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18-10-22   2071

[이야기마당] 마웅 자니(Maung Zarni)에게 듣는 로힝야 이야기

천천히 진행 중인 제노사이드, 로힝야 학살

마웅 자니(Maung Zarni)에게 듣는 로힝야 이야기

 

전은경/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미얀마 군부에 의해 40여년간 진행되어 온 로힝야 학살에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더 이상 제노사이드를 방관해선 안됩니다”

 

지난 10월 22일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에서는 로힝야와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모임 주최로 “마웅 자니(Maung Zarni)에게 듣는 로힝야 이야기”라는 이야기마당이 열렸다. 마웅 자니는 미얀마 버마족 출신으로 로힝야 문제에 천착한 학자이자 활동가로, 로힝야 박해와 학살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자유로힝야연합(Free Rohingya Coalition)의 공동창립자이자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그는 많은 미얀마인들로부터 ‘배신자, 사기꾼, 국가의 적’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이번 강연을 반대하는 ‘재한 미얀마 국민’이란 이름으로 온라인 서명운동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마웅 자니는 강연을 시작하기 전, 두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로힝야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해준 아내와 미국 유학시절 제노사이드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로버트 케일 교수였다.

 

마웅 자니는 로힝야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아내는 ‘당신의 고국 라카인주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 소수민족이 긴 세월 박해를 받고 있는데 알고 있냐’고 물었다. 이 일로 로힝야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2014년 그의 아내와 ‘천천히 타오르는 로힝야의 학살(The slow burning genocide of Myanmar’s Rohingya)’이란 논문을 공동 발표하기도 하였다. 

 

가족의 죽음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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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버마족이면서도 로힝야 박해와 학살에 대해 연구해온 마웅 자니가 10월 22일 참여연대 카페통인에서 로힝야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마웅 자니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캠프에서 만난 두 명의 증언자들 이야기로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하였다.

 

첫번째 이야기는 20대 후반의 여성 이야기였다. 어느 날 아침 아이를 안고 있던 그는 트럭이 도착한 뒤 군인들이 16살 밖에 안된 여동생을 집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놀라 달려갔으나 군인들은 아버지에게 총을 발사했다. 아버지는 고꾸라지면서 뇌가 산산조각났다. 군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버지의 뇌를 닭들에게 모이로 주었다. 

 

다른 이야기는 28세의 마을 행정관 증언이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마을 행정관으로 지목됐다. 어느 날 군부가 마을을 습격했을 때 평소처럼 젊고 건강한 남자들을 공격한다는 것을 알고 그는 집에서 빠져나왔다. 멀리서 보니 자신의 집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 아내와 6개월 된 아이가 있었는데도. 

 

마웅 자니는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탄압을 명백한 ‘제노사이드’라고 규정했다. 그는 제노사이드란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라파엘 렘킨(Raphael Lemkin)의 1942년 논문을 인용하며 제노사이드란 단순히 커뮤니티의 일부 혹은 전체를 학살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intention)’를 가지고 정책적으로 한 그룹의 민족, 종족, 인종, 종교 등 전부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표적이 된 그룹은 낙인찍히고, 학대받고, 고립되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실들이 왜곡돼 체계적으로 무력해진다.

 

미얀마의 ‘공식적인 거짓말’들… 아웅산 수치마저도…

 

그는 미얀마에서 “우리는 로힝야라고 불리는 그룹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가짜 소수민족을 만들어 우리 나라를 파괴하려고 하지마라”, “그들은 식민지 시절 농사를 짓던 벵갈리 이주노동자들에 불과하다” 는 식의 거짓말들이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예를 들었다.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아웅산 수치 역시 “로힝야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마라(Don’t use the word Rohingya)”라며 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마웅 자니는 이 ‘공식적인 거짓말’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많은 문건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964년 발간된 미얀마 정부 자료에는 “로힝야는 버마연합의 소수 민족으로 북부 라카인주가 그들 조상의 땅이며 대부분은 어부나 농부이다”란 기록이 있다.

 

이는 군부가 들어선 지 2년이 지나 발표된 자료로, 로힝야를 미얀마의 시민으로 인정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심지어 영국이 미얀마에 도착하기 전부터 로힝야는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학술 자료들이 있다고 한다. 

 

마웅 자니는 군부가 로힝야를 악마화했기 때문에 다수의 시민들이 로힝야를 “불법 노동자”, “이슬람 침략자”, “거짓 소수민족”, “바이러스”, “국가안보 위해세력”, “불교도의 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얀마 군부가 사람들에게 로힝야에 대한 적개심을 심어놓았는데 이는 시스템적으로 주입된 프로파간다(propaganda) 라는 것이다.

 

그는 “모든 군대는 상상의 적을 만든다”며 “미얀마 군부는 시민들 마음속에 ‘벵갈리(로힝야족을 비하하는 표현)는 적’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면서 체계적으로 그들을 군사화했다”고 주장했다. 마웅 자니는 그래서 불교도, 인권운동가,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감옥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보낸 사람조차도 로힝야족을 적대시하는 파시스트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끝없는 학대와 탄압, 그리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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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웅 자니에게 듣는 로힝야 이야기> 이야기마당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여 그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사진=참여연대>

 

 

마웅 자니는 캄보디아, 르완다, 나치와 달리 로힝야에 대한 박해와 학살은 1978년부터 지난 40년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는 ‘천천히 진행 중인 제노사이드(The slow-burning genocide)’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0년간 로힝야는 거주이동의 제약, 강제노동, 강간과 성추행 등 여러가지 학대와 탄압을 받았다. 

 

미얀마 전체의 의사 1명당 환자 수는 1000명 정도다. 하지만 로힝야족의 경우 의사 혼자 돌보는 환자 수가 16만 명이나 된다. 로힝야족은 아동사망률 역시 미얀마 전체의 4배에 달한다. 

 

산아제한정책 탓에 결혼에도 제약이 있다. 로힝야족은 결혼을 하고 싶어도 5백 달러 정도를 지불한 뒤 2년 정도를 기다려야 결혼을 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지역관리에게 성추행을 당하거나 강간을 당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결혼할 권리를 박탈당한다. 또한 군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결혼을 하게 되면 7년간 구금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피하게 되더라도 아이가 태어나면 불법체류자 신세다.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 무슬림들의 성지, 모스크를 파괴하기도 하고, 이들의 거주지는 초소로 둘러쌓아 ‘열린 감옥’ 혹은 ‘수용소’를 방불케 만들었다.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로힝야족의 문맹율은 80%에 달한다. 즉 미얀마는 국가 차원에서 제노사이드를 자행해왔다는 것이 마웅 자니의 주장이다.

 

마웅 자니는 미얀마의 로힝야족 박해와 학살은 의도를 갖고 한 집단을 완전히 파멸하는 것이고,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모든 기반을 묵살하고 파괴하는 행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미얀마 군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그는 한국의 시민들이 로힝야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였다.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미얀마 제노사이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척하지 말아주십시오. 대우는 미얀마 군부가 사용하는 무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도 제노사이드에… 모른 척 말아달라”

 

4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한 이야기마당은 마웅 자니의 열띤 강연과 청중들의 많은 질문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끝이 났다.

 

“로힝야들은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이 비극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요?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로힝야 난민으로 한국에서 살고 있는 파티마씨의 마지막 질문에 마웅 자니는 “위로하고 싶지만 언제 돌아갈 수 있다고 대답할 수 없어 미안하다. 이것은 명백한 제노사이드이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다시 한번 힘주어 답하였다. 버마어로 주고받은 질문과 응답이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지난 40여 년 간 진행되어 온 로힝야에 대한 박해와 학살. 특히 지난해 8월 25일, 약 2만 5000명에 이르는 로힝야 민간인들이 미얀마 군부에 의해 무차별적인 집단살해, 강간, 방화 등으로 희생되었다. 또한 90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 난민들이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인접국인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유엔 진상조사단(UN Independent International Fact Finding Mission on Myanmar)은 지난 9월 18일, 444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군부의 탄압 행위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며 미얀마의 로힝야 학살 범죄를 ‘전쟁범죄, 반인도주의 범죄, 제노사이드’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미얀마 정부는 여전히 그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마웅 자니의 이번 강연은 스스로를 ‘로힝야’라고 부를 권리마저 부인된, 가장 박해받고 있는 이들과의 연대가 다시 한번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 귀한 자리였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바로보기>>

 


이야기마당

마웅 자니(Maung Zarni)에게 듣는 로힝야 이야기

 

로힝야 집단학살과 대량난민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넘었지만 문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진상규명은 미얀마 당국의 거부로 반쪽짜리에 머물고 있고 90만명의 난민은 열악한 방글라데시 캠프에서 하루하루 어렵게 버티고 있습니다. 

 

로힝야 사태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은 학살을 용인하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결정적 국면은 미얀마 내부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얀마 사회에서는 로힝야 소수민족에 대한 학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기에는 오랜 역사, 정치, 사회, 종교, 문화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로힝야 이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얀마 버마족 이면서도 로힝야 박해와 학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활동해온 마웅 자니(Maung Zarni)를 모시고 로힝야 사태의 배경과 해결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석 부탁드립니다.

 

개요

일시 및 장소 : 2018년 10월 22일(월) 오후 7시, 카페통인(참여연대 건물 1층) 

 

프로그램 

이야기 손님 : 마웅 자니(Free Rohingya Coalition 활동가) 

* 영-한 순차통역 제공

 

주최

로힝야와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모임 

 

문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02-723-5051, pspdint@pspd.org)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 (02-568-7723, asiandignity2016@gmail.com)

 

  • 마웅 자니(Maung Zarni)는 미얀마 출신의 활동가이자 연구자로 자유버마연합(Free Burma Coalition)의 공동창립자이다. 최근 자유로힝야연합(Free Rohingya Coalition)을 공동창립하고 로힝야 이슈에 대한 공론화와 문제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마웅 자니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과 영국의 여러 교육 및 연구기관에서 연구자로 활동해 왔다.
  • 마웅 자니 블로그 https://www.maungzarni.ne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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