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2-10-29   1697

[아시아 생각] MB 정부의 아시아 외교, 실리도 신망도 잃었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해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해있는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 해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각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뿐만 아니라 유엔과 인권, 개발과 인권, 기업과 인권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국제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MB 정부의 아시아 외교, 실리도 신망도 잃었다

이명박 정부 신아시아 외교 평가

 

김형종 창원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이명박 정부는 정권 2년차였던 2009년 3월 신아시아 외교 구상을 이전 정권과의 대 아시아 외교와 차별적인 정책인양 발표했다. 신아시아 외교가 정권 출범 시에 구상된 바 있다고 하나 정권 초기 대미 종속성 심화와 대일관계 강화에 외교의 사활을 걸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의외의 등장이었다.

 

이후 신아시아 외교 구상의 전개는 실제로는 실리를 추구하는 통상외교의 전형의 모습을 띠게 되며 아시아에 대한 이해와 비전의 부족에서 오는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아세안의 성격과 특성을 몰이해한 상태에서 아세안안보포럼(ARF)을 남북관계 외교전으로 활용하면서 아세안의 외교적 지지를 구하고자 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으며, 천안함 사건 이후로는 신아시아 외교정책 자체가 실종되는 등 실리도 국제적 신망도 잃게 되는 실패한 외교라 평가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신아시아 외교는 외형상으로 동아시아, 동북아를 넘어 외교 집중을 아시아로 확대하고자 하는 적극적 전략으로 보일 수 있다. 이는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중심론을 반대하기 위해 제안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표 당시 신아시아 외교의 개념과 내용은 매우 모호했다. ‘아시아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개별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인지, 혹은 아시아를 아우르는 새로운 지역체를 제안하는 것인지? 구체적 실행 계획은 무엇인지?’ 등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결국 신아시아 외교는 여러 외교 사업 중 하나로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외교통상부는 신아시아 외교의 중심축인 아세안 및 남아태지역에 대한 교류협력 강화 사업에 2010년, 2011년, 2012년도 각각 10억, 20억, 19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는데 중남미 지역 국가와의 교육협력 강화 사업에도 동기간 각각 9억, 19억, 18억 원을 배정했다.

 

아울러 2010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히 아프리카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바 있다. 첫 해 한미동맹, 두 번째 해 신아시아 외교의 방향설정에 이어, 아프리카 외교를 제기한 것이다. 신아시아 외교가 무엇인지 의미도 확실하지 않고 실행도 미약한 상황에서 연례 이벤트식으로 제안되었음을 보여주는 행보다.

 

신아시아 외교는 전방위 양자주의에 기반한 ‘실리외교’ 의 모습을 띠었다. 신아시아 외교는 동남아, 서남아시아, 오세아니아 국가들과 지역의 협력체들과의 포괄적 협력관계구축을 목표로 했다. 외교통상부의 아세안 및 남아태지역 국가와의 교류협력강화사업 자체 평가 기준을 볼 때 신아시아외교가 목표하는 ‘포괄성’이 사실상 ‘실리적’성과로 협소해졌음을 알 수 있다.

 

총 7개 항목에 대해 평가하는데 1)정상 및 고위급외교, 2)동-서남아 및 태평양 지역국가와의 실질 협력, 3) 경제, 통상협력 강화 4) 국제무대에서 협력강화 5) 아세안 및 서남아 태평양 지역협력체 적극 참여 6) 아세안 및 서남아 태평양 지역협의체와의 파트너쉽 강화 7)아세안 및 서남아 태평양 지역협의체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지원을 포함한다.

 

그 구체적 점검 기준은 외연 확대에 보다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상 및 고위급 외교의 경우 회담 자체 성사 여부가 실질적 성과 보다 2배의 배점을 갖는다. 실제 성과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통상국가로서의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통상협력 에너지-자원협력 등에 대한 성과 평가에 있어 구체적 항목으로 예를 든 것은 FTA협상 타결, 원전건설 수주, 외국인투자제한 조치 완화 등이다.

 

과학기술협력의 필요성과 더불어 한국의 원전수출 의지는 국제개발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베트남 원자력 기술 공동개발 및 인력양성사업, 캄보디아 원자력 기술 기반 조성상업 등이 과학기술지원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은 ODA지원에 있어 아시아 지역에 2009년과 2010년 각각 62%, 53%를 지원하였다. 동남아시아의 ODA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이후 각각 27.6%, 26.9%, 24.9%로 오히려 감소해 신아시아 외교의 중심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되었다.

 

신아시아 외교가 역내 국가뿐 아니라 지역 협력체와의 협력강화를 목표로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실제 양자주의에 집착해 지역협의체를 통한 지역주의를 외면했다. 아시아 외교가 공식 발표된 2009년에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가졌지만 이는 아세안이 10개 회원국을 갖는 지역체로서 단기간 홍보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아세안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개별 아세안 회원국과의 양자간 협력 사업이 주를 이룬다.

 

양자주의와 지역주의간 적절한 균형을 깨는 사례도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10월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3회의 참석에 앞서 순방길에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이로 인해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한국과의 정상회의를 이유로 훈센총리는 아세안 정상 개막회의에 불참하였다. 그간 아세안 정상들이 지역협의체에 우선 순의를 두어 아세안+3회의 이전에 열리는 아세안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다. 더구나 양국간 현안에 대해서는 다자간 본회의 중간에 개최할 수 있는 것이었다. 원전수출과 투자를 위한 국익을 이유로 일방적인 양자주의는 오랜 기간 동안 발전시켜온 동남아시아의 지역주의를 저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지역적 차원의 배려 없이 국익에 우선한 양자주의를 추구로는 신아시아 외교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아세안

▲ 지난해 11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정권의 진정성을 의심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신아시아 외교가 일본과 중국과의 경쟁구도에 대한 즉흥적 대응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중국, 일본 및 아세안과의 FTA를 놓고 경쟁을 벌인바 있다. 최근 신아시아 외교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국제개별협력에 있어서도 이러한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최근 과학기술 공동체를 목표로 하는 이른바 이-아시아(E-Asia)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메콩강유역의 협력 강화 또한 이 지역에 전략적 이해를 갖는 중국의 진출과 일본의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 전개에 대한 경쟁적 대응이다.

 

한국의 대아시아외교를 추진하는데 있어 물적 토대는 한반도의 평화에 있다. 역사적으로도 한반도의 위기와 긴장이 높아질 경우 4강을 제외한 아시아외교는 외면되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강경책과 연이은 대북갈등은 결국 신아시아외교의 발목을 잡았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외교중심은 급격하게 한반도로 이동하였으며 아세안에 대한 이해 없이 아세안안보포럼에서의 실수를 범했다.

 

외교통상부의 아세안 및 남아태지역 국가와의 교류협력강화사업 자체 평가 기준에 따르면 아세안안보회의(ARF)가 역내 유일한 안보 협력체임을 감안하고 있다. 그러나 그 평가 기준이 ARF관련회의 결과문서 (공동성명)에 6자회담 개최 여건 조성을 위한 우리측 입장이 관철되었는가와 보도횟수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한 정부기준은 대북 강경책과 더해 아세안안보회의를 남북간 외교전의 장소로 이용할 가능성을 높였다.

 

실제 금강산관광객 사망사건과 천안암사건, 북한 미사일 실험 등에 있어 한국은 북한 측의 책임을 명시하고 비난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북한 측의 외교 대응으로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아세안안보회의가 아세안 의장국의 주재 하에 열리고 이른바 아세안 방식에 의해 운영됨을 고려할 때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였다. 즉, 역사적으로 아세안 회원국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여 적극적 해결을 모색하기 보다는 논의에서 제외시킴으로서 갈등의 확대를 방지하고자 하였다. 대외 국가들의 이해 충돌에 있어서는 철저한 중립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한국의 주장을 얼마나 관철시켰는가를 한-아세안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겠다는 것은 아세안의 전통과 규범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신아시아 외교는 정상회의에 크게 의존하고, 외교통상부의 독단적 준비와 진행으로 추진되었다. 정상회의는 특성상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하게 된다. 특히 FTA와 원전수주와 같은 통상국가 이익의 도출과 홍보에 집착하게 되는데 이들 요인은 이명박 정권의 신아시아 외교의 실패에 기여했다.

 

국제정치경제 질서에서의 아시아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아시아를 통한 한국이 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가 외연확대의 기본 조건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확대외교가 다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새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외교정책 수립에 있어 대내적 의견 수렴과정 또는 합의 과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신아시아외교는 ‘실용외교’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라도 아시아 지역에 대한 비전을 담아내야한다. 다가오는 아시아의 시대에 한국이 지향하는 외교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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