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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5.10.21
  • 962
법을 모르는 사람이 법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가당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하물며 법 위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을 말하는 것은 더욱 더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헌법을 말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아서,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어서, 혹은 헌법이 현실과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최근처럼 헌법이 많이 논의되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특히 근자에 있었던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헌법재판소의 판결, 수도 이전 관련 위헌 판결 등이 헌법에 대한 관심을 크게 증대시킨 것 같다. 그 이전에도 간혹 위헌과 관련된 판결과 보도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와서야 헌법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헌법은 주로 두 측면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기존의 법과 제도를 개정하는데 있어서 기준으로 헌법적 규정이 활용되고 있으며, 또 다른 하나는 이와는 정반대로 새로운 법과 정책의 제정을 막기 위한 근거로서 또한 헌법이 활용되고 있다. 헌법이 국가의 설계와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쨌든 헌법이 이렇게 국민들의 입이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헌법이 우리의 삶과 상관없는 신성한 별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가까이에 있으며 실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헌법 혹은 위헌에 대해서 자주 말하기는 하지만, 실상 우리의 헌법 조문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 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도 최근에 다시 한번 헌법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모든 규정들이 새삼스럽다. 이런 규정도 있었나 할 정도로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혹 최근에 우리 헌법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다시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법에 대한 심각한 무지로 우리 헌법이 잘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것이지를 판단하거나 말할만한 능력이 필자에게는 없다. 너무도 좋은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 우리의 헌법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필자만의 독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가지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최근의 위헌 판결과 관련된 사례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헌법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다들 제각기 다양한 해석들을 하는 것 같다. 국민은 국민대로, 위정자는 위정자대로, 법관은 법관대로 다들 제각각이다. 그 동안 우리 헌법에 대한 논의나 합의과정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충분한 경험을 거치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헌법상의 개별 조항들에 대해서 서로 상반된 해석들을 하고 있다. 헌법이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간극이 너무 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서 이 헌법을 통해서 국민적 가치와 공감대가 보기 좋게 형성되기 보다는, 오히려 분열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의 헌법이 과연 국민 통합적 기능을 얼마나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헌법의 규정들 중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은 아무래도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2장일 것이다. 매우 좋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인간의 존엄, 법 앞에 평등, 차별의 배제,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재판을 받을 권리, 국가의 구조를 받을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 이외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것들도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다시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헌법은 우리 국민의 권리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헌법 조문에서 벗어나 헌법 바깥의 현실로 나오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 가치들은 제대로 발견되지 않는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향하고 있는 가치들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가치들이 우리 주변에서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많은 법과 제도, 정책들이 이 헌법적 가치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여 만들어지고 또 운영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혹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존엄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법은 불평등하게 작동하고, 차별은 오히려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사생활은 보호를 넘어서 감시당하고, 양심의 표현은 심각하게 제약되고, 인간다운 생활은 국민 일부만이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 우리의 삶 자체가 헌법적 가치와 심각하게 유리되어 있는 “위헌의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법과 제도, 정책들이 과연 우리의 헌법적 가치를 얼마나 충분히 반영하여 운영되고 있는지, 또 우리 국민들의 삶이 이 헌법적 가치와 얼마나 부합되어 영위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조사해보면, 헌법적 가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복된 “합헌적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정 반대로 헌법적 가치와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그런 “위헌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헌법은 오직 하나만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 헌법 아래에서 살아가는 현실에서의 삶은 수천수만 가지이다. 수천수만의 “위헌적 삶”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위헌적인 법과 제도, 정책 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위헌적 삶”을 “합헌적 삶”으로 바꾸어줄 수 있는 그런 재판소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혹 당신의 삶도 “위헌적 삶”은 아닙니까?

윤태범 (방송대 교수,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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