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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5.12.09
  • 1204
“한국에서는 일본의 로스쿨이 실패한 것을 타산지석 삼아 로스쿨을 도입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일본의 법과대학원 제도가 실패했다는 평가는 옳지 않습니다. 제도의 도입을 통해 배우는 쪽으로부터도 가르치는 쪽으로부터도 엄청난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종래의 제도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법과대학원 제도의 도입에 의해 일본의 법률가양성제도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이것은 100%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일본의 법과대학원 제도는 대성공입니다.”

위의 대화는 필자가 지난 6월에 일본변호사연합회 법과대학원센터 위원장을 역임한 변호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주고받은 것이다. 일본의 로스쿨에 대해, 다른 사람도 아닌 일본의 대표적인 변호사단체의 로스쿨 문제 책임자가 ‘대성공’이라고 하고 있는데, 한국의 로스쿨 반대론자들은 ‘실패’라고 외치고 있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패론의 논거는 이렇다. “일본에서는 2010년에 사법시험 합격자수가 3,000명인데, 로스쿨이 74개에 6,000명 가까운 정원으로 남설되는 바람에, 사법시험 합격률이 20-30%에 불과해, 로스쿨이 시험에 얽매일 수밖에 없어서 옳은 교육을 할 수 없다.”

언뜻 그럴 듯하게 들리는 이야기다. 하지만, 남설도 시험에 매달리는 것도 모두 3,000명이라는 숫자가 상한이라고 전제할 때 비로소 성립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3,000명이라는 숫자의 출전인 일본 사법제도개혁심의회의 의견서에는, “법과대학원을 포함하는 새로운 법조양성제도의 정비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2010년경에는 신사법시험 합격자수의 연간 3,000명 달성을 지향해야 한다”라고 제안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는 “실제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법조의 수는 사회의 요청에 기초하여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신사법시험 합격자수를 연간 3,000명으로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계획적으로 가능한 한 조기에’ 달성해야 할 목표이며, 상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렇게 3,000명이 상한이 아니라고 명기되어 있는데도, 지금에 와서 일본의 사법시험 주관기관인 법무성이 그것을 상한이라고 우기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실패론이 지적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결국 한국의 로스쿨 반대론자의 주장은, 기껏해야 로스쿨 제도의 도입에 의해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여 제도를 비틀려고 하고 있는 일본 법조의 발목잡기에 동조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세한 내용도 알지 못하면서 은근 슬쩍 비틀어서 “실패다”라고 견강부회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은 로스쿨을 도입하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변호사의 숫자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원래 로스쿨의 본질은 숫자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과정과 질을 점검하는 것이다. 일본의 로스쿨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 그 본질에 반하는 방향으로 일본의 법조가 로스쿨을 비틀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법학교수들의 거듭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개위와 사개추위와 국무회의를 일방적으로 통과하여 국회 심의의 단계까지 온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안」에는 훨씬 심각한 통제가 들어 있다.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을 아예 설립인가 신청도 받기 전에 법조가 중심이 되어 미리 정하도록 법으로 못박아 두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제도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애당초 로스쿨의 본질에 반한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도입하게 되면 현재의 사법시험이 로스쿨 입학시험으로 바뀌고 현재의 사법연수원이 로스쿨로 바뀔 뿐, 한국의 법률가양성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전혀 해결될 수 없다. 그래서 법률안의 법학전문대학원은 로스쿨이 아니며 개혁이 아닌 것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로스쿨’은 대실패다.

* 이 글은 12월 5일 '교수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김창록(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건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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