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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5.11.17
  • 1172
지난 10월말 정부의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접수됐다. 10여년 간의 논의 끝에 마련된 ‘로스쿨’ 법안이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로스쿨 논의의 총정리가 아니라 오히려 심각한 왜곡이다.

로스쿨은, 국가에 의한 ‘통제와 관리’로부터 대학에서의 ‘자율과 경쟁’으로 법률가 양성제도의 기본틀을 바꿈으로써, 대학에서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국내의 다양한 법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고 국제적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있는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한 ‘개혁’의 방안으로서 주장돼 온 것이다.

그런데 법안에 따르면, 대학들이 인가신청서를 내기도 전에 법조가 중심이 되어 전국에 설치될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을 미리 정한다. 그러면서도 설치기준은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 그 결과 한국의 대학들은 세계 최고의 기준을 충족시켜도 법조가 설정한 총 입학정원에 걸리면 인가를 받지 못하게 돼 있다. 비유를 하자면, 매우 높게 정해져 있는 합격점을 넘겨도 불합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법안에 따르면, 대한변협이 유일한 법정 평가기구로서 국고와 공무원의 지원을 받아 주기적으로 로스쿨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인가 취소까지 건의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한변협은 시종일관 로스쿨에 반대해 온 사업자단체일 뿐 아니라, 자신이 인가권과 인가취소권 자체를 가져야 한다는 등 로스쿨에 대한 극단적인 통제를 주장해 온 이익단체다. 결국 법안은 ‘주관적인 통제’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이익단체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법조에 의한 통제는 로스쿨의 본질에 반한다. 그래서 로스쿨의 ‘종주국’인 미국에도 없고, 작년부터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에도 없다. 이런 통제 아래에서는 대학에서의 자율과 경쟁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풍부한 양과 질의 경쟁력있는 법률가를 양성해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법안에 따르면 결국 바뀌는 것이 없다. 지금은 사법시험 선발 예정 인원을 정함으로써 변호사의 숫자를 통제하고 있는 법조가, 앞으로는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을 정함으로써 통제를 하게 될 뿐이다. 사법연수원에 의한 독점이 극소수의 특권적 로스쿨에 의한 과점으로 대체될 뿐이다. 사법시험이 로스쿨 입학시험이 되고 고시학원이 로스쿨 입시학원이 될 뿐이다. 게다가 법조에 의한 대학의 통제라고 하는 새로운 통제까지 생겨난다.

이것은 로스쿨이 아니며 개혁이 아니다. 법안의 ‘로스쿨’은 과거의 모습 그대로 유지될 법조에 의한 통제라는 알맹이를 덮어가리기 위한 얄팍한 포장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것은 아니다’라는 지적이 거듭돼 왔다. 사개위와 사개추위의 공청회에서도, 각종 심포지엄과 토론회 및 성명서와 칼럼에서도, 그리고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도, 법학교수와 언론인 및 시민단체 대표들도 ‘로스쿨을 만들려면 법조의 통제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심지어 주무 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와 법제처조차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9월 6일 대법원이 사개위에 제출한 안에서 처음 등장한 법조에 의한 통제는 지금까지도 그 모습 그대로 고집되고 있다. 거듭되는 비판과 문제제기에 대해 어떤 반론도, 설명도 없었다. ‘참여’를 내걸고 있는 정부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될 ‘독선’이 다름아닌 ‘법률가’ 양성제도의 ‘개혁’을 지배해 온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민의의 전당’이 정부의 법률안을 개혁할 차례다.

* 이 칼럼은 11월 16일자 문화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김창록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건국대 법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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