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2000-10-01   2024

[15호] 납득할 수 없는 검찰의 사건처리

최근 한 언론(대한매일 10월 13일, 14일 보도)이 보도한 폭력사건(미디어텍닷컴 대주주 K씨 피습사건, 주임검사 서울지방검찰청 형사3부 이봉상)과 관련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검찰의 수사 및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검찰총장과 서울지검장에게 질의서를 통해 철저한 재수사로 여러 의혹이 낱낱이 해명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한편 이 사건의 주임검사인 이봉상 검사는 11월 6일 이 사건을 보도한 대한매일과 이 회사 사회부 법조담당 기자들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편집자 주>

사건의 개요

지난 7월 12일 11시 30분경 미디어닷컴의 대주주인 K씨가 피습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범행을 저지른 소공섭과 우동열, 그리고 이를 지시한 소봉섭(소공섭의 6촌 형)을 체포하게 된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이들이 피해자를 가해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폭력을 교사한 혐의로 MBC미디어텍 전대표인 김광곤을 검찰지휘를 받아 구속하기에 이른다. 이후 검찰은 자체수사 과정에서 김광곤을 무혐의 처리했고 나머지 피의자들은 공소를 제기, 법원에서 각각 징역3년과 1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처리의 의혹

일견 단순 강력사건에 불과한 이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발부받은 김광곤을 스스로 무혐의 처리하면서 시작됐다. 이러한 조치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에 대해 초기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수사관들은 "뭔가 잘못됐다. 배후가 있다"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소봉섭 등의 재판을 담당했던 법관 역시 범행동기를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의 수사미진를 지적한 바 있다.

의혹이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김광곤이 윤관 전대법원장의 조카이며 변호인으로 윤전 변호사(윤관 전대법원장의 동생이자 김광곤의 삼촌)와 검찰 출신인 신현무 변호사(전대전지검장) 등이 선임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주변상황들로부터 곧바로 검찰의 사건처리가 불공정하다거나 전관예우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검찰의 수사태도 및 수사내용을 통해 확인되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참여연대가 파악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내용 및 관련자 진술 등으로 살펴보건데 이러한 의혹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고 판단이다.

제기되는 의혹

의문1) 범행 동기 – 범인이 밝힌 범행동기는 피해자도 모르는 사실

소봉섭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다. 소씨가 검찰진술에서 '피해자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서 만화사이트를 개설하기로 했으나, 피해자가 제동을 걸자 이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는 반대한 사실이 없으며 사업추진 계획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 피해자와 이들 사이에 특별한 원한관계나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소봉섭의 재판을 담당한 법관 역시 의문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씨의 직업이나 살아온 과정 등을 보아도 소씨가 인터넷 만화사업을 운영, 관리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소씨는 김광곤으로부터 김문규를 소개받아 투자사업 설명을 하고 사이트 개설을 약속받았다고 하나 김문규는 소씨를 만난 사실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문2) 범행준비과정에 대한 엇갈린 진술 –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어떻게 알았나?

평소 교류가 없는 소봉섭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어떻게 알아냈는가? 소씨가 인적사항을 알려고 한 이유가 결국 피해자를 가해하기 위한 것이었고 따라서 인적사항을 가르쳐준 이는 청부와 관련이 있거나 적어도 위해(危害)할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사건 관련자들간에 진술이 엇갈리고 있고, 진술내용 역시 그때그때 약간씩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씨는 김광곤이 즉석에서 가르쳐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김광곤은 김문규에게 전화해 알려줬다고 주장하고, 김문규는 알려준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정작 범행 당사자인 소공섭은 스스로 알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엇갈린 진술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김광곤이 소봉섭에게 가르쳐 준 피해자의 인상착의가 사실과 다르다며 김광곤의 청부혐의를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김광곤이 3월 미디어텍닷컴 개업식에서 피해자를 만난적이 있다고 진술했으며 '김광곤과 피해자는 서로 골프친구로 친한 것 같았다'는 소봉섭의 진술 역시 검찰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의문스럽게 한다.

의문3)통화기록 내역-사건당일과 사건 시간대에 집중적인 통화가 이뤄진 이유는?

통회기록 내역에는 사건당일 김광곤과 소봉섭, 소공섭 사이에 무려 13차례에 걸친 통화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사건시간인 11시 30분을 전후해 소공섭이 소봉섭에게, 그리고 소봉섭이 김광곤에게 다시 김광곤이 소봉섭에게 통화를 했던 기록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김광곤이 사건 전인 5, 6월에는 소씨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김광곤이 이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김광곤이 사건 당일 소봉섭으로부터 "피해자를 혼내줬다"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전화를 끊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바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며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었다고 번복하고 있지만 이런 엇갈린 진술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경찰수사내용으로만 판단한다면 김광곤은 소봉섭이 혼내주겠다는 말을 했음에도 소씨에게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려주었고 이에 대한 보고까지 받은 것으로 교사 또는 적어도 방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의문4)피해자를 위해(危害)함으로써 김광곤이 얻는 이익은 없는가?

검찰은 당사자의 진술이 일치하고 김씨의 범행동기가 없으며 티벳 유물전 건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미디어텍닷컴이지 김광곤이 아니라는 취지로 김광곤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 판단처럼 과연 김광곤이 피해자에게 협박 또는 위해를 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없을까? 평소 김문규와 김광곤은 사업상 협력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관계 속에서 두사람은 회사를 상장해 주가를 올릴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인터넷 관련 사업보다는 이벤트성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실제로 김문규는 티벳유물전을 전적으로 김광곤에게 일임하고 있었고 계약금까지 지급한 상태였으며, 미디어텍닷컴의 인터넷 방송 개국행사도 김광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인터넷 업무와 관련없는 유물전, 판매업 등에 돈을 투자해 회사 경영이 악화되고, 거기에 김문규의 횡령혐의가 발견되자 피해자는 김문규의 회사운영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김문규와 김광곤이 이 사건의 핵심인물이라고 판단, 김문규에게도 구속영장 청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김문규와 김광곤은 이미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었으며 그만큼 피해자가 회사운영에 개입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의문5)피해자의 진술-사건 전 이미 협박이 있었다.

피해자는 미디어닷컴의 대주주로서 지난 6월 김문규의 자금 유용을 포착했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하여 법적 대응을 경고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피해자와 미디어텍닷컴의 부사장은 상당한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사건과 평소의 협박이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의문6)김광곤의 변호인과 주변인물 – 전관예우의 의혹

김광곤은 윤관 전대법원장의 조카이며 그의 동생인 윤전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선임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검장 출신인 신현무 변호사 역시 변호인으로 선임되었습니다. 물론 고위법관이 친인척이고 변호인으로 검찰고위 출신이 선임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전관예우'의 의혹을 둘 수는 없다. 하지만 현 법조계 관행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라고 부인할 수도 없다. 엄연히 존재하는 이러한 관행에 비춰 일반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는 건 일견 당연하다고 보여진다. 이외에도 변호인들이 경찰에서 보인 태도는 전관예우의 의혹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의문7) 검찰 해명- 사실과 다르며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

언론보도 이후 검찰은 해명을 통해 '윤전 변호사가 김광곤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그리고 '청부지시라면 전화통화로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주장 역시 5, 6월에 소씨가 직접 김광곤을 만난 사실이 있었다는 점에서 반박이 가능하며 '김씨가 청부를 지시할 동기가 없다'는 것과 '김광곤이 소봉섭에게 알려줬다는 인상착의가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은 위에서 지적한 이유에 의해 설득력이 없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만은 아니다. 여러 정황이나 증거, 사실에 비춰 충분히 청부혐의를 둘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굳이 김광곤을 무혐의 처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이런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건내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했고, 따라서 관련자들의 명예훼손과 인권침해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 사건 관련자들의 이름과 내용을 밝힐 수밖에 없었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지금 피해자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또다른 위험을 감수하며 여러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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