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의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 재고해야

 

정부의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 재고해야

새마을 ODA 시범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정치적 명분으로 강행
‘주민의식 개혁’ 같은 일방주의 아닌 상호존중 통한 상생협력 추구해야

 

지난 5월 3일 국무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서면심의를 통해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을 논의·확정하고 향후 5대 중점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국제사회에 확산하라’고 제안한 이후 관계기관이 새마을운동 ODA 사업의 성과와 문제점, 개선방안을 도출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5대 중점과제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신개조’를 강조하는 1970년대식 새마을운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새마을 ODA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추진체계, 사업방식 등의 문제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참여연대는 새마을 ODA가 해당 국가의 빈곤퇴치와 사회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검증도, 평가도 하지 않은 채 새마을운동의 세계화에 집착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행보에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통과한 5대 중점과제는 △새마을 ODA 개념 명확화, △국가별 맞춤형 전략, △사업방식 효율화, △추진체계 개선, △유·무상 연계 강화 및 기업·NGO 참여 확대 등이다. 이 중 ‘새마을 ODA 개념 명확화’를 제외한 나머지 과제들은 새마을 ODA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오랫동안 한국 ODA가 개선되어야 할 방안으로 지적되었던 것이다. 우선 새마을 ODA 개념을 명확히 한다는 취지로 제시된 새마을운동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경쟁과 인센티브’가 과연 개도국 지역사회 개발에 적절하고 효과적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의 경우 새마을운동의 경쟁과 인센티브제도가 마을의 공동체적 유대를 파괴하거나 열악한 경제적 처지로 인해 마을 단위의 경쟁에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한 집들은 마을에서 점점 살기 힘들게 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유엔이 1990년대 이후 ‘인간중심의 개발’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성과중심의 개발’로 되돌리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또 다른 핵심가치로 제안된‘자발적인 주민참여’의 실현 가능성도 문제이다.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 자료를 살펴보면 정부 역시 새마을 ODA 시범사업이 ‘자발적 주민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주민주도로 사업을 기획, 실행하기 위한 자치조직으로 ‘마을개발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주민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실질적 권한은 미흡했으며 사실상 봉사단, 협력관 등 파견인력을 통해 사업이 주도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새마을 ODA 개념을 명확히 한다고 하면서 문제가 예상되거나 새마을 시범사업에서조차 검증되지 않은 가치를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5대 중점과제로 제시된 ‘국가별 맞춤형 전략’은 어떤가? 권역별·국가별 특수성을 고려해 전략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이 방안은 세계화를 겪고 있는 오늘날 개도국 농촌과 1970년대 한국의 농촌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정부가 새마을 ODA 사업 최우선 중점지원국으로 선정한 캄보디아의 경우 농촌 지역은 1970년대 한국보다 훨씬 빠르게 고령화·부녀화 현상을 맞고 있다. 농촌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태국과 베트남, 한국 등 인근 국가로 떠나거나 봉제공장이 있는 도시지역으로 이동하여 정작 농촌에는 농사지을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0년대 한국에서의 새마을운동식 접근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추진체계 개선’과제로 제시한 것 역시 문제다. 이번에 채택된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은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산하 ‘새마을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4개 중앙부처와 1개 지자체(경상북도)가 실시하고 있는 60여 개 사업을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유·무상을 비롯해 수십 개 부처별로 진행되고 있는 ODA 사업들을 조율, 조정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여기에 새마을분과위원회를 신설한다고 해서 부처 간 장벽을 쉽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ODA 자체의 이해도가 낮다고 평가되는 경상북도의 경우 “많은 자금을 오랜 기간” 투입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효과성이 우수하다”며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원조분절화 해소는 물론 원조의 질적 향상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 원조분절화는 중복 예산 집행, 행정비용 증대 등의 효율성 측면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추진체계 개선은 새마을 ODA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넘어서야 하며, 사업 수행평가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얻은 부처들의 사업을 과감히 외교부(코이카) 사업으로 통폐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의 핵심은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국가주도의 정신개조 운동’이었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채택한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도 “정신적인 측면의 주민의식 개혁”을 강조한다. 한국이 개도국의 농촌개발과 빈곤퇴치에 기여하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새마을운동 확산이라는 정치적 명분에 집착하여 과거 한국 개발독재 시절의 획일적이고 국가주의적 정신개조 운동까지 세계화시킬 일은 아니다. 그것은 해당 국가 주민의 역량과 의식 수준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새마을운동 세계화’ 전략을 재고하고, 시민사회, 학계, 전문가 등 각계가 참여하는 가운데 새마을 ODA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과 평가 작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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