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7-08-01   2135

[09호] 김현철씨에게 돈 준 기업인들 횡령죄로 고발

사법감시25시 – 17.5

김현철씨에게 돈 준 기업인들 횡령죄로 고발

지금까지 많은 부정비리 사건에서 뇌물을 제공한 기업인에 대한 처벌이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현철씨 사건과 관련하여 비자금을 조성하고 의결과정 없이 기업의 돈을 집행한 기업인들을 참여연대는 지난 97년 5월 23일 횡령죄로 고발하였다. 돈을 받은 사람과 함께 돈을 준 사람도 함께 처벌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서 '뇌물'의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고발장 전문을 싣는다.

고 발 장

고 발 인 김 형 완

이 태 호

피 고 발 인 1. 이 성 호 (전 대호건설 사장)

2. 김 덕 영 (두양그룹 회장)

3. 최 승 진 (우성그룹 전부회장)

4. 신 영 환 (신성그룹 회장)

5. 곽 인 환 (대동주택 회장)

6. 조 동 만 (한솔그룹 부사장)

고발인들은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참여연대) 소속 회원들로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알선수재와 조세포탈로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피고발인들이 이권청탁 및 활동비 명목으로 김현철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이 밝혀졌고, 피고발인들이 기업을 경영하는 책임자로서 그 기업체의 공금을 횡령한 것이 명백한 바 다음과 같이 고발하오니 엄정히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 음

1. 고발의 취지

정치인과 기업간의 뿌리깊은 유착이 그 몸체를 드러내어 수십명의 정치인들이 검찰에 소환되고 기소되는 사태를 맞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청탁의 대가로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되기까지 하니,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의 고리는 어디에서부터 끊어내야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부정부패가 뿌리뽑히기 위해서는 의당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권력자,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엄정히 처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돈을 주는 기업인들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금품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처벌하지 않을 때 이권과 관련되어 특수한 지위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뇌물과 청탁을 일삼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게다가 기업인들이 정치인과 공무원, 권력자들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거의 모두가 음성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으로서 세금을 내지 않은 검은 돈이므로 세무당국에 통보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함은 물론이고, 한 기업의 경영을 책임진 사람들이 독단으로 기업의 돈을 마치 개인의 돈인 양, 수천만원, 심지어는 수억원의 돈을 청탁의 대가로, 또는 '후원금' 명목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자신의 직무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업무상횡령죄에 해당된다 하겠습니다. 더구나, 위와 같은 검은 돈을 받은 자만 처벌하고 그 제공자를 불문에 붙이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반하며 국민들의 법감정과도 맞지 아니합니다.

고발인들은 김현철과 관련하여 수사하고 있는 피고발인들의 횡령죄가 명백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돈을 준 피고발인들은 분명히 이욕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러한 사람들의 처벌없이 정경유착과 뇌물수수의 관행이 절대로 사라질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다시는 한보비리와 같은 정경유착의 병폐가 거듭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동시에 처벌하는 관행을 만들어나가야만 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고발에 이르렀습니다.

2. 범죄사실

(1) 피고발인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은 93년 12월∼95년 12월까지 서초케이블TV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공보처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부탁 등과 함께 총 26회에 걸쳐 합계금 17억 2천만원을 임의로 인출하여 김현철에게 제공하고,

(2) 피고발인 김덕영 두양그룹 회장은 93년 5월∼96년 1월까지 6천만원씩 20회에 걸쳐 12억원, 95년 4월에 신한종금 경영권 분쟁과 관련, 피고발인의 장인인 양정모 전국제그룹회장과의 소송에서 이길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이권청탁 등과 함께 3억원 합계금 15억원을 임의로 인출하여 김현철에게 제공하고,

(3) 피고발인 최승진 우성그룹 전 부회장은 93년 4월∼93년 10월까지 3회에 걸쳐 6천만원씩 합계금 1억8천만원을,

(4) 피고발인 신영환 신성그룹 회장은 93년 6월∼95년 11월까지 10회에 걸쳐 6천만원씩 합계금 6억원을,

(5) 피고발인 조동만 한솔그룹 부사장은 94년 6월∼96년 12월까지 31회에 걸쳐 5천만원씩 합계금 15억5천만원을,

(6) 피고발인 곽인환 대동주택 회장은 95년 6월에 총 10억원을 지자제 선거활동비 등 활동비로 제공하여서 각 이를 횡령하였습니다.

피고발인들은 1억8천만∼17억2천만원까지 상당한 금액의 금품을 김현철에게 제공하였으며 이와 관련하여 이 자금의 조성경위와 주주총회 및 이사회 등의 의결절차, 경과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밝힌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공식적인 회사기구에서도 이러한 엄청난 거액의 뇌물과 정치자금의 지급을 용인하는 의결을 했을 리가 만무한 것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부정한 자금의 조성은 통상적인 회계장부에 기재되어 있지 않겠지만 회사의 각종 자금에서 빠져나왔을 것임이 분명하고 이것은 회사에 유보되어야 할 정당한 자금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어서 횡령죄가 성립할 것입니다.

3. 결론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과 대통령의 아들, 청와대까지 국민들에게 불신을 안겨주는 요소는 이제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피고발인들의 횡령죄에 대한 엄정하고도 면밀한 수사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구속기소된 김현철씨에 대해 보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또한 이 사건과 대선자금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의혹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 사실입니다. 피고발인들이 제공한 금품의 계좌이동과정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수집, 거래된 모든 내역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관련자들을 엄정히 처벌하여야 할 것입니다.

참여연대 회원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이번 고발건에 대한 검찰의 처리과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입니다.

1997. 5. 23.

서울지방검찰청 귀중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