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09-11-27   1889

[헌법특강1] 유신헌법에 있지만 지금은 없는 것은?

참여연대에서는 지난 23일(월)부터 ‘우리시대 헌법읽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헌법교수, 국회의원, 전 헌법연구관 등을 강사로 초청하여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기본권과 헌법소송 절차 등을 배워 봅니다.
다음은 첫 강의였던 ‘기본권을 바라보는 시각들과 대한민국 헌정사’ 후기입니다. 후기는 석민수 님이 보내주셨습니다.

11월 23일, 한국은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위원회로부터 30개에 이르는 사회권 침해에 대한 권고를 받았습니다. 이미 2001년에 받은 11개 사항 중 절반이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데다 ‘우려’수준의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도 하여 8년 만에 재차 권고를 받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국가인권위의 권한축소, 비정규직 차별, 교사∙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 철거민 구제책 미흡, 여성의 실질적 평등 저하 등 권고 내용도 대부분 현재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새삼 ‘권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공기와 같이 당연하게 느끼던 것을 하나씩 잃어가며 목구멍을 죄여오는 고통 속에 그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우리시대 헌법읽기. 11/23~12/14까지 총 4강에 걸쳐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과 헌법소송 등을 배웁니다.
한국 내 사회적 권리 보장에 대해 국제사회의 권고를 받은 날, 한국의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우리의 권리를 말하는 강의가 있었습니다. 우리시대 헌법읽기, 첫 시간으로 기본권을 바라보는 시각과 한국의 헌정사에 대해 김승환 선생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한국헌법학회장)과 함께했습니다. 당초 두 시간으로 예정되어 있던 이 자리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모두 시간을 잊고 집중한 탓에 예정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

김승환 교수위 내용은 제헌헌법의 제6장 경제, 제84조입니다. 한국 경제질서에 대한 정의로 6장의 첫머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5.16군사정변 직후 63년 개헌을 하기 전까지 한국의 경제질서를 위와 같이 정의했습니다. 이승만 정권을 결코 좌파정권이라 볼 수 없음에도 헌법은 위와 같이 분배를 우선시하는 경제질서를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한 헌법조항입니다.

제119조 국가는 농지와 산지 기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제120조 ①국가는 농민,어민의 자조를 기반으로 하는 농어촌개발을 위하여 계획을 수립하며, 지역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한다.
②농민,어민과 중소기업자의 자조조직은 육성된다.

위 조항은 우리 헌법 최초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내용을 담았고 지역공동체의 육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유신헌법의 경제조항 중 두 개입니다. 대통령의 의지에 의한 개헌으로 헌법 군데군데 장기집권을 향한 야욕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이렇게 주옥 같은 조항도 담고 있었다니 앞으로 유신헌법을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민주주의조차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던 시절에도 헌법은 주권자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은 준비가 부족했음에도 헌법은 야심차게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작년 한해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이 말은 한국의 헌법 제1조입니다. 공화국, 우리는 흔히 군주국이 아니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곤 하지만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군주국이 아님은 단순히 군주의 실체가 없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권력이 잘 흩어져 서로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공화국에서 여러 조각으로 잘 쪼개진 권력은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국회와 정부가 대립하고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통해 법에 어긋난 것에 제동을 걸며 갈등하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 권력 간에 균형이 이루어집니다.

헌법은 한국을 위와 같은 공화국으로 정의하고 권력의 분화가 이루어지게끔 형식상의 장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한국의 대통령은 가히 제왕이라 할 만큼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자리입니다. 대통령이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감사원장을 비롯해 공영방송의 사장까지 임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 특히 여당의 의원은 장관직위라는 당근과 채찍으로 무력화되고 있어 사실상 여러 권력기관이 모두 대통령의 지배력 아래에 놓이게 됩니다.

헌법은 그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존재합니다. 이는 헌법을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원내각제나 책임총리제를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내각을 구성할 권한은 총리에게 있으나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뿐입니다. 의원내각제도 현재 정당과 국회, 의원들의 수준을 고려할 때, 혼란만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무엇보다 주권자와 정치인의 의식이 높아져 헌법에 알맞은 대통령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수년간 우리는 권리의 문제에 관해서는 상당히 둔감해져 있었습니다. 대다수가 먹고 사는 것과 자산을 소유하고 증식하는 등의 경제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말 그대로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권리 하나하나를 침해 받으며 새삼 그 소중함을 깨닫고 있습니다. 헌법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이날 살펴본 우리의 헌법은 분명 주권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데 손색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를 지켜야 할 권력이 태만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헌법을 인지하고 정치인에게 이와 맞는 활동을 해 나갈 것을 주문해야 합니다. 흐린 날일수록 햇볕은 더욱 깊이 들게 마련입니다. 우리의 기본권에 먹구름이 깔려있지만 많은 사람이 이 위기를 함께 인식하고 연대한다면 금방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_석민수(고려대학생)

* 강좌안내

<우리시대 헌법읽기 : 우리가 알아야 할 헌법의 기본권>
1강(11/23) 기본권을 바라보는 시각들과 대한민국 헌정사 _김승환 교수(전북대, 한국헌법학회장)
2강(11/30)  시민의 몸과 기본적 자유의 보장 _ 김종철 교수(연세대)
3강(12/7)   사회적 기본권의 과거, 현재, 미래 _ 이정희 국회의원(민주노동당)
4강(12/14)  헌법재판의 ABC _전종익 교수(서울대, 전 헌법연구관)

월 저녁 7-9시,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진행합니다.

*개별 강좌 수강문의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로 연락 주세요.
02-723-0666 (이진영 간사 regina@pspd.org)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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