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9-02-01   1048

[11호] 국민의 정부 검찰 1년 평가 /개혁관련법안에 대한 법무부 1년의 평가

국민의 정부 검찰 1년 평가

참여연대 정책실장 김기식

1. 평가에 들어가며

지난 98년 한 해는 "IMF 국난의 도래와 역사상 최초의 정권교체"라는 두가지 근본적 개혁의 당위와 조건이 형성된 한 해 였다.

검찰은 신정부가 요청받고 있는 국가개혁작업의 최선두에서 개혁의 견인차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당위'와, 구정권 하에서 종종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므로써 개혁의 걸림돌이자 우선적인 개혁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현실'간의 모순속에서 새정부의 첫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검찰이 서야 나라가 선다"는 말로 검찰의 자기혁신과 함께 개혁과정에 정치적 고려 없이 제 역할을 다해줄 것을 강조했다.

이 평가는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한 검찰 바로 세우기"차원에서 지난 1년간의 검찰활동을 되짚어 보자는 취지에서 정리된 것이다.

크게 네가지 측면 준사법기관이라 할 수 있는 검찰이 자신과 사법부의 비리에 대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수사에 임했는지 올 해 검찰이 가장 역점을 둔 정치권 사정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 IMF국난을 초래한 원인제공자라 할 수 있는 재벌관련 수사는 어떻했는지 국민의 정부에 걸맞는 인권기준을 검찰이 보여주었는지를 차례로 평가한 후 검찰 1년 활동에 대한 총평을 시도할 것이다.

2. 사법비리에 대한 대응

의정부 지법, 광주지법 뇌물비리 판사 잇단 불기소

이순호 변호사 과다수입사건으로 불거진 의정부 판사-변호사 비리 사건의 경우, 검찰이 초기의 수사의지 천‘m에도 불구하고 관련사실이 입증된 판사 15명 전원을 불구속 기소하고 대법원에 자체징계토록 통보함으로써 결국 '가재는 게편', '초록은 동색'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당시 일선의 일부 검찰관계자들은 비리판사기소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검찰 상층부의 의지에 따라 기소유예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또 참여연대가 지난 2월 24일 의정부지청에 고발한 진광엽외 5인에 대해서도 "받은 돈은 의례적인 떡값이며 대가관계가 희박하다"는 이유로 9월 11일 불기소 처리 통보를 해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한번에 수수한 금액이 20만원등 소액이라 할 지라도 지속적으로 수수행위가 이루어져 한 피의자(뇌물판사)가 받은 돈이 수백만원 이상이며 뇌물을 제공한 변호사들이 피의자(뇌물판사)가 진행하는 재판에서 정기적으로 소송을 담당했으므로 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를 들어 항고했으나 역시 기각당했다.

한편 검찰은 광주지방법원 민사6단독 김전근 판사가 97년 2월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로 재직할 당시 전주지검직원으로부터 피고인 보석석방을 대가로 수백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것을 확인하고도 김판사가 사표를 제출했다는 이유를 들어 불기소처리 했다. 이는 의정부 비리에 대한 불기소에 이은 또다른 봐주기식 수사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7월 김판사에 대한 고발장을 광주지검에 접수, 광주지검의 기소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변호사법 적용을 둘러싼 논란끝에 사법비리 엄단 유야무야

한편 의정부 사건에 이어 법조비리 수사를 확대해온 대검 감찰부는 7월 9일 법조비리사범 일제 단속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브로커를 고용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1백5명과 브로커 4백1명을 적발했으며, 이들 중 브로커 2백83명을 입건,이중 213명을 구속했으며 118명을 지명 수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105인의 변호사중 단 한명도 기소하지 않고 이들의 명단을 대한변협에 통보해 정직·제명등 중징계토록 요청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검찰의 기소 유보 사유는 "6월 15일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진 의정부지원 이순호 (李順浩) 변호사의 브로커고용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브로커 고용 변호사의 기소를 유보한다"는 것. 한편, 법원은 6월 및 10월의 1.2심에서 이순호 변호사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으나 변호사법(제90조 관련) 위반혐의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브로커는 유죄, 브로커를 고용한 변호사는 무죄"라는 기막힌 판례를 만들어내었다.

이에 법무부는 "사건 브로커 고용 변호사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며 법원과 검.경찰 공무원들이 취급사건을 변호사에게 알선 소개할 경우 금품수수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기국회에는 아직 상정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법부의 기득권지키기에 가로막혀 법무부 및 검찰의 수사의지가 꺽임으로 해서 사상 초유의 사법비리 척결 기회가 유야무야된 사례라 하겠다.

자기 식구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검찰

지난 7월 창원지검에서 전영배, 박종갑씨 등 검찰수사관들이 피의자신문 도중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아 법으로 보장된 피의자인권을 유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구나 이들은 이에 항의하던 사법연수원생 마저 폭행했으며 담당 김재구검사는 이를 방조하였다. 이런 심각한 불법행위가 저질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전보 등 인사조치만을 취하고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9월 검찰수사관 김용만씨가 만취상태에서 택시운전기사 등 시민을 폭행하고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린 뒤 도주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불구속 기소하고 2개월 정직 및 전보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다. 일반시민의 경우 사소한 시비만 붙어도 공무집행방해로 구속처리했을 사안을 불구속 처리한 점, 사안의 성격 상 당연히 파면조치해야 옳을 사건에 정직 2개월처분만 내렸다.

전주지검 공안부 주성영검사(40는 지난 9월 4일 오후 9시께 전주시내 모식당에서 유종근 전북 도지사가 마련한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중 사소한 시비 끝에 유지사의 비서실장 박영석씨(37)의 얼굴부위를 술병으로 때려 전치 4주의 중상을 입혔다. 그러나 주검사는 전보발령만 받았을 뿐 검찰은 불기소처리했다. 그 결과 당시 만취한 상태에서 유리병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중대한 폭력행위를 한 검사는 아직도 버젓이 검사노릇을 하고 있다.

97년 이후 고소, 고발은 받은 검찰직원 직무유기 95명, 직권남용 26명, 수사과정에서의 폭행 24명, 기타 73명등 모두 218명중 6명을 기소유예하고 55명은 혐의 없음, 나머지는 공소권없음 등의 처분을 하고 일부는 수사중인 것으로 드러나는 등 검찰직원에 대한 자기식구 챙기기식 행태가 심각한 지경에 있다

3. 정치권 수사 과정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태정 검찰총장은 8월 각 지검장들에게 "망석을 깔아 놓았는데 왜 제대로 놀지를 못하나. 여든 야든 가리지 말고 잡아넣어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7월까지의 정치권 수사 결과가 미진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8월 이후 본격화된 정치권 수사는 준비없는 수사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듯 하다.

여론에 떠밀린 경성 재수사

경성비리 사건울 수사해 오던 검찰은 지난 7월말 경성 이재국 전 사장과 정.관계 인사 15명의 친분 및 청탁 사실을 밝혀냈지만 "돈이 오간 구체적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의 명단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7월 30일 한나라당이 이 사건과 관련된 정치인 10여명의 실명을 공개거론하자 부랴부랴 휴가까지 취소해가며 재수사에 착수해 결국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 김우석 전 건교부장관을 구속기소하는 한편, 황낙주 전국회의장, 이기택 전 한나라당 총재대행에 대해 소환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내사종결했다. 특히 이기택 전의원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소환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사법처리를 보류한 상태다.

수사 초기와 후기의 형평성, 여론에 따른 수사의 형평성

정치인 사정 초기 정대철 전의원이 4천만원 수수혐의로 전격구속되고 구속적부심도 기각되었던 반면, 이기택 전의원, 김윤환 의원등은 거론 당시 의기양양했던 검찰의 모습과는 반대로 갈수록 소환이 지연되거나 기소여부가 불투명해져 가고 있어 9월초 수사착수 당시의 법적용과 후기의 법적용에 형평성을 잃고 수사강도에 기복을 보이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8월 1일 대통령의 성역없는 수사 지시, 청와대 비서진 및 국민회의 관계자들의 잇단 사정예고,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의 정치권 재편작업과 맞물려 정치인 수사가 본격화된 것은 오비이락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 비자금 수사유보과정에서 있었던 야당총재와 검찰총장간의 정치적 설전, 정대철 의원에 대한 불기소 방침의 급작스런 변경과 의식적으로 계산된 구속 시점 선택, 청구비리 수사과정에서 보듯 과시적 수사상황 공개와 무책임한 마무리 등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도리어 묵묵히 원칙을 고수하는 검찰의 상을 확보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정치적 의혹을 남긴 무혐의 처리

한편 한나라당에서 자민련에 입당한 5선의 김종호 의원이 동아건설 최원석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소환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하여 의혹을 사고 있다.

김종호 의원의 경우, 검찰은 평소 김의원이 동아건설 최원석 집안과 친분관계에 있고 청탁관련 해당 상임위원회에 있지 않아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소환조차 하지 않은 것은 공동정권관계에 있는 자민련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한편, 같은 동아건설로부터 국회건교위원장 시절 1억2천만원 받은 백남치 의원은 곧바로 구속영장 처리하여 국회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된 상태로 김의원의 사례와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의도만 앞선 검찰 수사력 한계

검찰의 의도만 앞선 무능력의 사례는 총풍사태. 지난 10월 26일 총풍 사건 중간수사발표에서 검찰은 이례적으로 이회장 한나라당 총재 및 그 동생 이회성씨와 관련된 입증할 수 없는 의혹을 일일이 열거하므로써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빈축을 샀다. 한성기, 오정은, 장석중씨등 3인방이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비선조직이며 이회창 총재가 그 배후라는 검찰의 수사방향이 여과없이 노출되므로써 검찰이 본연의 소임에서 일탈하여 정치공세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1월 4일 또다시 검찰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어 "총격요청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확보됐으며”,“이 증거에는 당사자가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하므로써 수사완료 이전에 오히려 수사대상을 긴장시킴으로써 수사의 원만한 마무리를 스스로 가로막는 '자승자박'을 반복하고 있다.

검찰의 이러한 조급증은 경성, 청구 비리 수사에서도 반복되어온 것으로 근본적으로는 심증을 수사결과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미숙함과 무능력을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의 집단 보이코트가 수사의지 꺽어

지금까지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어 있는 의원은 5명, 국민회의의 김운환, 정호선 의원, 한나라당의 백남치, 오세응, 서상목 의원 등인데 이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정치권의 사실상의 보이코트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야당의 경우는 표적사정 시비로 정기국회에서 긴요긴급한 예산안 처리와 민생개혁법안 심의에 대책없이 불참하는 등 국회를 볼모로 불법행위에 대한 정당한 법적절차를 방해하고 있다.

한편 체포동의안이 처리되지 않는 가운데 '회기중 불체포 특권'을 악용한 여야 의원들의 시간끌기가 계속되어 검찰수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으며 정기국회 직후 임시국회가 개회되게 됨에 따라 정치권이 의도적으로 민생현안을 미루고 검찰수사를 지연시킨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같은 상황전개는 검찰의 수사미숙과 더불어 필수불가결한 사정개혁을 어렵게 하는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여권 일각에서 사정대상의원들에 대한 불구속을 건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여권이 국가가 정한 법적 절차를 정치적 타협수단화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4. 재벌 비리에 대한 대응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IMF 경제위기는 검찰도 책임이 있다. 검찰이 사명을 다해 정경유착 부정부패를 제대로 막았다면 이렇게는 안됐을 것이다….. 또 기업가는 보호하고 사기를 올려줘야 하지만, 탈세를 하는 기업인이나 불로소득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국민들이 위로를 받는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검찰의 경제비리 수사는 낙제점 수준이다.

살아있는 기업은 안친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시한 '엄정한 법집행'은 재벌비리에 대해서만큼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검찰은 과거 경제사정을 이유로 재벌기업에 대해 사법처리상의 특전을 베풀어 왔고 그것이 재벌부실화와 경제위기의 한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경제사정상 정상을 참작해야 한다는 논리가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어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우선 "살아있는 기업은 안(못)치는 검찰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기아, 청구 등 이미 '죽은' 기업에 대한 사법처리는 우여곡절 끝에 강행되었지만 기타 영업행위가 진행되고 있는 재벌기업들에 대해서는 갖가지 이유로 사법처리가 유보되고 있다. 특히 5대재벌의 불법사례는 사법처리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기아 김선홍 회장의 경우 특경가법 위반(업무상 배임, 횡령)혐의로 12년을 구형받고 7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음에 반해 최근 빅딜논의로 막대한 국민세금과 예금이 투여되는 5대재벌의 내부거래-부실투자등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가 이미 사실관계를 모두 파악하여 과징금까지 부과한 바 있고 참여연대가 이를 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렇다할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화도피사범 엄벌 발표 vs 최순영 기소 유보

김태정 검찰총장은 지난 7월 1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부실기업주와 사회지도층의 재산은닉-해외도피행위에 대해 무자비할 정도로 엄단하겠다"고 발표한 후 "정부는 누가 얼마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고 그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액수를 공개할 경우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정도"라던 이미 '파악한 해외재산도피'에 대해 검찰의 사법처리 실적은 거의 전무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경우 미화 1억6천만불 어치의 해외재산도피를 검찰 스스로 공개적으로 확인하고도 아직까지 기소를 미루고 있다.

검찰은 신동아그룹 대한생명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생명사와의 외자유치협상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들어 기소를 유보하고 있으나, 검찰이 특정 재벌기업의 외자유치 협상을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일 뿐만 아니라, "검찰의 명예를 걸고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던 애초 검찰의 입장과 상반된다.

공허한 수사방침

증감원 조사 결과 진로 장진호 회장은 지난 88년 이후 거래기업인 진우기계와 진우통상 등에 자금을 빌려준 것처럼 위장.회계처리하는 수법으로 9백91억원 상당의 회사공금을 빼내 계열사 주식 매입과 그룹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석희(미국체류) 전 국세청 차장을 통해 한나라당에 대선자금 1억원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증감원등의 고발이 있으면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으나 아직까지 입건되지 않았다.

5. 인신구속 및 인권 침해

김대중 대통령은 스스로가 인권대통령이자 반인권적 통치에 대한 최대의 희생자임을 누차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일반적인 국민들은 누구나 '국민의 정부'에 와서 인권상황이 현저히 개선될 것이라 예상해 왔다.

국민의 정부에 부는 공안의 바람

국민의 정부에 때아닌 공안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98년 10월 21일 현재 시국 관련 구속자는 총 581명으로 김영삼 정권 초기인 93년 195명의 3배에 이른다. 이는 하루 평균 2.4명에 달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 개폐가 거론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관련 구속자만도 311명으로 김영삼 정권 초기 105명의 3배에 달한다.

중요하게 지적되어야 할 것은 국가보압법 위반 사건 중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부풀려지거나 과거에조차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건을 기소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현직 동구청장을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로 구속한 소위 영남위원회 사건을 두고 무리한 도감청에 의한 용공조작이라는 지적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안양민주화청년운동연합 사건, 진보민중청년단체연합 사건 등 군소 청년단체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는 이미 활동중단 상태에 있는 구조직들에 대한 재탕삼탕 우려내기식 수사라는 지적이다. 특히 안민청의 경우 안양시로부터 매월 50만원의 후원금을 받고 있으며 이인제 경기지사로부터 표창까지 받은 공개활동단체라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들어서 새삼 시국사범 및 국가보안법 사범이 늘어나는 것은 대규모 시위사태나 급진적 활동이 급격히 늘어나서라기 보다는 주되게는 공안검사 및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실적경쟁과 변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냉전적 시각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수사기관의 인권침해 기소율 현저히 낮아

지난 11월 법무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동안 법무부와 일선건찰에 접수된 경찰, 안기부, 검찰 등 수사기관 직원들의 불법체포, 폭행, 감금, 직권남용은 모두 774건으로 이 중 기소된 사건은 1. 8%인 14건에 그쳤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동안 일어났던 '사인'에 의한 705건의 인권침해사건 중 311건이 기소되어 기소율이 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정부의 도감청 남용

영남위원회 재판과정에서 수사기관과 검사가 3년간 정당한 이유없이 사생활 일체를 녹취한 도감청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므로써 수사기관 및 검찰에 의한 국민인권침해가 커다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98년도 상반기 중 긴급감청 639건 중 50%가 조금 넘는 불과 314건만이 법원에 허가서를 청구하고 나머지 325건은 허가조차 구하지 않은채로 남용되므로써 통신비밀보호법이 무력화 되고 사실상 감청보호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기에는 안기부등 대공수사기관의 국민인권침해 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통신제한조치허가 요청과정에서 관리감독기능을 수행하도록 통신비밀보호법에 명시된 기관인 검사도 중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6. 총평

돌이켜 보면 지난 한해는 검찰에게 과거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자율적 수사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다. 대통령도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권력필요에 따른 검찰권 행사도 요청하지 않겠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새로운 검찰상을 세워달라."고 주문한 바 있고 과거 청와대 사정수석을 통해 하달되던 이른바 가이드 라인도 직접적인 형태로 강요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점에서 검찰 자신도 어느때보다 의욕적이고 자율적으로 수사에 임했음을 주장해온 터다.

그러나 검찰총장 이하 검찰 수뇌부가 정치적 풍향계와 여론 동향에 지나치게 민감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정치권 사정에 대한 무수히 많은 언급들에 비해 수사능력이나 일관성면에서 한계를 보였고 정치권의 조직적인 비협조의 장벽을 넘어서는데도 현재까지는 역부족을 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볼 때 검찰의 정치권 사정은 럭비공 튀는 한다는 평가 속에서도 비교적 단절없이 지속되면서 일상적 사정수사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확인시켰고 이는 여론조사등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검찰의 경제권 수사는 죽은 기업만 친다는 기존의 경제수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므로써 IMF 경제위기 책임 규명과 재벌개혁의 국민여망에 크게 못미쳤다고 판단된다. 특히 검찰의 지나친 법률 외적 고려는 문제로 지적된다.

온 국민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사법비리와 관련 검찰의 비리판사 불기소는 큰 오점을 남겼고 그나마 변호사 비리에 대한 집중수사마저도 변호사법에 대한 법조계의 직역이기주의에 기초한 편협한 해석으로 좌절당하고 말았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논의되는 국민의 정부 아래서 더욱 거세어지는 공안바람과 도감청 남용 사례는 인권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와 검찰의 위신을 국제적으로 추락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검찰 관련 가장 개선이 안되고 있는 부분은 자기개혁 분야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검찰 직원에 대한 법적용 특혜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연초에 여론에 못이겨 구성된 검찰제도개혁위원회는 이렇다할 가시적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부패방지법 제정 과정에서 특별검사제 도입을 막으려는 법무부와 검찰의 로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이 개혁되어야 나라가 산다"는 서두의 말을 다시 인용하는 것으로 총평을 마친다.

개혁관련법안에 대한 법무부의 1년 활동평가

이인호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더욱이 그 주인공인 김대중 대통령이 그 누구보다도 정치적 탄압과 핍박을 수없이 겪어 온 당사자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에 국민 모두는 이제는 우리도 인권 선진국으로 발돋음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여겼고 이런 견지에서 인권에 관한 정부의 역할을 바라마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정부의 인권정책의 일차적 담당자인 법무부의 역할에 기대가 컸던 것 또한 사실이다.

준법서약제도의 도입, 특별검사제도의 도입, 국가인권기구 구성, 실업자의 노조가입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시민, 재야단체들은 많은 견해의 차이를 보여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법무부의 태도가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에 비추어 볼 때 미흡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여 왔다. 특히 노동부가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따라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개정을 추진하려는 데 대하여 법무부가 강경하게 반대하여 정부의 개정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저간의 사정과 관련하여 민변은 지난 12월 3일 실업자의 노조결성, 가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아무런 타당한 근거가 없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즉각 '재야 일부 주장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하로 반박 성명서를 발표하여, 법과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법무부에 대하여 그동안 각종 현안에 대해 법무부가 이룩한 일은 무시하여 버리고 법무부가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은 채 자신들의 주장에 어긋난다고 하여 무조건 반개혁적이라고 매도하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변은 법무부가 민변과 다른 주장을 한다고 하여 반개혁적이라고 매도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법무부가 민변의 성명서에 대하여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밝힌 마당에 법무부의 그 동안의 태도와 성과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토론하여 그 공과를 분명히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실업자 노조가입에 대하여>

1. 서론

노동부는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상정하려고 하였으나 정부안을 만드는 단계에서 법무부가 이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안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1차 노사정위에서 합의가 되었지만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2차 노사정위에서 합의가 되었고 노동부가 이를 구체적으로 입법화하려고 정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법무부의 장벽을 만난 것이다.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입법안을 노동부가 만들게 된 것은 우선 IMF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노동계의 협조가 절실해진 정부, 재계가 노동계로부터 정리해고 허용 등 협조를 얻는 대가로 점차 늘어날 것이 확실한 실업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고민할 수 있는 틀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수용한 것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번 노동법 개정으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이 2002년 이후에는 불가능하게 되는 등 종래의 기업별노조 형태로는 노동조합의 생존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이를 위한 타개책으로 노동계 스스로도 생존을 위해 노조형태를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의 형태로 전환할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 산별노조의 경우에는 조합원자격에 있어 취업, 미취업을 불문하고 그가 근로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1호 :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 이기만 하면 조합원으로 될 수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위 법 제2조 제4호 "라"목에서 마치 현재 취업중인 근로자만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여 이를 제한하고 있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이를 개정하여 미취업노동자(실업자 등)의 노조가입을 허용하여 산별노조 설립을 보다 촉진하고자 하는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어 위 합의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위와 같은 취지에서 본다면 노동부에서 마련한 안조차도 마치 취업을 했다가 실직한 근로자만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져서 이 또한 미취업자에게 노조가입자격을 허용하는 근본 논리나 취지에 미치지 못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물며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지 말자는 법무부의 주장은 그 여러 가지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2. 법무부 주장의 논거

법무부는 주로 첫째, 헌법과 노동법은 현재 취업중인 근로자만을 조합원으로 할 수 있으므로 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은 헌법과 노동법체계에 위반되고, 둘째, 실업자의 쟁의행위 등이 업무방해죄가 되지 않는 등 실업자들에게 노동법상의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이 되고, 이를 통해 대정부투쟁을 벌일텐데도 그것이 쟁의행위로 합법화되어 저지할 방법이 없으며, 셋째, 외국의 경우에도 실업자가 노조원이 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이 없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3. 법무부 주장에 대한 비판

위와 같은 법무부의 주장은 타당한가?

먼저 우리 헌법 어디에를 보아도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근로자를 현재 취업중인 근로자로 제한하고 있는 조항은 없다. 오히려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노동3권을 가진다고만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1호에서는 "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어디에도 현재 취업중인 근로자만을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근로자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서도 근로자의 정의를 위와 같이 현재 취업중인 근로자로 제한하고 있지 않은데도 법무부는 아무런 명문규정 없이 해석에 의해 헌법이 이를 제한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함으로써 입법 자체를 제한하여 기본권을 제한적으로만 보장하려고 하고 있다.

둘째, 우리 노동법체계는 노조 형태를 기업별노조로 제한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산별노조형태를 지향하고 있고 법무부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텐데도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듯 하다. 87년 노동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노조형태를 기업별노조로 제한하여 허용하고 있었으나, 법개정으로 노조의 형태를 개방함으로써 이제 노조형태는 전적으로 조합원들의 자주적인 의사에 좌우되게 되었으며, 오히려 법 제10조 제2항에서 설립신고서에 기재되는 노동조합에 "전국규모의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을 포함하여 규정함으로써 산별노조를 허용하는 명문규정을 두었고, 지난번 법개정 때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할 때, 그 주된 논거를 노조형태가 산별노조로 되어 있는 국가의 예를 들어 그 나라의 노조 전임자들은 특정사용자와 직접적인 근로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서 그들의 임금을 사용자가 부담하지 않고 노조에서 지급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제는 노조 전임자의 임금은 노조 스스로 지급해야한다면서 간접적으로 우리의 노조형태를 산별노조로 전환해 가야한다는 것을 강조했고, 그 결과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노동법체계는 기업별노조체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산별노조체계를 전제로 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또한 법무부는 의도적으로 쟁의행위의 개념을 왜곡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자신의 요구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실력행사 즉, 쟁의행위를 할 수 밖에 없고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 파업이다. 그리고 정당한 쟁의행위는 법에 의하여 정당한 행위로서 보호를 받는데 쟁의행위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주체, 절차, 목적, 수단의 점에서 정당해야 한다. 주체의 면에서는 노조가 하는 것이어야 하고, 절차의 점에서는 교섭이라든가 조정이라든가 하는 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해야만 하고, 목적의 점에서는 그것이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수단의 점에서는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가 주도하지 않는 쟁의행위, 절차를 지키지 않은 행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 폭력적인 행위 등 위 4가지 요건 중 단 한가지라도 결여된 쟁의행위는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어 곧바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은 물론 업무방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 관련 법규위반으로 처벌되게 된다. 결국 우리법체계에서는 가장 강력한 쟁의행위인 파업의 경우조차도 작업을 거부하여 생산을 중단시킴으로써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외에는 더 이상의 수단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수단을 점거하다면 이는 업무방해가 될 것이고, 신고나 허가없이 옥외에서 집회, 시위를 한다면 이는 쟁의행위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본다면 설사 실업자노조가 생긴다 하더라도 법무부가 우려하는 행위를 쟁의행위로 할 수는 없고 설사 한다하더라도 곧바로 관련법에 의해 처벌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에 있어 그렇게 처벌해 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사실 실업자만으로 조직된 노조가 있다 하더라도 그 노조가 하는 파업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법무부가 마치 실업자노조가 생기면 쟁의행위라는 미명하에 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마치 무슨 행위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넷째, 외국의 경우 실업자가 노조원이 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는 입법례는 물론 없지만 나아가 외국의 경우에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입법례는 더욱이 없다. 역사적으로나 일반적으로 확립된 견해는 노동자는 그가 현재 취업하고 있든 취업하고 있지 못하든 사용자와의 사용종속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이기만 하면 그는 노동조합을 조직, 가입할 수 있고, 그 노동조합은 대체적으로 산별노조라는 것이다. 그런 견지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종전에 우리나라에서 고수하고 있었고 지금도 일본 노동자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 기업별노조는 노조로 인정되지 않고 단순한 종업원조직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한, 노조형태의 선택은 전적으로 노동자들 자신에 달려 있는 것이고 산별노조의 경우는 그가 종업원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종업원이기 이전의 노동자의 자격으로 조합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취업, 미취업은 그가 조합원이 되는데 아무런 장애 요인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아 전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노조의 형태는 바로 산별노조인 것이다. 그런데 이제 개혁, 개방을 주장하며 세계화를 이루려는 이 시점에 굳이 입법적으로 우리의 노조 형태를 기업별노조 또는 취업중인 종업원만을 조합원으로 할 수 있는 기형적인 산별노조(이를 산별노조라 부를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에 묶어 두려는 의도는 무엇인지 이 또한 의심스럽다. 자본은 개방하여 보다 자유롭게 해야 하지만 노동자는 어느 정도 제한해야만 한다는 취지인가.

결국 어느 모로 보더라도 미취업자의 노조결성, 가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아무런 타당한 근거가 없고 그 근거가 되는 사실마저도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더욱이 정부부처 중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추진하는 일을 법무부가 제동을 걸고 있는 것도 의아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노동문제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노동부가 별 문제 없는 것으로 보아 추진하는 일을 노동문제에 있어서는 어떻든 열외자인 법무부가 나서서 간섭하고 있는 것인데 그 간섭의 방향이나 정도가 문제인 것이다. 법무부는 노동부가 추진하는 일에 있어 노동부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그로써 노동부가 이를 재차 검토하게끔 하면 족한 것이고, 실제 노동부는 법무부가 제기한 문제에 대하여 별 문제 없는 것으로 정리를 하여 계속 추진하기로 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이를 끝까지 제지하려고 애쓰는 것은 법무부만이 국가와 사회의 안정을 걱정한다는 것이거나 또는 노동문제에 있어서조차 노동부는 실무적인 일만 처리하는 부서이고 모든 것은 법무부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해야만 한다는 것처럼 보여 이 또한 정부부처간의 균형에 있어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실업자노조가입 허용문제와 관련하여 법무부가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바라기는 노동문제에 관해 노동부가 제기하는 안에 대해 법무부가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오히려 더욱 더 적극적으로 혹시라도 노동부의 안이 노동권 등 인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를 검토하여 보다 더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법무부는 그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설치에 대하여>

1. 서론

세계인권선언 50주년 기념일에 맞추어 제정을 추진해 온 인권법 제정이 기구성격을 둘러싼 법무부와 시민단체들 사이의 견해 차이로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 내년으로 연기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최근 대통령이 직접 조율한 당정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법무부는 인권위원회의 위상을 특수법인으로 할 것을 주장하면서, 특수법인으로 할 것이 결정된다면 다른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고하기도 하였다. 그러면 법무부가 그렇게 특수법인안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 법무부 안의 논거

우선 인권위를 국가기구로 하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집권세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들고 있다.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특히 권력기관에 대해 같은 정부기구 내에서 소신있는 비판과 감시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한 유엔 권고안도 인권위가 정부와 실질적인 거리를 두면서 인권보장 업무와 수행상의 허점을 감시하고 보충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특수법인격의 설립을 권장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권위원회가 모범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의 인권위는 모두 정부로부터 독립된 법인격을 갖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등 국가기구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3. 법무부 인권법안의 문제점

법무부 인권법안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 지적할 수 있을 것이나, 현재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은 인권위를 국가기구로 할 것인가, 특수법인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이므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법무부안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인권위의 위상에 관한 논란도 결국은 어떻게 하는 것이 인권신장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견해차이라 할 수 있다.

법무부가 특수법인안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은 아마도 인권옹호기관으로서 국가의 사법기구(예컨대 검찰, 법무부, 법원 등)가 존재하므로, 인권위는 국가의 사법기구의 빈 틈을 보완해 주는 성격의 단체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렇게 볼 경우 또 하나의 국가기관으로 국가인권기구를 둘 경우 인권옹호기관인 국가 사법기구와 업무, 권한 등에서 충돌할 수 밖에 없고, 불필요한 국가기구를 또 하나 새로 만드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에 '특수법인'으로 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권위가 담당할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검찰, 경찰, 안기부, 군수사기관 등의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와 시정기능이다. 지난 2년 동안 수사기관 직원에게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검, 경에 접수된 사건은 774건이나 된다. 그러나 이 중에서 기소된 건수는 14건에 불과하다.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된 '국가기구'가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향후 민주주의가 보다 성숙되고 이들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가 사라지는 그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국민들이 이들 사법기관을 완전히 믿고 있지 못하다. 독립적인 국가기구가 아닌 특수법인이 단순히 여론의 힘에만 의지하여 이들 권력기관의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예방, 시정기능을 할 수 있겠는가? 강제력도 없는 상태에서 민간기구가 이들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감시, 규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모범적 활동을 하고 있는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이 모두 '국가로부터 독립된 법인격'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이 우리의 수사기관들처럼 인권유린행위를 벌여왔다는 말을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이들 국가들에서의 인권위 활동의 핵심은 인종차별, 종족차별, 남녀차별 등 각종의 차별행위의 시정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의 인권침해에 대한 시정기능이 인권위의 제1차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권고안의 내용이 독립적인 특수법인에 더 합당한 것이라는 주장도 일면적이다. 유엔권고안의 내용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강력한 인권옹호기관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고, 그 형태가 '특수법인'인지 '국가기구'인지는 각 나라의 형편에 맞추는 되는 것이다. 법무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권위를 국가기구로 하게 되면 어느 정도 국가공무원이 증가할 수 밖에 없으며, 정부내 다른 기관과의 기능의 중복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 정도는 인권위를 설치하는 근본목적에 비추어 본다면 부차적인 것이고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무부안의 가장 큰 문제는 법무부안대로 설립된 인권위원회는 결국 법무부의 산하단체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수정안이 법무부의 인권위 장악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최초 시안에 비하여 법무부의 개입수단을 일부 개선한 것은 사실이나 인권위가 법인이라는 틀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그 주무관청인 법무부가 주무관청으로서 존재하고,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하여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므로, 결국 종국에는 법무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권위의 주 감시대상이 법무부가 관할하고 있는 수사, 교정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들 기관에 대한 인권위의 활동이 위축되고,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는 결과는 너무도 명백하게 예견되는 것이다.

< 준법서약서에 대하여 >

법무부는 양심수를 석방함에 있어 정권교체 전에 해오던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준법서약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새로운 제도가 사상전향제도에 비추어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일보 나아간 것이기는 하나, 이 또한 여전히 준법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내용을 굳이 외부로 표출하게 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사상, 양심을 표명할 것을 강제 당하지 않는다는 사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종전의 사상전향제도와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은 자기양심에 어긋나는 신념이나 행동을 강요당하지 않고 자기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는 양심을 언어나 행동으로 표명하도록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한다. 그런데 사상전향제도는 양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되어 우리 헌법이념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제도이며, 민주주의 국가라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사상전향제도의 실정법적 근거는 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1978.7.4. 법무부령 제206호) 제14조 제2항에 "국가보안법위반 등 수형자에 관하여는 특히 그 사상의 전향여부에 대하여 심사하고 필요한 때에는 전향에 관한 성명서 또는 감상록을 제출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위 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 중 전향제도와 관련한 부분은 법률에 어떠한 위임규정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법무부령에 근거하여 전향제도를 실시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 조항에 위배되어, 법률상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전향제도의 운용실태를 살펴보더라도, 전향을 거부하는 양심수에 대하여 독거수용, 접견제한 등 행형상 불이익을 주어왔을 뿐만 아니라, 전향을 강요하면서 고문 및 가혹행위등의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행하여졌다는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지적이 있었다. 결국 전향제도가 존재하는 한 인권침해 시비는 그칠 수 없다. 그러므로 전향제도 폐지는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일보를 내디딘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준법서약서"를 받기로 한 부분에 대하여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상·양심의 자유는 자신의 사상·양심을 표명할 것을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다. 정부가 시행한다는 '준법서약'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향제도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이제까지 일반 수형자에게는 석방의 조건으로 '준법서약'을 요구한 바가 없었음에도 굳이 양심수에게는 석방의 조건으로 '준법서약'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처사다.

또한 정부는 사상전향제를 준법서약제로 대체하면서 종래 사상범에게만 적용하여 오던 것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등 죄로 확대하였다. 개정된 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 제14조 제2항은 "국가보안법 위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의 수형자에 대하여는 가석방 결정 전에 출소후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게 하여 준법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개정 98·10·10>"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종래 사상전향제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의 수형자나 기타 노동, 시국 관련 수형자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준법서약서를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서약을 강제하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측면에서 볼 때 종래보다도 더 개악된 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별검사제에 대하여>

박상천 법무부 장관은 야당시절인 1996년에 검찰이 정치권력의 영향으로 권력형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회피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특별검사의 임용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부패방지법안과 관련하여 박상천 장관은 특별검사제에 대하여 위헌이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했고, 이에 따라 국민회의도 특별검사제 도입을 백지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국민회의는 특검제와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가 제외된 상태의 부패방지법안을 확정하였다.

법무부가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침해하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5공비리, 5.18사건 등 당시의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사건 수사를 위해 과거 특별검사를 주장하였으나,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사건이 없으므로 특별검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째, 한나라당 또는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특검제 안 중

– 국회가 특별검사를 선임하는 안은 국회 다수파 정당이 특별검사를 선임하게 되어, 실제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고

– 대통령 직속의 상설기구로 하자는 안은 야당이 그 중립성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실적위주의 정치사건 수사로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네째, 최근 특검제의 본국인 미국에섯도 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타당하다는 것이다. 소위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다소 원칙론적인 주장은 과거 야당시절에 특검제를 주장할 때에도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던 것이다. 결국 위와 같은 주장은 특검제를 반대하기 위한 형식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 근거가 없다. 우리 헌법에는 검사의 영장신청권에 대한 간단한 언급이외에는 '검찰제도'와 관련된 규정은 전혀 없는 것이다. 그 다음 지금은 대통령과 관련된 현안이 없으므로 특검제가 필요없다는 주장은 자신의 처지가 바뀌었으므로 특검제가 필요없다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특검제가 꼭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현재는 대통령이 관련된 현안이 없을지라도 그런 현안이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자체는 특별검사의 임명과정 및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극복하여야 할 문제이다. 과거 박상천 장관이 야당시절에 특검제를 주장할 때에는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 고비용, 저효율의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의 특별검사제도에 대한 비판 자체는 타당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나, 그것이 특별검사제 도입에 반대하는 사유가 되기는 부족한 것이라 생각된다.

다른 무엇보다도 박상천 법무부 장관이 야당 시절인 1996년 특별검사제 도입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런 박 장관이 앞장서 특검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박상천 장관이 특검제 반대의 논리로 내세우는 것들은 모두 반대를 위한 형식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또한 자신이 처한 지위와 입장에 따라 변화하는 처세술로 설명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1996. 10.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특별검사의 임용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안하면서 밝힌 제안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가의 형사소추권을 독점하고 있는 사정의 중추기관인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형평을 잃은 수사를 하거나 권력형 비리에 눈을 감을 때에는, 국가기강은 무너지고 부정부패는 구조화되며, 마침내 국민들은 법을 불신하고 사회는 가치판단의 기준과 행동의 규범을 상실한 채 혼란에 빠지게 됨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우리 검찰은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린 채 정치권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적 사건처리에 있어서 형평성을 상실하고 권력형 비리에대한 수사를 회피하여 온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중략) 따라서 흐트러진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서는 정치적 사건과 권력형 비리사건 등을 수사할 경우,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고 독립적 지위에 있는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고자 이 법률안을 제안한다."

새정부 들어서도 청구, 기아의 비자금 사건이나 종금사 인허가 비리 등 수많은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되었고, 여전히 검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부패방지법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특별검사제의 도입 없이는 부패추방을 위한 노력은 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요약본

개혁관련법안에 대한 법무부의 1년 활동평가

이인호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이 후 정부의 인권정책의 일차적 담당자인 법무부의 역할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준법서약제도의 도입, 특별검사제도의 도입, 국가인권기구 구성, 실업자의 노조가입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시민, 재야단체들은 많은 견해의 차이를 보여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법무부의 태도가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에 비추어 볼 때 미흡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여 왔다.

실업자 노조가입에 대하여

1. 서론

노동부는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상정하려고 하였으나 정부안을 만드는 단계에서 법무부가 이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안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2. 법무부 주장의 논거

법무부는 주로 첫째, 헌법과 노동법은 현재 취업중인 근로자만을 조합원으로 할 수 있으므로 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은 헌법과 노동법체계에 위반되고, 둘째, 실업자의 쟁의행위 등이 업무방해죄가 되지 않는 등 실업자들에게 노동법상의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이 되고, 이를 통해 대정부투쟁을 벌일텐데도 그것이 쟁의행위로 합법화되어 저지할 방법이 없으며, 셋째, 외국의 경우에도 실업자가 노조원이 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이 없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3. 법무부 주장에 대한 비판

먼저 우리 헌법은 어디에도 현재 취업중인 근로자만을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근로자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서도 근로자의 정의를 위와 같이 현재 취업중인 근로자로 제한하고 있지 않은데도 법무부는 아무런 명문규정 없이 해석에 의해 헌법이 이를 제한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함으로써 입법 자체를 제한하여 기본권을 제한적으로만 보장하려고 하고 있다.

둘째, 우리 노동법체계는 노조 형태를 기업별노조로 제한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산별노조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셋째, 또한 법무부는 의도적으로 쟁의행위의 개념을 왜곡하고 있다. 우리법체계에서는 가장 강력한 쟁의행위인 파업의 경우조차도 작업을 거부하여 생산을 중단시킴으로써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외에는 더 이상의 수단은 없는 것이다.

넷째, 외국의 경우 실업자가 노조원이 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는 입법례는 물론 없지만 나아가 외국의 경우에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입법례는 더욱이 없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아 전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노조의 형태는 바로 산별노조인 것이다.

더욱이 정부부처 중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추진하는 일을 법무부가 제동을 걸고 있는 것도 의아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실업자노조가입 허용문제와 관련하여 법무부가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설치에 대하여>

1. 서론

세계인권선언 50주년 기념일에 맞추어 제정을 추진해 온 인권법 제정이 기구성격을 둘러싼 법무부와 시민단체들 사이의 견해 차이로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 내년으로 연기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최근 대통령이 직접 조율한 당정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법무부는 인권위원회의 위상을 특수법인으로 할 것을 주장하면서, 특수법인으로 할 것이 결정된다면 다른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고하기도 하였다. 그러면 법무부가 그렇게 특수법인안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 법무부 안의 논거

우선 인권위를 국가기구로 하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집권세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들고 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한 유엔 권고안도 인권위가 정부와 실질적인 거리를 두면서 인권보장 업무와 수행상의 허점을 감시하고 보충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특수법인격의 설립을 권장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권위원회가 모범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의 인권위는 모두 정부로부터 독립된 법인격을 갖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등 국가기구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3. 법무부 인권법안의 문제점

법무부가 특수법인안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은 아마도 인권옹호기관으로서 국가의 사법기구(예컨대 검찰, 법무부, 법원 등)가 존재하므로, 인권위는 국가의 사법기구의 빈 틈을 보완해 주는 성격의 단체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의 인권위가 담당할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검찰, 경찰, 안기부, 군수사기관 등의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와 시정기능이다.

세계적으로 모범적 활동을 하고 있는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의 인권위 활동의 핵심은 인종차별, 종족차별, 남녀차별 등 각종의 차별행위의 시정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의 인권침해에 대한 시정기능이 인권위의 제1차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권고안의 내용이 독립적인 특수법인에 더 합당한 것이라는 주장도 일면적이다. 유엔권고안의 내용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강력한 인권옹호기관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고, 그 형태는 각 나라의 형편에 맞추는 되는 것이다.

법무부안의 가장 큰 문제는 법무부안대로 설립된 인권위원회는 결국 법무부의 산하단체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인권위의 주 감시대상이 법무부가 관할하고 있는 수사, 교정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들 기관에 대한 인권위의 활동이 위축되고,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는 결과는 너무도 명백하게 예견되는 것이다.

< 준법서약서에 대하여 >

준법서약제라는 새로운 제도가 사상전향제도에 비추어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일보 나아간 것이기는 하나, 이 또한 여전히 준법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내용을 굳이 외부로 표출하게 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사상, 양심을 표명할 것을 강제 당하지 않는다는 사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종전의 사상전향제도와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법무부령에 근거하여 전향제도를 실시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 조항에 위배되어, 법률상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전향제도의 운용실태를 살펴보더라도, 전향제도가 존재하는 한 인권침해 시비는 그칠 수 없다. 또한 이제까지 일반 수형자에게는 석방의 조건으로 '준법서약'을 요구한 바가 없었음에도 굳이 양심수에게는 석방의 조건으로 '준법서약'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처사다.

또한 정부는 사상전향제를 준법서약제로 대체하면서 종래 사상범에게만 적용하여 오던 것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등 죄로 확대하였다. 따라서 종래 사상전향제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의 수형자나 기타 노동, 시국 관련 수형자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준법서약서를 요구할 수 있게 되어 사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서약을 강제하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측면에서 볼 때 종래보다도 더 개악된 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별검사제에 대하여>

1. 서론

박상천 법무부 장관은 야당시절인 1996년에 검찰이 정치권력의 영향으로 권력형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회피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특별검사의 임용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부패방지법안과 관련하여 박상천 장관은 특별검사제에 대하여 위헌이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했고, 이에 따라 국민회의도 특별검사제 도입을 백지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국민회의는 특검제와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가 제외된 상태의 부패방지법안을 확정하였다.

2. 법무부 주장의 논거

첫째,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침해하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5공비리, 5.18사건 등 당시의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사건 수사를 위해 과거 특별검사를 주장하였으나,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사건이 없으므로 특별검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째, 한나라당 또는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특검제 안 중

– 국회가 특별검사를 선임하는 안은 국회 다수파 정당이 특별검사를 선임하게 되어, 실제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고

– 대통령 직속의 상설기구로 하자는 안은 야당이 그 중립성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실적위주의 정치사건 수사로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네째, 최근 특검제의 본국인 미국에섯도 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타당하다는 것이다. 소위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이다.

3. 법무부 주장에 대한 비판

우선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 근거가 없다. 우리 헌법에는 검사의 영장신청권에 대한 간단한 언급이외에는 '검찰제도'와 관련된 규정은 전혀 없는 것이다.

그 다음 지금은 대통령과 관련된 현안이 없으므로 특검제가 필요없다는 주장은 자신의 처지가 바뀌었으므로 특검제가 필요없다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자체는 특별검사의 임명과정 및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극복하여야 할 문제이다. 과거 박상천 장관이 야당시절에 특검제를 주장할 때에는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

다른 무엇보다도 박상천 법무부 장관이 야당 시절인 1996년 특별검사제 도입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런 박 장관이 앞장서 특검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새정부 들어서도 청구, 기아의 비자금 사건이나 종금사 인허가 비리 등 수많은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되었고, 여전히 검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부패방지법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특별검사제의 도입 없이는 부패추방을 위한 노력은 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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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도 자 료

1.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한인섭·서울대 법대 교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최영도·변호사)과 공동으로 박상천법무무부장관, 김태정검찰총장 등 신정부 법무팀에 대해 시민청문회 형식의 1년 평가토론회를 개최하였다.

2. 최근 특별검사제, 국가인권위원회, 준법서약제, 실업자노조가입문제 등에 대해 법무부와 시민사회단체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을 뿐만아니라, 정치권사정, 재벌비리, 사법개혁 등에 대한 검찰의 활동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번 토론회는 지난 1년간 신정부 법무팀의 공과를 평가하고 법무부와 검찰이 인권과 사법정의의 보루로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3. 이번 토론회는 법무부(장관)의 1년 활동 평가에 대해서는 이인호·민변사무차장이, 검찰(총장)의 1년 활동평가에 대해서는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실장이 기조발제를 하였고, 민주노총, 민가협, 민변, 참여연대 등에서 참가하여 각 각의 쟁점과 사안에 대한 열띤 자유토론이 이루어졌다. 당초 지정토론자로 초청되었던 법무부 및 검찰 관계자는 준비일정 촉박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별첨자료 1. 기조발제 요약문

※ 이 자료는 통신망에도 올라갑니다.

* 나우누리 go PSPD / 인터넷 홈페이지 www.koreanet.org/~ps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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