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3-05-22   5488

[아시아 생각] 동남아시아의 언론 환경, 여전히 어둡다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동남아시아의 언론 환경, 여전히 어둡다

언론 발전 가로막는 국가의 폭력

에드 레가스피 동남아시아언론연합 이사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인 2013년 5월 3일 동남아시아에서는 두 가지 핵심 주제, 언론의 자유를 구속하는 법률과 언론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처벌하지 않는 현상이 여전히 상기되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2013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면서 아세안(ASEAN)에 가입한 모든 국가를 하위 3분의 1 언저리에 선정했다. 브루나이는 122위를 기록했고, 베트남은 가장 낮은 172위를 차지했다. 아세안 국가 중 100위 안에 든 유일한 국가는 동티모르로 90위를 차지했지만, 아직 아세안 회원국이 아니다.

 

이러한 수치는 언론 자유를 포함해 의견·표현의 자유를 더 많이 존중하기 위해 개선해나가야 할 장기 과제를 보여준다. 동남아시아언론연합(Southeast Asia Press Alliance, SEAPA)은 브루나이, 라오스, 베트남, 그리고 심지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언론을 탄압하는 많은 법을 지켜봤다. 이 국가들의 억압적인 법은 사법당국에 의해 엄격하게, 때로는 폭력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시민이 반대 의견을 표현·지지하고 공개적인 대중 토론에 참여할 권리보다 국가와 기득권의 이익을 우선해 왔다. 의혹과 쟁점을 감히 제기하는 이들로부터 국가 이데올로기, 집권 여당, 혹은 사회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 언론을 정치적으로 계속 통제하는 것이다.

 

사설이나 뉴스 편집 시 자기 검열을 하는 것도 일반적 관례로 여겨진다. 이는 주류 언론이 해당 국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처럼 상대적으로 언론 자유가 인정되는 국가에서조차 새로운 법안이 도입돼 공익과 관련된 정보를 다루려는 것을 막거나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위협을 가해 언론인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동티모르의 언론법 초안을 보면 언론 자유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규제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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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2013년 전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보여주는 지도. 어두울 수록 언론자유 지수가 낮은 국가들이다. ⓒen.rsf.org

 

언론에 대한 폭력

 

지역 단위에서 보면 언론에 대한 폭력은 사법당국이 법을 집행할 때뿐만 아니라, 언론이 기업의 부정적인 행동이나 결과를 보도하려는 것을 정부 관료나 민간 기업이 막으려 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많은 경우 가해자들은 사법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국가가 그들의 활동을 보호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한다.

 

올해 의사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와 관련한 긴급 사안은 천연자원· 불법 벌목·채광 혹은 에너지 프로젝트와 같은 자원 문제에서 벌어진다. 버마(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는 습격에 저항하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공동체의 투쟁을 전한다.

 

이러한 양상은 경제적 발전과 통합이 인권을 희생하며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일반 시민이 언론을 통해 듣고 말하는 권리가 침해당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언론인들 역시 알려지지 않은 이슈나 논란거리를 다루려 할 때 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이러한 사안은 종종 외국 자본의 투자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세안과 그 회원국들이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 통합을 추진하는 움직임의 파장에 대해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세안 인권기구와 개발 프로세스는 각국이 2015년 경제 공동체 출범을 준비함에 따른 영토 문제의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태국과 베트남은 라오스 최대 3대 투자국 중 하나인데, 이들 국가의 투기나 사업은 종종 영토 분쟁과 연결된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언론인에 대한 폭력은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의 권리에 대한 무지함, 혹은 상황을 통제하려는 국가 보안 요원이 권한을 행사하면서 벌어진다. 그러나 필리핀은 2013년, 4건의 언론인 살해를 기록함으로써 여전히 언론인 살해 사건이 가장 잦은 나라로 남아있다. 국가가 조장하는 폭력 문제는 시정되거나 심지어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발된다.

 

버마의 언론자유, 진짜 변화일까

 

아마도 2012년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보도는 공식적으로 미얀마라고 알려진 버마에서 일어난 정치, 언론 상의 극적 변화일 것이다.

 

버마 내 언론 환경이 상당히 개선되면서 지역 언론 공동체는 이를 흥분된 상태에서 검토하고, 그들의 동료에게 영향을 주는 발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 환경 변화는 잠정적 조치로 보이며, 사법적·구조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진정한 개혁으로 그려질 수는 없다.

 

버마에서 일어난 현상과 비슷한 변화의 조짐이 일부 국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토지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려는 캄보디아, 라오스, 그리고 베트남 등의 풀뿌리 지역 공동체나 정치적 지형을 가시적으로 전환하려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서 의사 표현의 자유는 이러한 변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동남아시아에서 언론 자유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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