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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2000.10.01
  • 1347
나이 서른 하나되던 올 1월 27일과 28일. 기자는 난생 처음으로 말로만 듣고 TV에서나 보던 스키장에 찾아갈 기회를 가졌다. 기자 외에도 난생 처음 스키장을 찾은 동행자는 35명. 바로 과거 춘천소년원이라고 불리던 춘천시 소재 신촌중학교 학생들이었다. 법무부는 이날 학생들에게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심,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 강원 고성군 진부령 알프스스키장에 '스키 캠프'를 열었던 것. 그렇게 기자와 학생들은 스키 초보자 교육을 받았다. 소년원생들과 이틀을 함께 보내는 동안 흔히 비행청소년이라고 부르는 원생들에 대한 편견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눈 위에 넘어지는 것을 겁내면 안돼요. 중요한 건 다시 일어서는 일이에요."

강사의 가르침을 조심스레 따라 하는 원생들의 눈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2학년 김모군(15)은 "처음에는 다리도 아프고 힘이 많이 들었지만 다음날 스키를 타고 눈 비탈을 내려올 때는 정말 신이 났어요. 나도 스키를 잘 탈 수 있어요!"라며 즐거워했다. 첫날 스키교육이 끝난 첫날 밤 캠프파이어 시간. 원생들과 교사 10여명은 타오르는 모닥불을 둘러싸고 흥겹게 노래와 게임을 하며 한 덩어리가 됐다.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지나온 생활을 돌이켜 생각하는 '촛불의식'을 하는 동안 일부 원생들은 눈을 붉혔다. 동행한 한 여기자도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달라진 법무행정

소년원생들의 스키장 나들이는 그들에 대한 달라진 법무행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동력은 김정길 법무장관의 남다른 '소년원생 사랑'이다. 스키장 나들이 열흘전인 1월 20일. 구 서울소년원인 경기 의왕시 고봉중실업고등학교에서는 교내 '종합정보처리교육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장관이 직접 참석해 원생들을 상대로 '훈화'를 했다. 김장관은 마치 교장선생님처럼 미리 준비해온 재미없는 훈화를 조용조용 읽어 내려갔다. "여러분을 생각하면 내 아들 같고 손자 같아서…." 이 부분에서 김장관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한동안 흐느끼더니 손수건으로 눈을 훔쳤다. 기자의 눈에 그 눈물은 진실했다. 기자의 마음도 찡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강당에 모인 280여명의 소년원생들 중에 적어도 한두 명은 장관의 훈화가 아닌 눈물로 인해 이제와는 전혀 새로운 인생을 결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장관은 이날 점심식사를 원생, 학부모와 함께 보리와 쌀이 2대8로 섞인 밥과 쇠고기국으로 함께 하면서 원생들을 격려했다. 그는 또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해 희망찬 새 천년의 주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서한을 적은 영어사전을 원생 280여명에게 선물했다.

첨단시설과 최신교육

80년대 후반까지 낡은 교실과 낡은 책상에 앉아 '학교 탈출'만을 꿈꾸었던 기자에게 이날 둘러본 '종합정보처리교육센터'역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1층 컴퓨터 교육장. 40명의 학생들이 펜티엄Ⅲ 컴퓨터 앞에 앉아 영어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각자의 유리책상 아래에 30도 각도로 위치한 모니터에는 옆방 어학실에서 다른 학생 20명을 가르치고 있는 여선생님의 상반신이 살아서 움직였다.

"따라해 보세요. We went for a swim yesterday." 학생들이 착용한 헤드폰을 통해 선생님의 음성이 들리고 모두들 큰소리로 선생님의 발음을 따라 읽었다. 영어시간이 끝나자 학생들은 재빨리 인터넷에 접속,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를 뒤지기도 하고 E메일로 보통 학교에 다니는 동네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이미 자기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원생도 10여명이나 됐다. 센터 덕분에 소년원생들은 서울의 중고등학교들도 갖추기 어려운 이같은 첨단 시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99년 9월부터 전국 12개 소년보호교육기관의 컴퓨터 교육장에 펜티엄Ⅲ급 컴퓨터 1147대를 설치하고 멀티미디어 어학실 338석을 운영중이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컴퓨터들은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연결돼 3월부터 전국의 소년원생들은 동시에 '이름난' 강사의 강의를 듣고 볼 수 있다. 현재 전국 소년원에는 원어민 영어 강사 25명을 포함, 200여명의 전문 강사가 2200여명의 학생들에게 실용 영어와 컴퓨터 교육을 주 10∼38시간씩 가르치고 있다.

'이제 소년원은 없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이제 소년원은 없다'는 것. 법무부는 올 8월30일부터 9월6일 사이에 전국 11개 소년원 중 5개를 '정보통신 중고교'로 개편하고 6개는 '정보산업학교'라는 특성화 학교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문을 열었다. 개명과 함께 이들 학교는 컴퓨터 애니메이션과(科)와 멀티미디어 정보통신과, 컴퓨터 산업디자인과, 경영정보과 등의 첨단 학과를 신설해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소년원의 변화는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 소년원에 들어온 청소년들을 장래의 '신지식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김장관의 방침에 따른 것. 전임 박상천 장관이 이런 저런 법을 스스로 만들며 입법에 치중하는 스타일이었다면 김장관은 소년원과 교정개혁에 치중하는 스타일. 때문에 법무부에서는 과거 한직처럼 여겨졌던 보호과 등이 '요직'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국내 언론들은 이같은 변화를 '당연한 일'로 여기면서 보도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반면 일본 언론은 김장관 취임이후 한국 소년원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이미 9월 20일 일본의 NHK가, 요미우리TV가 10월2일 소년원 현장을 방문해 취재했다. 또 일본 보호사 16명이 9월 27일 서울소년원을 견학하는 등 지난해 9월 이후 외국인 견학자는 161명에 이르고 있다. 박영렬 공보관은 "비행 청소년이 새로운 삶을 살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최근 법무부의 역점 사업이며 청소년들에 대한 투자는 이들이 재비행을 방지해 불필요한 국가 비용을 줄이고 사회 안정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 기자(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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