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6-01   1399

[05호] 예비 법조인이 본 사법현실

제27기 사법연수원생들에 대한 설문조사

[사법감시] 편집팀에서는 1996년 5월 15일∼6월 15일 한달 동안 우편을 통한 배포.수거방법으로 제27기 사법연수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사법감시] 2호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의 눈으로 본 사법현실'에 대한 설문조사의 후속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는 21세기의 법조계를 끌고 나갈 예비법조인들로서 사법연수원생들이 진단한 사법현실과 선배 법조인들에 대한 윤리의식의 평가정도를 알기 위한 것이었다.

제27기 사법연수원 315명 전원에게 설문을 발송하였고 이 중 75명이 응답하였다. 설문에 응답한 연수원생은 남자 96%, 여자 4%, 평균연령 28.9세였으며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87.6%로 법학이외의 전공을 한 사람 13.3%보다 월등히 많았다. 조사의 진행은 참여연대 사회조사실에서 담당하였다.

판사진출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법조인을 지원한 동기에 대한 질문"에는 '사회정의에 기여'하기 위함(35.9%), '장래에 하고자 하는 일의 수단'(31.3%)이 '안정된 수입'(4.7%)이나 '높은 사회적 대우'(6.3%)보다도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연수원 수료 후 희망 진출직역에 대해서는 판사가 44.1%로 검사 27.9%, 변호사 17.6%에 비해 높은 응답률을 보여 변호사보다 판검사에 대한 연수원생들의 선호도를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최근 연수원생들 안의 판검사 선호도가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며, 전직대통령 수사 등 최근 검찰의 두드러진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검사보다는 판사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회

편집팀에서는 예비법조인으로서의 사법연수원생들과 일반국민들이 갖고 있는 법에 대한 의식을 비교하기 위하여 1991년 4월 한국법제연구원에서 2천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동문항을 설정하였다. (조사실시시기의 차이로 인해 결과의 비교가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을 밝힌다.)

우선 "법"이란 말이 주는 느낌에 대해서는 국민들이나 연수원생들 모두 권위적(국민들 32%, 연수원생 45.2%)이라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편파적(24.7%)이라는 느낌에 비해 연수원생들은 공평하다(15.1%)고 하여 국민들의 법감정과 차이를 보였다. 우리 사회가 법이 잘 지켜지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민들과 연수원생들 간에 차이가 없이 모두 '그렇지 않다'(국민들 82.4%, 연수원생 84.9%)고 대답하였고 이러한 이유에 대해서 국민들은 '까다롭고 자주 바뀌는 법절차'(33.2%)를 들었으나 연수원생들은 6.1%만이 이 항목에 응답하였고, 두 집단 모두 '법의 집행이 엄격하지 못하여서' (국민들 24.1%, 연수원생 34.8%)라고 응답하였다.

의외인 것은 예비법조인으로서의 연수원생들이 '법 이외의 다른 방법이 편하'(28.8%)고,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보기'(21.2%) 때문에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해 법치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물론 법치의 실현은 법조인 만의 몫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법조인으로서 '법대로 하는 것이 편하고',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는 것이다. 21세기 법조를 끌어나갈 사람들이기에 이런 현실에 대한 극복방안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작업도 어느 정도는 이 설문의 응답자들 몫일 수 밖에 없다.

사법과 권력의 유착관계의 폐해 크다

국선변호인의 불성실변론, 검사의 피의자 가혹행위 등 법조인의 윤리의식을 의심케 하는 사건들이 최근 빈발하고 있다. 선배 법조인들의 윤리의식에 대해 후배 법조인인 연수원생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우선 사법과 권력의 유착관계에 대한 질문에 수원생들은 '밀접한 유착으로 그 폐해가 크다'(51.4%)고 응답하여 사법의 독립성이 크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외에 '유착관계에 있으나 사법작용에 영항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이 29.7%를 차지하였고, 기타의 란에 '대체로 독립적이나 정치적 사건에서는 유착관계가 있다'는 의견과 '유착관계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많은 수의 법조인이 있다', '유착되어 있지는 않지만 사법이 필요이상으로 정치적 고려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판사, 가장 윤리적이다

현재 판사, 검사, 변호사가 갖고 있는 윤리의식의 정도가 어떠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이들 세 집단 중 판사가 가장 윤리적이라는 응답결과를 얻었다.

판사의 경우 '그저그렇다' 32%, '윤리적이다' 56%, '매우 윤리적이다' 9.3%로 응답자의 65.3%가 윤리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같은 질문에서 검사에 대해서 윤리적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29.3%, 비윤리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13.4%였으며, 변호사에 대해서는 16%의 응답자가 윤리적, 21.3%가 비윤리적이라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윤리의식의 평가정도가 연수원 수료이후 직역선택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선배 법조인의 윤리의식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연수원생들은 [법조윤리]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이 과목에 대해서 '매우 형식적'이라는 평가가 42.7%를 차지했으며 '형식적이나 없는 것보다 낫다'는 응답이 46.7%를 점했다.

법조인의 윤리의식을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가치관에 돌릴 수는 없다. 개별 법조인으로서는 직업윤리의식으로 철저히 무장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강제하기 위하여 [법조윤리강령] 제정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연수원의 [법조윤리] 과목도 형식적인 도덕교육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사례를 연구하고 행동윤리를 습득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

검사임용 탈락 78.7%가 부당한 조치라고

최근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법조 출신의 후보자들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이러한 법조인의 정치진출에 대해서 연수원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58.7%). 또한 42.6%가 상황이 된다면 진출하거나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하여 4.11 총선에서 급증한 법조인의 정치진출이 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기 연수원수료자들의 검사임용 탈락에 대해서는 78.7%가 부당한 조치라고 보았고, 탈락과정에서 문제가 된 국가보안법 폐지와 노동법의 적용현실에 대해서는 89.2%가 개정되거나 폐지되어야 한다고 보아 검사임용탈락 사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었다.

정치권의 결단에 의한 전직 대통령 재판 (62.2%)

사법개혁의 중심점에 대한 질문에서는 법조일원화(29.2%), 사법시험과 법조인 선출과정의 개선(18.4%), 법원과 검찰의 독립성 확보(16.4%), 사법관행과 의식구조의 변화(14.3%)의 순으로 응답하였다. 이에 반해 사법비용의 문제와 행형문제, 법률구조제도의 개선 등 법률서비스의 개선에 대한 개혁보다는 법조인의 구성과 구성원들의 의식개혁 등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재판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대다수가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정치권의 결단에 의존한 독립적이지 못한 재판'이라는 의견이 62.2%를 차지해 사법의 독립성을 판단의 매우 중요한 요소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민의 사법감시, 더욱 확대되어야

배심제, 참심제 등 시민의 사법참여에 대한 의견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33.3%, '부작용이 많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34.7%를 차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에 비해 시민들의 사법감시활동에 대해서는 89.3%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긍정적 이해가 정착되어감을 느끼게 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