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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2000.10.01
  • 1892
대법원이 서소문에 있던 시절, 몇 차례 법원도서관을 찾았던 필자는 도서관이라기보다 도서실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처럼 비좁은 대법원청사의 구석에 위치한 것을 보면서 한 나라의 법률자료의 본산이라 하기에는 질이나 양에 있어 매우 초라한 모습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 후 서초동 시대로 오면서 법원도서관은 가히 환골탈태를 하였다는 말이 적절하다. 다소 위압감마저 주는 대법원청사의 한 날개에 자리잡은 쾌적하고 넓은 공간, 국내외의 법률서적만 15만여권 규모의 장서, 잘 정리된 분류와 배치 등은 이제 우리나라의 법률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공간으로서 자부심을 가질만한 모습을 갖추었다. 대학에서 법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법원도서관은 기댈만한 언덕이 되었다.

법원도서관의 환골탈퇴

특히나 법원도서관의 실적 중 꼽을만한 것은 법률자료의 전산화이며 이것의 가장 큰 열매가 바로 '법고을'이라는 CD롬과 대법원홈페이지의 종합법률정보센타이다. 대법원홈페이지는 전문연구자는 물론 일반인도 수시로 들어와 다양한 검색을 통해 가장 최근의 판례와 법령의 검색은 물론 각종 민원안내, 재판진행상황까지 속보로 알 수 있어 정부사이트 중 가장 애용되는 사이트가 되었고 그만큼 법원이 일반에게 다가가는데 핵심적인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게다가 누구에게나 실비로 제공되는 법고을 CD는 판례와 법령 그리고 각종 평석과 문헌 등을 유기적으로 조직하여 편집함으로써 특히 나처럼 전문연구자에게는 연구에 드는 수고를 줄여 연구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도구가 되고 있다.

폐쇄적인 접근성

이처럼 짧은 시간에 질과 양에서, 또 정보화 시대를 앞서가는 면에서 큰 발전을 이룩한 데 대해 법원도서관 관계자들의 수고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먼저 법원도서관이 온라인(On-line)상으로만 열려있을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Off-line)으로도 좀더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의 간부가 자료조사차 법원도서관을 방문하였다가 이용자격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거절당하고 왔다고 한다.

필자도 몇 차례 이용해본 적이 있지만 수위실에 신분을 밝히고 수위가 도서관에 확인전화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한 번은 캐쥬얼한 복장으로 갔다가 직원으로부터 면박을 당한 적도 있다. 한 마디로 도서관자료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큰 특혜를 베푸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법원도서관 관련규정을 보았더니 법원도서관규칙 제2조에는 관장사무를 「도서관은 재판사무를 지원하기 위하여 도서 기타 도서관자료 및 사법자료를 수집·정리·보존·편찬·발간하며, 도서관자료 및 사법자료에 관한 정보제공과 도서관봉사를 행한다」고 되어있다. 이러한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고자 함인지 운영안내에 보면 열람대상자를 「1) 법관 및 법원공무원 2) 검사, 검찰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사법연수생 및 대학교수 3) 국가기관과 연구기관의 임직원으로서 소속기관장의 의뢰로 도서관장의 승인을 얻은 자 4) 기타 상당한 이유가 있어 도서관장의 승인을 얻은 자」로 한정하고 있으며 일반이용자들은 홈페이지를 이용하라고 정하고 있다. 결국 관장의 사전 승인 없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자로는 법조관계자들과 대학교수뿐이다.

물론 법원도서관이 대법원의 부속기관의 하나로 재판사무의 지원이 본래의 취지라고 하여도 법원 외의 법률지식의 수요에 대한 봉사기능도 담당사무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국회도서관도 그 직무를 국회의 입법활동지원을 위한 도서관봉사로 정하고 있지만(국회도서관법 2조1항), 동조 3항에서는 「도서관은 제1항의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안에서 국회이외의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단체, 교육·연구기관 및 공중에 대하여 도서관봉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여 공중에 대한 도서관봉사를 명시하고 있다.

이를 이어받아 '국회도서관운영에관한규칙'에서는 대외도서관봉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로서 「1. 정부기관, 공공단체, 연구기관 및 언론기관의 임·직원 2. 각급학교의 교수, 교사 및 강사 3. 대학원에 재학중인 자 4. 기타 도서관소장자료가 필요하다고 관장이 인정하는 자」를 열거하고 있다.(동규칙 12조) 나아가 관장의 허가를 얻은 관외대출제도(동 규칙 14조 1항)까지 정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운영방안 필요

필자는 자료조사차 몇 차례 법원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매번 도서관 시설의 이용자가 거의 없어 넓은 공간이 휑하게 느껴졌다. 국가의 예산으로 매년 많은 돈을 들여 사들이고 정리하는 이 자료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빈번히 이용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를 위해서는 법원도서관이 완전히 일반에게 개방된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의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예 도서관에 별도의 출입구를 설치하여 좀 더 많은 일반인들이 아무 부담 없이 즐겁게 도서관의 시설과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내부인에게만 폐쇄적으로 운영하기보다 많은 일반인들에 의해 이용률이 높아질 때 도서관의 존재의의는 더 높아지고 우리 나라의 법률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법률문화의 발전이란 법적 현상에 대한 학문적 축적이 진전되고 그것이 널리 공유되는 시스템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법원도서관이 적어도 국회도서관수준의 개방적 체제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많은 법과대학이 있지만 다들 영세하여 일정한 수준의 장서를 갖춘 곳이 별로 없는 실정에서 법원도서관의 개방은 우리 법학의 발전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리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외부인들에게 복사지를 사 가지고 오라는 식의 어정쩡한 방식이 아니라 유료복사기를 도입하여 철저한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 실무자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되 학계와 일반에게 널리 개방되어 사랑받는 법원도서관이 되기를 바란다. '사법도 국민에 대한 서비스'라는 정신이 법원도서관의 운용에 있어서도 지침이 되어야 한다.

김동훈 | 교수(국민대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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