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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윤리
  • 2009.02.12
  •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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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퇴임 고현철 대법관에게 사법불신조장 사건수임 자제요청 편지보내

7일 퇴임한 2명의 고등법원장에게도 최종근무법원 사건수임 자제요청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다음 주 17일로 대법관직에서 물러나면서 35년의 법관생활을 모두 정리하는 고현철 대법관에게 퇴임 후 변호사개업을 하더라도 대법원 사건을 일정기간동안은 수임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편지(별첨)를 오늘 보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과 사법감시팀장의 이름으로 보낸 이 편지는 지난 7일자로 퇴임한 오세빈 당시 서울고등법원장과 박용수 당시 부산고등법원장에게 보낸 같은 취지의 편지에 이은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이 편지에서 고 대법관이 퇴임한 후 1년 또는 최소한 6개월만이라도 대법원의 사건을 수임하지 않음으로써 먼저 퇴임한 대법관들이 퇴직한 지 얼마 안 돼 대법원의 사건을 수임하여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하는 국민적 불신을 초래한 일을 반복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한편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 나온 신영철 대법관 후보자는 대법관 임기를 채우고 퇴직하면 변호사 개업이 아니라 후학양성 등 다른 길을 고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개업을 하지 않은 경우는 2004년에 퇴임했던 조무제 전 대법관이 유일했습니다.

▣ 별첨
고현철 대법관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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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짐을 내리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대법관님께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고현철 대법관님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소장직을 맡고 있으며 건국대학교 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상희와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근용입니다.

저희들은 대법관님보다 조금 앞서 2월 7일자로 법관직에서 물러난 오세빈 전 서울고등법원장과 박용수 전 부산고등법원장께 며칠 전 한 통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저희 두 사람이 대법관님께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 두 분께 편지를 보냈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2월 17일이 되면 대법관님은 6년 임기의 대법관직을 물러나시는데 실은 대법관직뿐만 아니라 법관 생활을 모두 마감하고 시민들 속으로 돌아오십니다. 1974년 2월에 법관에 임용된 뒤 지금껏 사법부에 몸담으셨으니, 만 35년 동안 어깨에 지고 있던 큰 짐을 내려놓으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법관은 판관으로서 신의 역할에 비유될 정도로 중차대한 직책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가를 중대한 판결을 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약자들의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대법관님은 그동안 법관으로서 적지 않은 부담 속에서 한 평생을 보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그동안의 수많은 수고를 내려놓고 이제 시민들 곁으로 돌아오는 대법관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지만, 2003년 2월 대법관님께서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되었을 때, 저희 참여연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고현철 후보지명자는 후배 법관들의 신망이 두터운 전형적인 조용한 판사 스타일의 법관이다. 서울행정법원장을 역임한 그의 이력에서 나타나듯 행정법 분야에서 많은 중요한 판결들을 남겼는데, 전반적으로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서 행정편의 위주의 판결이 아닌 국민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물론 저희는 이런 긍정적인 평가 이외에도 대법관님을 향해 아쉬움을 표한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상지대학교 임시이사들의 정이사 선임을 무효라고 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07년 5월에 판결했을 때, 대법관님께서는 다수 의견측에 섰습니다. 저희는 그 판결이 사학비리 척결이라는 관점에서도 그렇거니와 법리적인 면에서도 잘못된 판결이라 성토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편지를 보내드리는 것은 대법관님께서 법관 생활중 선고한 판결에 대한 감사인사나 아쉬움을 전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대법관직에서 물러나신 후와 관련하여 간곡하게 부탁 하나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그리 탐탁한 부탁이 아닐 수는 있겠으나, 곰곰이 숙려하여 주신다면 그것 자체도 의미 있다고 여겨집니다.

대법관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전관예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퇴직한 판사와 검사가 재판이나 수사과정에서 후배 판사와 검사한테서 어떤 특혜를 받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대법관님이 몸담고 있는 대법원도 그 논란과 불신의 대상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음을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몇 년 전의 조사에 의하면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사건 중 2/3이 대법원 사건이며, 그 분들이 수임한 형사사건의 절반 이상이 뇌물이나 조세포탈, 배임·횡령 등 반사회적 범죄사건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대법원에도 전관예우의 악습이 여전한 듯 하며, 더구나 법조계의 원로라고 할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의 보호나 인권의 옹호, 정의의 실천 등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향이 강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과거의 폐단이었을 뿐 최근에는 ‘전관예우’는 없다는 법원 관계자들의 이야기도 없지 않습니다. 저희들 또한 문명된 오늘날에 그런 일들이 있을 리는 없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 것은 이 전관예우의 존재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입니다. 모든 국민이 무한하게 신뢰해야 할 사법절차와 사법기관, 그에 종사하는 법률가 사회 전체가 이 ‘전관예우의 의혹’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불신받고 있으며,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마저 시민들의 비난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 아닌가 합니다.
 
선배 법관이 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호사가 되어 같은 법원에 근무하던 후배 법관 앞에 서면, 그 후배 법관이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이 원초적 의심은 아무리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쳐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법관이 퇴직한 후에 대법원 사건을 수임하면 같이 근무했던 동료 대법관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심은 당사자들이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아무리 외쳐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최고의 법관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그 대법관을 사표로 삼고 그의 뒤를 밟고자 하는 재판연구관들에게는 퇴임 후 변호사가 되어 상고이유서를 내미는 모습은 그 자체 일종의 압박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법부도 많이 고민했고, 대법관님께서 참여하는 대법관회의에서도 퇴직 법관이 변호사로 최종근무법원에 등장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법관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변호사가 퇴직한 뒤 1년 이내에 최종 근무법원 형사사건을 수임해 선임계를 냈을 때 그런 사건을 특별히 관리하고 퇴직 판사와 관련성이 없을 재판부에 배당하는 ‘법관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도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방식도 워낙 고육지책인지라 금방 문제가 발생해서 다른 방법으로 사건을 배당하는 방식으로 예규를 수정하기도 하였습니다.
후배 또는 동료 법관에게 부담을 주는 것과 함께 사법부와 사법절차에 쏟아지는 곱지 않은 국민의 시선, 불신감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만들기 위해 대법원이 고심했을 것임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지난 해 여러 달에 걸쳐 로스쿨 진학을 꿈꾸던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앞서 퇴임했던 여러 고등법원장들과 지방법원장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내역 일부를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김진기 전 대구고법원장님, 박행용 전 광주지법원장님 등 2004년 이후 퇴직한 분들이, 퇴직 직후에 최종 근무 법원의 사건을 얼마나 빨리 수임했는지를 조사한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저희가 상상한 것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퇴직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최종 근무 법원의 사건을 수임한 경우도 있고, 한 달 이내에 수임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 실태가 어떤지 궁금하시다면 저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 연락주시면 바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저희도 놀랬지만 로스쿨에 진학하여 미래의 법률가가 되기를 꿈꾸던 그 학생들도 많이 놀랐습니다. 그 실태조사 자료를 준비했던 참여연대의 젊은 상근자들 사이에서는, 그 분들은 법관생활을 30년씩 하다가 퇴직했을 텐데 한 달 정도 마음 놓고 쉬지도 않으시나, 경제력도 있을텐데 보름이나 한 달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올 생각도 왜 안 했을까 하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법관들의 경우를 따로 조사하지는 못했지만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대법관님께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실지 아니면 다른 길을 선택하실지 아직 아는 바가 없습니다. 통상 다른 분들이 해 오셨던 것처럼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여시거나 어떤 법무법인에 영입되시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입니다.

다만, 외람된 바람이 있다면 만약 퇴임 후에 변호사로서 활동을 한다 하더라도, 대법관님께서 35년 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해 생활해 온 법원, 그리고 계속 법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후배 법관에게 부담이 되는 것만은 피해주셨으면 합니다.
퇴임 한 지 1년, 아니 반 년 만이라도 대법관님께서 마지막으로 근무하신 대법원의 사건을 수임하는 것만은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최소한의 냉각기’라 생각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대법관님께서는 법관생활을 모두 정리하시기로 마음먹으면서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할 것인지 이미 다 생각해두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앞으로의 생활을 구상했던 것 안에 저희가 오늘 부탁드린 것이 끼워들 여지가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법관님의 퇴임과 그에 이은 변호사개업을 학수고대하면서 궁지에 빠진 사람들을 ‘전관예우’라는 말로 현혹시켜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을 그 법원브로커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혹은 선비는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치지 아니하며 외밭에서 신발끈을 묶지 않는다는 말처럼 비록 오해에서 나온 말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전관예우’의 폐단을 걱정하며 사법정의를 갈구하는 우리 모든 시민들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실제 우리 사회는 아쉽게도 고위법관 출신의 법조인으로 세간의 존경을 받는 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위관직에 올라 ‘거악의 척결’을 외치더니 불과 며칠사이에 퇴직하여 비리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재벌총수의 변호인이 되어 그의 뒤를 따라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서는 억장 무너지는 현실의 경험이 더 크게 인식되고 있을 뿐입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저희는 법률가의 표상이 되어 많은 이의 존경을 받을만한 법률가를 한 분씩 더 갖고 싶습니다. 우리 시민들에게는 지금 그런 분이 대법관직에서 물러나신 후 변호사 개업의 길 대신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경험을 전수하는 길을 택한 조무제 전대법관 밖에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부디 바라건대, 이런 귀감이 되어 주십시오. 후배 법관들에게는 퇴임 후 이렇게 처신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라는 점을 보여주시고, 우리 시민들에게는 오늘날 우리 법원은 이렇게 건전해졌습니다라는 감흥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35년 법관생활을 마감하고 이제 사회의 품으로 들어서시는 대법관님께서 정녕 시민들이 존경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법률가가 되어 주길 성심으로 요청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내 강건하십시오.

2009년 2월 12일

한상희, 박근용 드림

JWe2009021210.hwp

보도자료 및 편지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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