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8-02-01   1083

[10호] 잘못은 시인해야 하지 않습니까?

나의 사법피해사례

잘못은 시인해야 하지 않습니까?

홍찬석(노원구 중계동)

92년 10월 마포 망원동의 가나다맨숀 재건축 허가를 힘겹게 얻었을 때만 하더라도, 내가 이런 사기와 소송에 말려들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98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동안 경제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죄를 지은 자는 활보하고 있는 가운데 나에게만 범죄자의 낙인을 찍으려 한 처사는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내 권리주장이 소송사기라니?

나는 배운 것이 없고 청각 장애를 안고 있지만 내 몸으로 건축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다. 종합건설회사의 명의를 빌려 내 돈으로 연립주택을 지었고 입주도 무난히 이루어졌다. 그런데 준공검사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종합건설회사와 재건축조합 관련자가 고의로 준공을 방해하고 입주자들의 항의를 무마하는 서류라고 속여 나로하여금 '포기각서'에 날인하게 한 것이었다. 수억원의 공사대금을 눈 앞에서 날려버리게 된 나는, 94년 3월 준공을 방해하고 명의만을 빌려준 종합건설회사가 실제 공사를 한 것처럼 꾸미고 사무실에서 서류를 훔쳐 계약서 일자를 소급해서 위조한 혐의로 그들을 고소를 했고, 재건축조합 관련자가 착복한 분양대금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나는 정당한 주장을 했기에 법원과 검찰은 당연히 내게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검찰이 내가 소송사기를 했다고 엮어넣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증거를 허위로 조작해 검찰에 제출한 사람은 기소가 되지 않고 내 권리를 주장한 것이 소송사기로 둔갑하다니…

후에 소송사기로 불구속기소된 것의 정황을 살펴보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 건축동업자에게 받을 돈을 청구한 가압류사건이 사기미수가 아니라는 애초의 검찰의 결정에 대해 수사미진으로 재기수사명령이 내린 것이었는데, 서부지청 이문재 검사는 조합관련자와 건설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사기미수에 해당한다고 인지하여 나를 불구속기소한 것이었다. 게다가 상대방이 나를 맞고소한 사건에 대해 서부지청의 안원식 검사는 무고혐의가 없다고 하여, 한쪽에서는 인지로 나를 기소하고 다른 쪽에서는 무혐의처리를 내려 서로 엇갈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물론 이문재 검사의 잘못된 공소장을 기초로 해서 나의 무고혐의로만 수사를 압축해 결국은 상대방에게는 면죄부를 준 결정이었지만 서로 모순된 결정임에는 분명했다.

검찰의 전도된 처분

나는 재판과정에서 건축은 내가 100%한 것이라는 것과 상대방의 주장과는 달리 아무런 문제 없이 입주자들이 맨션에서 살고 있어 준공검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밝히려고 노력했다. 또한 상대방에서 제출한 증거자료인 계약서가 일자가 소급된 것과 문서가 위조되었다는 것, 위증을 한 점 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밝혀줄 것을 주장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조작된 증거만을 중심으로 수사는 진행되엇다. 말주변이 없고 배운 것이 없어 그런지 재기수사때 나의 형이 보조인으로 입회할 것을 요청한 것조차 거부당하기까지 했다. 특히 서부지청의 이순기 수사사무관은 변조된 장부와 허위사실이 기입된 계약서, 일자가 소급된 계약서 등을 증거자료로 접수하여 사건의 수사방향을 왜곡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나와 입주자들, 건축사 등의 진술과 주장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고 수사를 했다면 그들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내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측면의 수사는 애써 외면한 수사관의 태도는 눈에 보이게 편파적이었다. 진실을 밝혀주어야 할 검찰이 진실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 왜곡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잘못을 인정하는 사법부가 되었으면

결국 나의 사기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판결을 통해 검찰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검찰은 내 사건과 관련하여 한쪽은 기소, 한쪽은 무혐의처리하는 엇갈린 판결을 내렸는가 하면, 재기수사명령의 뜻을 오해하고 다른 사건을 들어 기소했고, 공소장의 내용이 조작된 증거자료를 기초로 해서 쓰여지기까지 해서 이제는 더 이상 잘못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 혐의가 벗겨진 것은 다행이나 상대방을 고소한 사건은 계속 무혐의처리되어 지금 헌법재판소에 가 있다. 무죄판결도 내려졌고, 검찰이 수사를 잘못한 것이 너무나 명확하다고 생각해서 헌법재판소에서 금방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1년이 가까워오는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사기미수에 대한 내 혐의는 풀렸지만 민사소송에서 졌고, 빚에 쪼달리는 상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고살기 급급하던 나와 가족들에게 몇 년동안 계속된 소송은 너무나 큰 짐이었다. 나는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잘못이 고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떳떳이 잘못을 인정하고 하루속히 상황을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사법부도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에 잘못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잘못을 덮어두고 방치하는 것은 썩어서 오히려 자기살을 갉아먹는 벌레를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사건이 하루속히 바로잡혀 이 악몽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리 가족의 새해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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