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10-07-19   3367

김영란 대법관 후임, 누구여야 하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누가 김영란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은 대법관의 자격이 있는 법조계 또는 법학계 인물이라면 몰라도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관심 밖의 질문인지도 모른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장이면 몰라도 대법관이 누가 되건 내 생활에 어떤 영향이나 있을까 싶어서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법관직이 선거로 뽑는 자리도 아니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대법원이 어떤 대법관으로 구성되느냐가 우리의 삶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여성에게도 종중원 자격이 인정되어 종중이 받은 토지보상금을 분배받을 수 있는지, 새만금간척사업을 중단해야 하는지, 시간강사가 근로자인지,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인지,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되어야 하는지 등등 국민들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이 모든 법적 다툼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으로 종결된다. 그러니 어떤 성향의 대법관이 임명되느냐는 국민 개개인의 삶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대한민국 사법사상 첫 여성 대법관인 김영란 대법관이 오는 8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2004년 임명될 당시 성별이나 성향 등 여러 면에서 다양한 대법원 인적 구성을 갈구했던 시민사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파격적으로 젊은 여성 대법관이 탄생했다. 연수원 기수와 서열, 남성 엘리트 판사 중심의 대법관 선임관행에서 한참 벗어났으므로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었다. 특히 옷을 벗어야 했던 상위서열의 고위직 법관들이 퇴임하면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재 그 후임 대법관 인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9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각계각층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대법관 후보 중에서 2~4명을 결정할 예정이다. 대법원장이 그 중 1명을 선택해 대법관으로 제청하면 인사청문회 등 국회 동의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임명된 대법관 4명 모두 기수와 법원서열 위주의 남성 엘리트 판사출신이다. 이번에도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전임 정부에서의 사회적 합의를 깨고 예전 관행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까지 대변할 수 있는 법조인이 발탁될 것인지, 아니면 여성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대법관이 임명될 것인지 모두 관심거리이다.
그동안 대법원이 이명박 정부의 이념성향에 맞추어 보수화되었다. 대법관을 법관승진의 정점으로 여기다 보니 법원 내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재판실무능력이 뛰어난, 그러나 거의 성향이 동질적인 법관이 대법관으로 추천되고 임명되었다. 각계각층의 이익과 의사를 판결에 담아낼 수 있는 대법관 인적 구성의 다양성은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적 구성의 다양화는 출신지역의 안배나 출신 직역의 다양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성향의 다양화여야 한다. 그래야 대법원이 기획하고 있는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변화에 부응할 수 있다. 대법원은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설치하여 대법원의 상고사건 부담을 줄임으로써 대법원이 또 하나의 사실심 법원이 아니라 정책법원으로서 사법적 가치판단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에 맞추려면 대법관 인선의 기준과 방향은 분명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대법원이 정책법원으로서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이해하고 판결을 내릴 수 있으려면 대법관들은 더욱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 다양성의 징표였던 김영란 대법관이 내린 재임기간 동안의 판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소수자 보호에 충실한 대법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후임 역시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면서 대법원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 이 글은 2010년 7월 19일 < 경향신문 >에도 실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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