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2000-10-01   1425

[15호] 참여연대 인사평가서 총평-대법관 인사총평

대법관 인사 총평

대법관 인사에 대한 평가에 앞서 우리는 먼저 여야의 정략적 이해다툼으로 이번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부실하게 진행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한다. 여야간의 위원장선출을 둘러 싼 다툼으로 국회대법관인사특위는 열흘의 사전조사기간 중 절반을 허송함으로써 충분한 자료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증인과 참고인 선정에 대한 사전협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오는 6, 7일 열리는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부실이 예상됨으로써 사상 초유의 대법관 인사청문회라는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마땅히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장막에 가려진 후보추천과정

우리는 대법원장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또한 어떤 과정을 통해 후보자를 추천했는지 알 수 없다. 대법원장 개인중심의 정보취득과 판단의 편향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대법관 추천위원회'를 법원 내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

대법관 문호 개방 필요

우리 헌법은 대법관의 자격을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판사, 검사, 변호사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대법관에 대한 문호의 개방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선진외국의 예처럼 외교관이나 법학교수와 같은 직역도 대법관 임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검사출신 대법관의 임용관행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 법조에서는 검찰조직의 이해를 대변할 '몫'으로 검찰 출신 대법관 한 자리를 당연히 보장해주는 것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검사 출신이 모두 대법관의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검사의 사회적 기능과 대법관의 사회적 기능에 엄연한 차이가 있음에도, 검사출신의 '몫'이 당연하게 보장되는 현재의 인사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민주성'과 '개혁성'이 돋보이는 후보 부재

추천된 6인의 후보자들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무난'하다는 의견이 법조계 내외의 대체적인 평가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자료로는 후보자들의 법률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나 도덕성 및 청렴성은 그다지 문제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권위주의체제로부터의 탈피와 민주주의의 안착을 시대적 과제로 하고 있는 현 시기에 가장 강조되어야 할 덕목이 민주적 소신과 개혁적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이 기준에 적합한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강압수사와 증거은폐의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총지휘하고,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고 만 이른바 '우지 라면사건'의 책임을 맡았던 강신욱 후보자는 이러한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강신욱 후보자가 검사로서 "탁월한 수사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능력이 우리사회에 필요한 대법관의 자질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한다. 또한 박재윤 후보자는 피의자를 불법으로 체포, 감금한 수사관에 대해 검사가 부당한 무혐의처분을 내리자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제기한 재정신청을 기각하여 경찰관의 불법행위와 검사의 자의적 공소권 불행사를 눈감아주었고,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 가처분에 대한 기각결정을 내림으로써 재벌의 파행적 부의 세습과정을 용인하였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에 우리는 이 두 사람의 대법원 임명을 반대한다.

그리고 이강국 후보자의 경우 대학시절 학생운동 경력을 문제삼아 검사임용이 탈락된 사법연수원생의 국가상대소송에서 법무부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사상검열'을 묵인하였고, 그리고 대부분의 후보자가 퇴직금이나 업무상 재해 등 '개별적 노사관계'가 문제가 되는 사안에서는 진취성을 보이면서도, 파업 등이 문제가 되는 '집단적 노사관계'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법개혁'에 대한 전망 없어

손지열 후보자의 경우 사법부 내부에서 사법개혁을 책임지고 추진해온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출된 사법부의 사법개혁안은 국민을 위한 법률서비스 강화·확대라는 관점보다는 '법조이기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다. 현재까지의 사법개혁을 둘러 싼 논의를 재검토해볼 때 이러한 '법조이기주의'적 관점은 손지열 후보뿐만 아니라 그 외의 5인 후보 모두가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6인의 후보자 중 강신욱, 박재윤 후보에 대하여는 임명반대를 요구하며, 그 외의 후보들에게는 찬성과 반대에 대하여 의견없음을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 인사 총평-3기 헌법재판소 출범을 앞두고

오늘날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들의 상충을 극복하고 발전된 새천년의 미래를 구성해 나가야 하는 시대사적 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아직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 있어 민주화의 이행정도가 충실하지 못하여 사회 각 부분에서 개혁과 변화의 요청과 질서와 안정의 요청이 맞물리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개집단들의 사적인 이익이 공익을 형해화시키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중심적 편의주의가 개인적 권리들을 침해하기도 한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공동선을 향한 이념적 지표에 따라 정서하고 통합하는 민주적 생활방식이 전사회적으로 정착되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국가발전의 지표를 제시할 수 있는 후보 요구

이제 며칠 후면 발족하게 되는 제3기 헌법재판소의 구성에 우리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4의 국가작용이자 모든 국가작용을 통할하는 헌법재판은 그 자체가 이러한 상충의 사회현실을 헌법의 이념과 정의의 요청에 따라 상생의 사회생활로 유도.통합해야 한다. 그래서 제3기 헌법재판소는 그간 12년에 걸쳐 헌법재판이 수행하였던 기능들을 아우르면서 신세기의 희망에 부응하는 국가발전의 지표들을 유효하고도 정당한 모습으로 엮어 내어 국민들에게 제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제3기 헌법재판소는 제2기의 재판관들이 보였던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국가의 이념과 발전지향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모든 국가작용들을 통제하거나 조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즉 새로운 헌법재판소는 단순히 헌법의 법리적 해석이나 정태적 발견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뚜렷한 이념적 지향을 가지고 이를 통하여 사회내의 다양한 이해관계들의 대립을 극복하고 조정하며, 나아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헌법해석에 바탕한 새로운 국가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헌법재판소 역시 사회내의 다양한 부분들을 대표하거나 그 이해들을 반영할 수 있는, 이념적으로 균형잡힌 형태로 구성되어야 한다.

후보자들의 가치관에 비춰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편향 우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신임 헌법재판관 충원과정은 상당한 부분에 걸쳐 이러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의 해석과 적용을 통하여 사회내에 존재하는 모든 가치와 이해를 발전적으로 통합하여야 할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비하여 이미 지명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가치관이나 이념적 성향들은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구성 자체를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방향으로 편향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러한 우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비교적 무난해 보이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에 두드러진다. 그는 개인적 자유 특히 재산권과 관련한 개인적 기본권의 보장에는 상당한 경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개인적 권리들을 공익과 공동선으로 통합하는 부분에는 별다른 업적이 없어, 헌법해석의 과정을 통하여 신자유주의의 폐해들을 극복하고 정의와 균형의 국가사회를 구축하여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어떻게 수행해 나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또한 윤 후보자는 재산권을 중심으로 하는 기득권을 국가적 통제나 간섭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다양한 개혁의 요청들 특히 재분배정책을 통한 사회정의의 실현을 향한 이 시대의 중차대한 지향들을 어떻게 헌법적으로 포섭하고 그에 상응하는 헌법판단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그의 변호사 경력을 미루어 보건대, 조세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법영역에서의 상고사건들에서 승소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은 모든 법영역에 대한 종합적이고도 창의적인 판단을 요청하는 헌법재판에서 과연 어떠한 능력을 발휘할 것인가의 문제를 생각케 한다. 더불어 다양한 의견을 가진 헌법재판관들을 주도적으로 조정하고 통합함으로써 권위있는 최고의 헌법해석을 이끌어내어야 할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권승 후보자의 경우 3인의 후보자 중에서 가장 무난한 인선으로 지목할 수 있다. 그는 법원 내에서는 매우 개성적이고 소신이 뚜렷하여 법조문이나 판례에 얽매인 기계적인 판결이 아닌 일반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을 해야 한다는 것을 지론으로 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리고 그간의 법판단에서도 이러한 지론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국민의 법감정과 정의요청과 가장 밀접한 관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헌법재판의 담당자로서 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소신에 따라 진취성 있는 법판단을 하여 왔다는 사실은 관행과 편의의 이름으로 누적되어 왔던 구태를 털어버릴 수 있는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질을 암시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우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인하여, 일반성과 보편성을 가지고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아우를 수 있는, 객관적인 헌법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헌법해석 본연의 기능이 방해받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김효종 후보자의 경우에는 법관재직시 실정법에 충실한 법판단을 보이고 있어 일반법관으로서의 능력은 그런대로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이념적 지표들을 헌법의 틀 속에 아울러 사회의 변화를 법체계내로 수용함과 동시에 스스로가 사회변화의 계기를 마련하여야 할 헌법재판 본연의 기능을 감안할 때, 이러한 보수적.소극적 법판단의 성향으로 과연 헌법재판이라는 막중한 국가기능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택지소유상한법이나 국가보안법, 환경사건 등과 관련한 사건들에서 사회변화나 시대의식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판단을 하거나 기존의 법해석을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사회적 분쟁을 방치하는 소극적 판단을 하고 있다. 이는 제2의 입법자라 할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질로서는 상당히 불충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그는 헌법 재판소 재판관으로 갖추어야 할 전문적 지식과 시대상황에 대한 통찰력, 그리고 그를 헌법적 맥락으로 수용, 창의적 헌법해석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크게 미흡하다 할 것이다.

민주적 정당성과 법리적인 타당성을 갖춘 헌법판단에 대한 의<문

또한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제3기 헌법재판소의 이념적 구성이 보수적 성향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물론 보수적이라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비난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방향적 구성은, 우리 사회가 오늘날 당면하고 있는 개혁과 안정의 동시적 실현이라는 과제들을 감안할 때 제3기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의 뚜렷한 이념적 지표로 기능하도록 하는 민주적 정당성과 법리적 타당성을 갖춘 헌법판단을 내어놓을 수 있을 것인가 의문시된다. 이번 제3기 헌법재판소 출범의 과정에서 또하나 지적되어야 할 점은, 새로이 임명되어야 할 5명의 헌법재판관 중 2명은 아직 후보자가 발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의 성향이나 품성, 자질이 우리 헌정현실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이 2명에 대하여는 현행법상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불과 보름을 남겨 놓고 있는 이 시점에까지 그들의 자격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헌정의 확립이라는 시대요청을 크게 저버리는 격이 된다. 이에 이 2명의 지명권자에 대하여 조속한 결정과 그 공개를 촉구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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