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3-06-04   1532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54호] 부패방지에 대한 지구촌의 노력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최근 국제사면위원회 연간보고서는 미국의 대테러전쟁이 인권 상황을 악화시켰고 국제법을 손상시켰으며, 각국 정부에 대한 인권 감시 시스템을 약화시켜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미국을 비난하였습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이후 쿠바 관타나모 기지의 미군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는 6백여명의 포로들은 항소 기회도 주지 않고 있고 군사재판조차 사실상 열리지 않고 있어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였습니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관심이 집중되어있는 동안 잊혀진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인권침해와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으며, 무엇보다도 ‘대테러 전쟁’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과 파괴행위의 위험을 지적하였습니다. 인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군사주의의 만연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어처구니없게도 미국은 이에 대하여 “우리는 인권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줄어들었다는 어떤 비판이나 주장도 거부한다”며 “대테러전쟁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의 확고부동한 노력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는다”면서 국제사면위원회의 발표를 반박하였습니다. 그들의 오만과 일방주의를 새삼 확인하는 사례입니다. 오늘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반부패회의들을 계기로 지구촌에서의 반부패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와의 전쟁

최근 서울에서는 부패방지에 관한 두가지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하나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라는 민간단체가 개최하고 있는 반부패 국제회의이고, 다른 하나는 1999년부터 2년 간격으로 열리는 미국 정부의 주도아래 각국 정부간 부패방지 협력을 위한 제3회 반부패 세계포럼(Global Forum)이었습니다. 반부패 국제회의(International Anti-Corruption Conference : IACC)는 1983년에 처음 개최되어 2년마다 열리는 국제회의로 국제 비정부기구(NGO), 학계, 재계 등 민간부문과 각국 공무원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부패 방지를 위한 의견을 교환하고, 대안을 찾는 회의입니다.

반부패 국제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는 국제연대 속에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부패와 싸우기 위해 설립된 단체입니다. 전세계 90개 이상의 각국 지부를 두고 국가 및 국제적인 측면에서 부정부패를 제공하고 요구하는 모든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국제적으로는 부정부패의 악영향에 대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정책의 개혁을 주장하며, 반부패와 관련된 협정의 이행과, 정부, 기업, 은행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개별적인 사건의 폭로보다는 부정부패의 예방과 제도의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정보수집과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는 1995년부터 해마다 부패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각 국가별로 점수를 매겨 발표하고 있습니다. 2002년에 발표된 부패지수는 세계경제포럼(WEF), 개발경영을 위한 기구(The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Lausanne : IMD), Price water house Coopers(PwC), 세계은행의 세계기업환경조사(the World Vank’s World Business Environment Survey: WBES) 등 9개 기구들로부터 102개 국가에 대하여 ▲ 뇌물수수 빈번도, ▲ 외국회사의 기업환경, ▲ 수출입 통관 때 가욋돈 요구, ▲ 정치인과 공무원의 부패 사정 등 15가지의 기초정보를 토대로 작성된 것입니다. 가장 청렴하다고 평가된 국가를 10점 만점으로 하고 있어 순위가 떨어지고 지수가 낮을수록 부패가 심한 나라입니다(2002년 발표된 부패지수에 따르면, OECD 가입 30개국 중 한국은 24위(전체 순위에서는 40위)로서 4.5점을 받았습니다).

부패지수를 공개함으로서 국제적으로 각국의 부패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국제투명성기구는 청렴계약제도(Integrity Pact)를 정책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청렴계약제의 실시를 널리 권고하고 있습니다. 청렴계약제란 행정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의 입찰, 계약체결, 계약이행과정에서 업체와 행정기관 양당사자가 뇌물을 주고받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이를 위반하면 제재를 받겠다는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공공부문 계약과 관련한 부패를 예방하고자 하는 제도입니다. 청렴계약제는 실제로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독일, 콜롬비아, 네팔 등에서 적용되었고,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가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2000년 실시한 바 있습니다.

부패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

부패문제를 밀접하게 다루는 국제기구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가 있습니다. OECD내 부패문제를 다루는 부속위원회에는, 국제투자 및 다국적 기업위원회(CIME : Committee on International Investment and Multinational Enterprises)와 원조개발위원회, 자본이동과 보이지 않는 거래위원회, 행정개혁위원회, 재정위원회, 금융시장위원회, 경쟁법과 경쟁정책위원회, 기업지배구조 개혁가이드라인 등이 있습니다.

1976년 CIME에 의하여 ‘다국적 기업의 행동기준에 관한 OECD 지침이 만들어져, 정부공무원에 대한 직/간접적인 뇌물 및 부정한 이권제공금지를 골자로 다국적 기업의 행동지침을 규정하였으나 실질적인 효력이 없었습니다. 이후 1994년 OECD에서는 국제거래간에 있어 뇌물수수 등의 부패행위를 막기 위하여 ‘국제적 영업거래에 있어 뇌물방지에 관한 OECD 각료이사회 권고가 채택되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회원국들이 자국기업의 국제영업거래에 있어서 타국공무원들에게 뇌물제공 등의 방지를 권고한다

▲ 외국공무원에게 법적 의무에 위반하는 일체의 금전적 혜택과 이권은 뇌물로 본다

▲ 각 국가는 외국 공무원에 대하여 뇌물공여금지를 위한 형법, 민법, 상법, 행정법, 조세법, 기업회계기준, 기타 관계법의 규정 마련을 권고한다.

▲ OECD회원국가간에 있어서 국제간의 정보교환, 증거제공, 범죄인도 등의 협력을 하고, 뇌물수수행위 등의 금지를 위한 새로운 협약과 제도를 마련한다.

▲ 비회원국가와 국제기구와 부패추방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구체적으로 ‘CIME’에게 권고안의 집행을 점검할 책임을 부여한다. 특히 국제기업거래뇌물수수 방지작업단의 구성운영을 촉구한다.

이와 같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OECD는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의 세액공제 금지와 형사처벌에 대하여 합의하고, 해외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협약을 1998년 제정하였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은 부패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을 감시하기 위하여 부패국가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세계무역기구에는 뇌물로 인한 해외기업차별감시를 위한 정부조달투명성에 관한 실무그룹이 있습니다. 또한 유엔은 불법적 금품지급방지 국제협정위원회와 국제무역법의원회를 통하여 국제비지니스의 부패와 뇌물에 관한 선언(1996)과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대책(1995)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며, 국제의원연맹(IPU)는 국제적 자금세탁의 금지와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를 범죄화하자는 내용의 부패통제와 협력을 위한 결의(1995)를 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부패방지 : 제도화와 실질적 운영을 위한 시민사회의 감시가 필수

각 국가별로는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거나 형법을 강화하는 형태로 부패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부패방지법을 만든 나라로는 홍콩의 뇌물방지법(1948), 태국의 반수뢰 및 부패방지법(1975), 필리핀의 반수뢰 및 부패방지법(1960), 인도(1960), 말레이시아(1960), 싱가폴(1937)과 호주의 독립부패방지법, 미국의 해외부패관행금지법이 있습니다. 부패행위에 대하여 부패방지위원 등에게 특별수사권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싱가폴, 홍콩,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호주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특별법원과 특별검사가 부패행위에 대하여 각각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고 있고, 미국은 정부윤리법(1978)에 정부윤리국이 설치되어 정부주요 공직자의 재산등록과 공개의 의무를 요구하며, 부패행위가 드러나는 경우 특별검사를 통하여 해당사건을 기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01년 제정된 우리나라 부패방지법상 “부패행위”의 정의(법 제2조)를 보면,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또는 “공공기관의 예산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또는 공공기관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하여 공공기관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부패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음성적인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막을 수 있는 돈세탁 방지, 공직자 재산공개, 특별검사를 통한 독립적인 수사의 보장,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보공개청구운동 등을 통한 시민사회의 예산감시와 정책감시가 이루어질 때 부패척결에 보다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부패방지법은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의 결실로 이루어졌지만 구조적인 부패는 여전히 만연하고 잇습니다. 또한 OECD 등의 가이드 라인을 통해서도 부패는 근절되지 않습니다. 각국의 부패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부패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다음 호에는 지구적 관점에서 부패문제를 바라보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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