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6-01   1663

[05호] 김석원 실명확인업무 방해혐의에 대한 엄정수사 요청서한

우리 국민들은 폭로되는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의 액수가 늘어감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커져만 가는 충격과 허탈감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바로 그 비자금의 조성에 많은 재벌 총수들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큰 분노를 함께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국민경제에 바쳐져야 할 막대한 돈을 뇌물로 두 전직 대통령에게 제공하였을을 뿐만 아니라 그 검은돈을 실명화하고 보관해 주기까지 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도덕성의 상실을 넘어서 실정법적인 범죄행위에 다름아니었던 것입니다.

특히 전 쌍용그룹 회장 김석원씨는 뇌물로 조성된 전두환씨의 비자금 총 143억 5천여 만원을 불법실명전환하여 현금으로 바꾸어 자신의 집에서까지 보관하면서 전두환씨의 요구에 따라 현금화 해주었음이 이미 언론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국가 경제발전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조치인 금융실명제 실시의 의미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당시 재벌의 총수가 불법실명전환에 가담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 사회적 책임을 물어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지방검찰청은 지난 1월 24일 돈을 넣은 사과상자 25개를 검찰이 이미 압수한 상황에서 3개월이나 발표를 미루다가 4월 15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전두환씨 비자금 사건 2차 공판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였던 것입니다. 검찰의 이러한 발표시기의 고의적인 지연은 4.11 총선을 염두에 둔 행위로서 통합선거법 제86조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 조항의 위반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혹조차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검찰은 위와같은 김석원씨의 행위가 명백한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쌍용 측이 불법실명전환 과정에서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석원씨를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가를 받았는지는 조사를 해 봐야 할 일이고 유형무형의 어떠한 대가라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 국민의 믿음이기도 합니다. 또한 김석원씨에 대해 검찰이 자체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11월 노태우씨 비자금 변칙실명전환 행위로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은 (주)대우 이경훈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던 것과 상당히 형평성을 잃은 조치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한 김석원씨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하여 참여연대 회원 김정자(55세, 강남구 청담동)씨 외 2인은 검찰이 본연의 자세를 되찾고 두 전직대통령까지 기소하였듯이 수사대상의 지위고하와 무관하게 엄정하고도 면밀한 수사에 착수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지난 4월 19일 쌍용그룹회장 김석원씨를 금융기관의 실명확인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고발한지 한동안 고발인조사까지 하지 않아 지난 4월 30일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 앞으로 신속하고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는 이 사건의 담당검사가 바로 홍만표검사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발한 지 이미 2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홍검사님은 고발인 조사조차 수행하지 않고 있으니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 대하여 국민들의 의혹이 쌓이고 있고 만약 그 혐의가 그대로 인정되면 기소와 유죄판결을 면치 못할 중대한 사건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실현을 염원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사실을 평범한 시민들에 불과한 고발인들은 믿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지위가 높고, 권력이 있으며, 돈이 많은 피고발인과 같은 사회지도층이 예외없이 처벌된다는 교훈을 우리 사회에 심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국민의 공복이 된 김석원씨에 대해서도 예외없는 법치주의의 촘촘한 잣대로 관련행위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사건을 담당하신 홍만표 검사님께 사회정의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정한 수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고발인 조사와 아울러 피고발인에 대한 엄정하고도 조속한 수사를 재차 촉구하는 바입니다.

1996. 6. 12.

————————————————————-

6월 14일 위의 서한에 대하여 홍만표 검사로부터 아주 진지하고 성의있는 전화답신을 받을 수 있었다. 홍검사는 이 사건에 대해 이미 계열사 관계자의 소환조사가 실시되는 중이며 김석원씨도 곧 소환조사할 예정이라는 것을 밝혔다. 또한 고발인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추가로 고발인조사를 할 내용이 없어서이며 전두환씨의 비자금의 추징보전 등 많은 업무로 인하여 빠른 수사를 진행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7월 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라는 의사를 전해왔다.

홍만표 검사는 KBS에 이 사건과 관련된 방영이 취소되는 등 언론에 대한 쌍용측의 외압이 작용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검찰은 수사에 있어 외압에 따른 은폐가 전혀 없으며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한 점의 의혹이 없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표시했다.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젊은 검사로서 성실하고 책임있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말과 함께,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에서도 열심히 활동해 주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이 있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