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10-12-06   3932

로스쿨 청년실업 조장하는 법무부

김제완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법조인 양성 제도의 근간이 바뀐 지도 벌써 3년이 되어 이제 전국적으로 제3기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생 선발을 앞두고 있다. 과거에 소수 인원을 선발하여 국가예산으로 연수시켜 사회 특권층으로서 법조계를 형성하던 사법시험 제도에서, 이제는 법학뿐 아니라 다양한 전공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대학에서 정상적 교육과정을 통해 법조인으로 양성해내는 제도로 전환한 것은 우리 법조계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이다. 그런데 로스쿨 제도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밥그릇 지키기와 법무부의 무사안일로 제1기 졸업생을 내기도 전에 큰 위기를 맞았다. 문제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이다.
 
변협 쪽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전국 입학정원의 50%(1000명) 내지 70%(1400명)만을 합격시켜야 한다고 ‘정원제’를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의 실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위적으로 합격 정원을 제한해 규제하면 해마다 수백명씩 불합격자가 누적된다. 결국 몇 년 안 가서 변호사시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10%대로 떨어지게 된다. 대부분의 로스쿨 졸업생들이 장기실업자가 되고, 과거 고시제도에서와 같이 장기간 고시촌을 맴도는 낭인들을 양산하게 된다.
 
일본의 실패 사례를 잘 알면서도 무슨 의도인지 변협 쪽은 로스쿨 졸업자보다 훨씬 적은 수의 정원제로 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변호사가 공급과잉”이고 “합격자가 많을 경우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일반 국민들과는 한참 동떨어진 현실인식이다. 필자로서는 변호사가 너무 많다는 불만은 변호사들한테서 말고는 들어본 바가 없다. 일반 국민들의 대표적인 불만은 변호사가 실력이 없다는 것보다는 오히려 변호사 수가 너무 적어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누적 합격률’ 제도를 제안한다. 변호사시험 응시 기간이 졸업 후 5년 5회 한도이니, 합격자들을 그 기간 안에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예컨대 로스쿨 졸업자들의 90%를 합격시키더라도 첫해에는 조금만 합격시키고 나머지는 5년 안에 분산시켜 합격시킴으로써 갑자기 변호사 수가 늘어나 생길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졸업생의 대부분은 재수생, 삼수생, 나아가 5수생이 되고, 일부는 영영 변호사가 되지 못한다. 그야말로 이는 법무부에 의한 “청년실업자 양산 5개년계획”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특수한 전문영역에는 고액 수임료를 받는 최고급의 정예 변호사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대다수의 일반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적은 보수로 성실히 일해주는 변호사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새내기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이나 재벌기업 법제팀에만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정부기관은 물론 중소기업과 사회단체도 변호사들이 상근하는 정도가 돼야 한다. 하지만 변협과 법무부는 여전히 과거 사법시험 시대와 같은 소수정예주의를 고수하면서 국민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
 
새 제도하에서의 변호사시험은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시험이다. 초임 변호사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격을 가졌으면 자격증을 부여해야 한다.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많아지면 이들의 취직도 쉽지 않을 수 있고 대우도 과거보다 나빠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변협이나 법무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며, 시장에 맡기면 된다. 젊은 변호사들이 특권의식을 버리고 각자 자신의 삶을 개척하면 된다.
 
오는 7일에 법무부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서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위원들 중 과반수가 법조인이고, 특히 일반 국민을 대변하는 위원은 1명뿐이라고 한다. 대학을 거쳐 전문대학원을 졸업시키는 데까지 힘들게 지원한 학부모들의 입장과 학자금 대출을 받아 장기간 학업을 계속하는 사회적 취약계층 출신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청년실업자를 양산하는 최악의 방안만은 피하기를 기대한다.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