미국의 우산 하에 있는 국가든지 자국의 영토 내에서 수력개발은 경제성장을 위한 근간으로 여겨졌고, 각국의 영토 내에서 댐건설의 가용량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1991년 동구권의 개방개혁으로 일단락된 세계사적 변화는 메콩유역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도차이나도 “전장에서 시장으로(from battlefields to marketplaces)”라는 정책 구호와 함께 다시 하나의 권역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흔들리는 메콩강위원회

 

메콩유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바라보며 지역 내 개발과 관리를 통해 역내 경관변화를 이끄는 동력은 크게 1)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ADB)에 의해 1992년 이후 추진되고 있는 대메콩유역개발(Greater Mekong Subregion, GMS) 프로그램, 2) ‘메콩유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강조하는 메콩강위원회(Mekong River Commission, MRC), 3) 2015년 경제통합을 목표로 역내 격차 해소를 강조하는 ASEAN과 같은 초국적 거버넌스 체제들에게서 나온다.

 

이 중 MRC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수사에서도 볼 수 있듯, 1992년 리우의 지구정상회담의 영향 하에 있다. 따라서 1950년대 유엔과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메콩위원회(Mekong Commission, MC)와 역사적 연계가 있지만, 댐 건설에 집중하기보다 4개국(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이 공유한 하류 메콩유역의 개발과 관리를 위한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강조해 왔다.

 

MRC는 1995년 메콩국가들이 서명한 메콩협약이 합의한 이른바 PNPCA(the Prior Notification, Prior Consultation, and Agreement) 프로세스를 통해 메콩 본류에 대한 대규모 개발계획(대부분은 댐 건설)의 발흥을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메콩강 본류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개발행위는 메콩 4개국의 협의를 따라야 한다는 규정인데, 이 규정은 사전 고지(PN), 사전 컨설팅(PC), 나아가 4개국의 인준(A)을 포함하는 일련의 과정을 명시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메콩 본류(the lower Mekong 구간)에는 총 11개의 대규모 댐 건설 계획이 입안되었다. 건설사업의 주요 시행자들까지 선정되었고 절반 이상의 프로젝트가 이미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친 상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MRC의 PNPCA 프로세스로 인해 이 프로젝트들의 현실화는 10년 이상 유보되어 왔다. 내외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MRC를 만들어 냈던 1995년 메콩합의는 개발로 가장 큰 영향을 입게 될 지역주민과 강 하류 쪽의 국가(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개발로 인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영향 조사를 요구하고 지역안팎의 NGO들이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라오스 싸냐부리댐 착공, ‘개발 도미노’ 개발 부르나

 

그런데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역내 합의의 정신은 흔들리고 MRC의 위상에 대한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MRC 회원국 중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고, 국내외 NGO 및 풀뿌리 주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라오스 북부 싸냐부리 주의 메콩 본류에 댐 건설이 착공된 것이다. 이로써 싸냐부리 댐은 하류 메콩 유역에서는 첫 번째로 건설되는 본류 댐이 되었다.

 

쌰나부리 댐 건설의 반대 혹은 최소한 국경을 넘어선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될 수 있도록 댐 건설을 유보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싸냐부리 댐만을 우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크게 싸냐부리 댐이 본류에 계획된 11개의 댐 건설로 이어질 큰 도미노 게임판의 첫 번째 블록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다.

 

오랜 기간 억눌려있던 개발욕망의 제동장치가 풀리게 되면, 메콩 본류는 장기적이며 생태적인 고려는 후순위로 밀리고 우선은 현재 한국의 4대강과 유사한 연속적 댐으로 가로막힐 메가 프로젝트의 경로로 접어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말이다. (현재 메콩 본류에 건설될 댐들은 홍수나 가뭄조절과는 무관하게 전력생산의 목표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월류댐(run-of-river dam)으로 만든다고 한다. 수력발전이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는 재생가능발전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퍼져나가고 있고, 여기에도 지속가능성이라는 수사가 달라붙고 있다.)

 

 

생태파괴 우려되는 동사홍 댐 계획

 

그러한 우려는 하류 메콩의 두 번째 본류 댐이 될 동사홍 댐 건설을 위한 전초작업을 통해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동사홍 댐(256MW)은 규모면에서는 싸냐부리 댐(1260MW)에 비해 훨씬 작지만 댐의 위치과 지역적 특성에 의해 더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말레이시아계 건설업체인 메가퍼스트(Mega First)가 주관하고 있는 동사홍 댐의 건설예정지는 라오스의 최남단이자 캄보디아의 국경 지역에서 불과 2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라오스를 찾는 배낭여행족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시판돈(4천 개의 섬)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경관상의 특이성(하도가 갑자기 넓어지면서 하도가 복잡해지고 하중도와 소택지 등이 매우 발달함) 및 생태적 의미(회류성 어족의 주요 이동로)로 인해, 지역의 식량원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동사홍댐 위치 지도

▲ 동사홍댐의 위치 ⓒinternationalrivers.org

 

현재까지 라오스 정부는 MRC의 사전합의 과정을 우회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MRC라는 공동의 기구를 통해 이웃 정부들과 협의하는 대신, 하류 지역의 국가들과 양자 간 협의를 시도한다거나, 동사홍 댐은 메콩 본류를 전면적으로 횡단하는 것이 아니라 하도 중 하나에 위치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본류 댐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발전용 댐이 건설되면 이 지역의 수자원은 관개, 어업, 관광과 같은 다중적 용도의 잠재적 편익은 포기한 채 30~50년 동안 오직 전력 생산이라는 한 가지 용도로 고착화되어 버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의 장기적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이해당사자들 간의 열린 토론의 장은, 개발의 도화선에 불이 붙은 이 시점에 더욱 필요하다.

 

현재 메콩지역에서 유일하게 그러한 역할을 담당했던 MRC 조직의 위상은 이미 이전만 못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런 점에서 싸냐부리 댐의 건설 강행과 동사홍 댐 건설을 위한 기초작업들로 인해 상처 입은 것에는 자연과 지역주민 외에 지난 20년 동안 역내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협력의 거버넌스로서의 MRC 체제도 포함된다. 메콩지역의 수자원 개발과 관리를 통한 공동의 번영을 지향하는 MRC가 최소한의 논의 기반이란 현재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허울뿐인 국제기구 중 하나로 전락할지 메콩 유역국가들과 후원국들의 선택에 주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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