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06-09-06   1019

<아시아 생각> 징기스칸의 아시아, 몽골의 민주주의

우리는 아시아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등 아시아를 다시 지리적으로 나누어 부르고 있다. 이런 분류를 하는 동안 아시아에서 잠시 잊혀져 있던 국가가 바로 징기스칸의 나라, 몽골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아시아계 이주인들 중 몽골인이 2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면 모두 놀라는데, 생김새가 워낙 비슷해서인지 주변에서 몽골인을 보았거나 만났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만큼 몽골인은 우리와 비슷하고 가까이 와있지만, 우리는 아직 그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체제 전환’이나 형식적 혹은 절차상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게 되면, ‘민주주의의 공고화’ 내지 ‘실질적인 민주화’라는 과제에 부딪히게 된다. ‘민주화’ 자체가 곧바로 민주주의를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몽골역시 헌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는 이미 갖추어졌지만,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운용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몽골은 1992년부터 신헌법에서 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수용하고, 대통령을 국가수반으로 한 의원내각제 형태를 갖추었다. 몽골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이행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이다. 오래된 유목민의 생활풍속과 마르크스주의 정치이데올로기는 여전히 강하며, 수동적인 국민성과 국가를 숭배하는 전통은 과거 전체주의 지배에서부터 널리 퍼져있던 현상이다. 몽골은 미국에서 흔히 말하는 “God bless you”라는 표현대신, “State bless me”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강하다고 한다.

몽골에서는 사법제도도 아직 미숙하고, 행정부의 행정서비스도 관료주의적이며 권위주의적이고, 의회의 법안 작성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 농촌 인구가 점차 도시로 유입되면서 농촌의 빈곤은 심화되어 가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당과 연계가 닿아야 하는데, 특히 정부 기구나 국영기업에 취직할 때는 더욱 심하다.

1990년부터 시민단체, 기관, 협회들의 설립 과정이 왕성해지며, 2000년도에 공식적으로 1,800여개의 비정부조직이 등록되었다. 2005년의 경우 4,700여개의 비정부조직이 법무부에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에 대한 최근 조사결과 인구의 거의 절반(약45%)이 최소한 하나의 비정부조직 회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몽골의 NGO는 주로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을 기반으로 설립되어 있다. NGO의 80%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있고, 이들 NGO는 청소년, 아동, 여성, 가족, 인권, 사회복지, 국제협력 등의 이슈를 위해 일하지만,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몽골 NGO의 특징은 정당 소속이거나 정당을 후원하는 활동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몽골 정치의 최대 난제는 부패 척결이다. 2004년 조사에 따르면 몽골 국민의 88.9%가 부패가 몽골 전국적으로 만연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몽골의 부패지수는 3.0으로서 부패가 거의 통제되지 않는 정도이다. 2005년 10월에 수행된 조사에서는 국가 관료가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집계되었다. 최근 정계와 사기업간의 연계가 강화되면서 정경유착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몽골은 민주적 제도들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의 둔화와 민주적 제도들 속에 위치한 부패의 고리 등으로 인해 제도의 운영이 민주적으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몽골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점에서 우리의 과거 정치를 떠오르게 한다.

최근 몽골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만과 시위운동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회입법안을 무효로 하거나, 정부 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사임 압력을 가하는 등 정치적 민주화를 위한 운동이 활발하다. 몽골의 전통적 문화인 국가에 대한 신봉이나 NGO와 정부 및 정당과의 친밀한 관계는 순수한 NGO로 거듭나기 위해 넘어서야 할 과제이며, 진정한 시민사회 정착을 위한 실마리를 풀어야 할 지점이다. 몽골의 시민사회를 고민해보면서, 지금 현재 한국의 시민사회와 NGO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은경(한국여성개발원 전문연구원,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