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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1995.12.11
  • 1000
- 김영삼 대통령의 발언에 나타난 反법치적 성격-
대통령은 전근대의 王처럼 국민을 지배하거나 통치하는 자가 결코 아니다. 그는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헌법을 수호할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으며, 그의 권한도 이런 책무의 수행을 위해 선거를 통하여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았을 뿐이다.

대통령은 왕인가?

그러나 아직도 국민들이 대통령을 '합법적인 왕'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김영삼 대통령의 통치스타일, 그가 행한 발언,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그의 언행을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태도를 볼 때 법치주의가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 '가부장적'이며 '문민독재'라고 비판받는 김영삼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은 상당부분 그의 개성에 기인한다고 인정하더라도, 실정법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민주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할 수 없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기본인 법치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김 대통령은 그런 '반법치적' 발언을 여러 차례에 걸쳐 행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지난 6개월간의 대통령의 그런 발언들을 일간신문을 기초자료로 하여 조사하고 그 반법치적 성격을 분석하였다. 이런 조사와 분석을 통해 인식하지 못했거나 인식했더라도 그냥 넘어갔던 대통령 발언의 반법치성을 드러냄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구현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의 바른 자세, 그리고 법치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요컨대, 법치주의는 삼권분립에 따른 민주적 조직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에 의해 제정된 법에 따라 다스리는 것을 말하며, '피치자의 동의에 의한 통치'라는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대통령 발언의 반법치성에 관한 지금부터의 논의는 이러한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전개하도록 하겠다.

김 대통령은 기초자치단체 선거공천배제 여부를 둘러싼 민주당 의원들의 의장공관 점거사태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책임있는 사람이 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런 태도가 무엇이냐. 뭣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러고서도 어떻게 길거리를 다니느냐."고 질타했었다. 누구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황의장을 겨냥했음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동아일보 95. 3. 21.)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 직책으로서, 국회의 무기명투표로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당선된다. (국회법 제10조 . 15조)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이라면, 국회에서 선출되어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국회의장을 대통령이 질책하였다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과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반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아니할 수 없다.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삼권분립론은 국가작용을 입법, 사법, 행정의 3개의 다른 작용으로 나누어서 각 작용을 각기 다른 구성을 가진 독립기관에 담당케 하여 권력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자유주의적인 정치조직원리로서 로크(J. Locke)에 의해 주장된 후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념의 하나로 자리잡았으며, 우리 헌법은 현대의 여러 정치체제 가운데서도 더욱 삼권분립에 충실한 대통령중심제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삼권분립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나, 국회의장을 질책함으로써 그 의정활동 수행에 개입할 권리는 대통령에게 부여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야당의 의장공관 점거사태가 여당의 법안날치기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되었음을 감안할 때, 파행적 국회운영을 간접적으로 종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그의 발언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편법을 조장하는 반법치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대통령의 총선지원 의지

김 대통령은 또 "내년의 15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는 민자당 총재로서 당후보들을 위해 직접 유세 등 선거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조선일보 95. 4. 27)

아마도 이 글에 나온 김대통령의 여러 발언 중에서도 매스컴에 의해 그 반법치성이 가장 뚜렷하게 지적된 발언일 것이다. 여야가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풍토의 정착을 위해 93년말 개정했던 통합선거법(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60조 1항에선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이외의 정무직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공무원법 제2조 3항에 따라 대통령은 정무직 공무원이므로 현행법상 대통령은 선거지원 유세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위의 발언은 현행법에 대한 무지의 결과에서 나온 반법치적 발언으로서, 이후 여권에서 조차도 여론의 반발을 염려한 나머지 선거지원유세에 대해 법률개정이후에 가능한 일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13일 "이번 지방선거는 반드시 깨끗하게 치러 선거혁명을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사람은 6개월 안에 자격을 박탈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95. 5. 13.)

위의 발언은 부정선거를 척결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동기가 어디에 있든간에 법의 규정에 바탕을 둔 발언이 아니면 반법치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이 발언 역시 반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통합선거법(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22조와 223조에 '대통령선거 및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선거 혹은 당선의 효력에 관하여 이의가 있는 정당 또는 후보자는 선거일로부터 30日이내에 당해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피고로 하여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제225조에선 선거에 관한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日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정에 의해 당선된 사람을 자격박탈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는 방법은 오직 위의 통합선거법 규정에 따라 대법원에 선거소송 또는 당선소송을 제기하고 선거무효 또는 당선무효 판결을 받음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며, 부정선거의 여부도 재판에 의해서만 밝혀지는 것이다. 그런데 김 대통령은 사법부의 권한과 직무영역에 속하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마치 자기 임의로 부정당선자를 가려내고 자격박탈시킬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며, 이 또한 명백한 삼권분립주의의 부정인 반법치적 발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6개월 안에'가 제225조의 '180日이내에 처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면, 그나마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 정도는 알고 있었음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일일까?

김영삼 대통령은 "한국통신노조가 작년 5월부터 정부의 통신정책에 대한 반대투쟁을 전개하는 등 불법적 행위를 계속해 정보통신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국가전복의 저의가 있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분규 차원이 아니라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사태로 보기 때문에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고 "법을 어기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경고는 한국통신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공권력을 투입해 불법파업관계자들을 전원 의법조치하고 통신업무를 정상화하겠다는 강경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95. 5. 20.)

'파업을 강행할 경우'라는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점에서 한국통신(이하 한통)노조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었을 뿐, 실질적인 파업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노동법 어디에도 파업을 준비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대목은 없다. 또 피고용자가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정책에 관여한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공기업의 경우라 할지라도 전혀 금지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민주적 기업운영의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통노조의 행위를 불법이라고 단정지은 김 대통령의 발언은 '법'이란 말을 섣불리 끌어쓴 데서 비롯된 반법치적인 것이라 하겠다.

대통령의 제3자 개입

더욱이 김 대통령은 한통노조의 행위에 '국가전복의 저의가 있다'고 규정지었다. 어떻게 보든 '국가전복'이라는 말은 다분히 과장된 것이고 감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이 분명하며, 이 말을 사용함으로써 한통노조가 반국가세력과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은연중 내비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전복'을 운운한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와 회사, 그리고 국민의 태도에 영향을 주어 쟁의문제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노동쟁의의 당사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노동쟁의 조정법 제13조 2항에 규정된 '제3자 개입금지'에 반하는 것이며, 이런 면에서도 그의 한통노조파업 관련 발언은 반법치적인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22일 "정부는 이번에 북한에 무상지원키로 한 15만 톤 외에 앞으로 더 줄 예정"이라면서 "우리가 가진 쌀이 없으면 외국에서 사서라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6.25 전쟁 45주년을 앞두고 당시의 종군 연예인 1백 2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북한의 식량사정이 대단히 나쁘다"며 그같이 밝히고 "외국 쌀값은 우리의 3분의 1이며 우리가 그런 돈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95. 6. 23.)

외국 쌀값이 3분의1이든 10분의1이든 간에 그에 드는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예산을 확정하여 마련된 국가재정을 대통령 개인이 쌈짓돈 쓰듯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며,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지출엔 반드시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만 할 것이다. 헌법 제56조는 "정부가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쌀을 사는 돈이 정부의 예산에 포함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 국회의 동의없이 대통령 직권으로 외국 쌀을 사겠다고 하는 것은 김 대통령의 독단으로부터 나온 반법치적 발언임에 틀림없다.

"쌀 사서라도 주겠다."

물론 쌀 구입비를 예비비 등 용도미정의 예산항목에서 충당할 방법도 있을 것이고, '우리가 그런 돈은 갖고 있다'는 발언은 그러한 근거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그의 발언이 진지한 법적 고려가 결여된 인기성 발언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며, 이 발언에 국민들의 많은 비판이 가해졌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 점은 명백하다.

김영삼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민자당 의원들에게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에 대해 언급, "이것은 살인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행 법률로는 안되므로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이번 임시국회 회기중 개정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국민일보 95. 7. 5.)

만일 법의 소급효를 인정한다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국민에게 불안감과 법에 대한 불신감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으므로 어떠한 법이든 시행기간 중에 생긴 사항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시행기간 이후에 생긴 사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를 법률불소급의 원칙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2항에는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어서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곧 삼풍사고의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다스릴 수 있도록 소급입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분명한 반법치적 발언이다. 또한 사법부의 고유영역인 범죄의 판정에 대해 "살인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단정한 데서도 반법치적 성격이 드러난다. 물론 사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서도 장사에 눈이 어두워 대규모의 인재를 부른 삼풍사고의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여론이었으며, 김 대통령도 아마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대통령이란 기분에 따라 아무 발언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며, 그 영향력을 생각할 때 발언에 앞서 마땅히 법적인 고려가 선행되었어야 했음에도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김 대통령의 독단과 법률에 대한 무지의 또다른 증거가 될 것이다.

민자당은 대통령의 임기 만료 '1년 전부터 90일 전까지'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자를 선출토록 돼있는 현행 당규를 개정, '1년 전부터'를 삭제하고 '90일 전까지' 선출하면 되도록 바꾸기로 했다. 이같은 당규개정은 또한 민자당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 국정전반을 확실한 자기책임 아래 운영하겠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후반기 구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 차기 대통령후보 선출시기의 시발점 규정을 없애는 등의 당헌당규개정은 김영삼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다. (동아일보 95. 8. 19.)

헌법 제8조 2항에서는 "정당은 그 목적,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라고 하여 정당 운영이 민주적이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의 민주정치는 대의정치이며 대의정치는 정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므로, 정당정치의 성공 여부는 곧 민주정치의 성공여부와 직결되는 것이다. 곧 정당의 운영이 민주적이어야 민주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정당정치 하에서 국회의원의 행동이 그 자신의 결정보다 정당의 결정에 구속받는 현상도 정당 내부의 정책결정과정을 민주적으로 함으로써 민주이념에 부합하게 되는 것이다.

청와대 법원, 김영삼 판사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이번 당헌당규 개정안은 강력한 총재친정체제 확립이 주요내용으로, 그 내용이 비민주적임은 물론, 개정의 절차도 민주적 절차와는 거리가 먼 상명하달식이었다.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적 체질을 갖춘 건강한 정당들의 존재는 바로 정치발전, 나아가 국가발전의 전제조건이다. 아무리 정치는 현실이고 선거에서의 승리가 절대절명이라 해도 권위주의적 1인 지배정당으로 후퇴한다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정당의 민주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아닌 당의 총재로서도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적이고 법치적인 정당정치 구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가장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이 헌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지시를 내린 것은 반법치적인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김영삼 대통령은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을 만나 지난 14대 대통령선거 당시 불편했던 관계를 해소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또 정회장에게 '이제는 딴 생각을 하지말고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동아일보 95. 8. 20.)

개인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의 행위를 선택할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본권의 하나이며, 이러한 자유는 아무도 간섭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정주영씨와의 면담에서 '딴 생각을 하지말고 경제에 전념하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그의 영향력에 비추어볼 때 결과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간섭으로 볼 수 있다. 또 '딴 생각'이라는 것이 '하라는 경제는 하지 않고 쓸데없이 정치에 뛰어들려는 생각'이란 의미로 쓰였단 점에서 참정권마저도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재벌의 정치참여와 정경유착으로 비판받아 마땅한 행태를 보인 정주영씨이지만, 문민정부 성립후 현대에 대한 경제제재와 대통령의 발언은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먼것이라 하겠다.

이상에서 최초의 문민 대통령이 남긴 몇가지 발언을 분석하여 거기에 나타난 반법치성을 밝혀내고 비판하여 보았다. 법질서를 수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이 독선적 사고방식, 법에 대한 무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반법치적 발언을 행하여 왔는지를 볼 수 있었으며 이러한 발언들이 대개의 경우 정당한 비판없이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런 비민주적 사고방식, 무비판적 수용자세는 앞으로 반드시 시정되어야만 한다.

'통치'에서 '법치'로

우리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대통령은 헌정 질서 위에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서 흔히 통치권이니, 통치권자니 하는 표현을 많이 하고, 또 그런 표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또 이때 사용되는 '통치'란 말은 법의 논리를 초월한 정치의 독자적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기도 하다. 노태우 대통령도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에 대해 해명하면서, '통치자금'이라는 법률용어사전에도 없는 용어를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한 발언은 한 개인이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다수 국민들이 '통치'라는 말에 치외법성을 용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김 대통령의 반법치적 발언이 많은 것도 바로 그런 의식이 대통령 자신에 영향을 미친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가 통치자가 아닌, 법에 의해 권한을 위임받은 국민의 대리자임을 깊이 깨닫는 일일 것이다. 국민들 역시 더이상 정치를 법 이외의 어떤 것으로 보지 않고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으로 인식해야 하겠다. 법이 제자리를 찾을 때 진정한 민주정치도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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