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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4.08.02
  • 1122
전관예우란 판사나 검사로 재직하다가 갓 개업한 변호사에게 법원 또는 검찰에서 특혜를 주는 것을 말한다. 인지상정이라고 하던가. 자신의 동료로 있다가 갓 개업한 변호사가 ‘첫 사건’을 들고 올 때, 특별히 불합리한 사유가 없으면 그 변호사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매우 높다. 더구나 자신의 선배, 동료를 그렇게 예우함으로써 장차 자신도 변호사가 되면 2-3년간 거액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이익도 가질 수 있다.

법조브로커란 손해배상사건이나 형사사건 등을 대상으로 일정한 대가를 받고 특정변호사에게 의뢰인을 소개하는 사람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전문적인 사건브로커 외에 경찰, 법원 또는 검찰의 일반직원들이 대가를 받고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거나 퇴직 후에 사무장의 작격으로 현직 직원들과 거래 형태로 특정변호사에게 사건이 수임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전관예우와 법조브로커는 대표적인 법조비리형태로서 법률시장을 왜곡하고 부실변론을 유발하며, 궁극적으로 사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마땅히 근절되어야 함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되풀이되는 법조비리

7월 30일, 대검 중수부는 지난 4월부터 석달간 전국을 상대로 한 법조비리 단속결과 139명을 단속하여 84명을 구속하고, 55명을 불구속했다고 발표하였다. 단속대상 중 변호사는 22명이며 그중 13명은 형사입건하고(3명 구속) 사안이 경미한 변호사 9명은 대한변협에 징계토록 통보했다고 한다. 지난 98년 의정부와 대전의 법조비리를 정점으로 심심치않게 특별단속과 비리적발이 반복되고 있지만 법조비리는 수그러들지 모르고 있다. 오히려 점점 전문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얼마전 ‘집사변호사’에 이어 소위 전관전문 브로커, 기업형 브로커라는 말이 생겨났다. 변호사가 명의를 빌려주고, 브로커에 고용되는 사례도 적발되었다. 사건을 맡은 판검사와 특정변호사의 친소관계를 자동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등장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정부의 경제부처에 근무하던 고위공무원들이 자리를 떠나자 마자 대형로펌으로 직행하는 일을 두고 로펌 역시 ‘브로커를 통한 수임비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고위공무원들이 자신을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는 고객을 로펌에 소개한다면 이는 변호사법 위반소지가 없지 않다. 엄밀하게 보자면 이들도 고급브로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재수없으면 걸린다?

법조브로커의 전문화 양상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브로커를 통한 사건 수임을 ‘남들도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등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검찰 수사에 걸리는 것조차 단지 운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법조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서 ‘업계의 관행’이라는 것이다. 필요악이라고도 한다. 특히 사법시험 합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치열해진 경쟁현실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항변도 들려온다. 변호사업무의 특성이 브로커(중재)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현행 변호사법이 타 직역과의 업무제휴나 동업을 금지하고, 광고와 마케팅 개념을 부인하는 등 현실과 맞지않게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악성법조비리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변호사를 나아가 법조인을 단순한 법률서비스 제공자이고,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참여자로만 보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법조인의 역할과, 그들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지위는 너무나도 크고 무겁지 않은가.

제도개선 그리고 무디지 않은 칼

물론, 이미 법조인 1만명 시대를 돌파했고 로스쿨도입이 논의되고 있으며 법조일원화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들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의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확보하고, 변호사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제도의 개선과 엄격한 처벌이 될 것이다.

제도개선에 관해서는 최근 사법개혁위원회의 활동이 주목된다. 사개위는 전관예우와 법조브로커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지역에서 형사구속사건 수임을 일정기간 제한하고, 변호사 징계위원회에 비법조인의 수를 늘리고(현재는 9명중 1명) 징계의 수위를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법조브로커의 활동을 막기 위해 변호사 사무원자격시험제도 도입, 비리전력자의 변호사 사무직원채용제한, 브로커를 고용한 변호사 처벌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제도개선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날카로운 칼이다. 이번 법조비리 수사결과를 보면서 씁씁해지는 이유는 법조인의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의 김모변호사는 알선료지급액수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판검사출신 변호사의 계좌추적 영장은 소명부족을 이유로 기각되고, 부장판사 출신 모 변호사는 이례적으로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석방되었다. 검찰은 검사출신을 법원은 판사출신을 봐줬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번에 구속된 변호사 3명중 판검사 출신은 한명도 없었다. 상황이 이쯤되자 변호사중에서도 ‘힘없는’ 이른바 연수원출신들만 희생됐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정의’에 대한 불신이 있는데, 일반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냉소’외에 아무것도 없다.

‘제식구감싸기’의 배경에는 법조계의 ‘동류의식’이 존재

따지고 보면 ‘제식구 감싸기’의 배경에는 법조계의 뿌리깊은 동류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사법연수원과 출신 법대, 출신 직역등을 통해 연결되는 폐쇄적인 집단의식과 동류의식은 특권의식을 낳는다. 알게 모르게 갖게 되는 동류의식에 의해 판결이나 검찰처분이 왜곡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안에 젖은 의뢰인들이 여전히 전관에 기대고 연고를 찾아 헤메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결국 법조계의 뿌리깊은 동류의식 나아가 특권의식이 깨어지지 않는 한 ‘사법’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은 ‘이룰 수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할 것이다.

장유식(변호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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