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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6.06.19
  • 1604
지난 달 25일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를 할 수 있다는 안마사규칙에 대해 7인에 의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불거진 사회적 파장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를 비관한 시각장애인들의 희생이 커서, 죽음을 불사한 교각 투신 시위 이외에도 벌써 수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자살의 길을 택했다. 이대로 두어선 안 된다.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은 보장하면서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취지는 살려내는 대체입법의 제정과 같은 돌파구 모색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대체입법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헌법을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법리에는 적지 않은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헌법재판소 입장에서는 위헌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 법리상으로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하자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 같다. 곧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헌법재판소의 법리 전개는 틀렸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 최고사법기관의 결정에 번복을 요구하거나 이에 저항하는 것은 자칫 민주주의의 큰 판을 깨자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는 어떠한 비판도 가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임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사건 판결에 개입할 목적으로 부당한 위력을 행사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하겠지만,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최고사법권을 위임한 주권자 국민이, 이미 내려진 판결에 대해 이를 공론의 장(場)에서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요, 장려되어야 할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만 안마사업을 독점할 수 있게 한 규칙조항이 안마사가 되려는 일반인인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법률유보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게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법률유보의 원칙’이란 기본권 제한은 국민대표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따라서, 의료법이 아닌 안마사규칙으로 시각장애인의 안마사업 독점을 규정하여 일반인이 안마사가 될 수 없게 한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한,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국가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원칙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세부기준으로 하며, 이 네 가지 기준들 중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되면 위헌이 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한다.

이 때, ‘목적의 정당성’이란 기본권 제한 법률의 입법목적이 헌법과 법률의 체계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을, ‘방법의 적정성’은 기본권 제한 법률에서 제시된 기본권 제한의 방법이 입법목적을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어야 함을, ‘피해의 최소성’은 입법권자가 선택한 기본권 제한조치가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가장 경미한 방법이어야 함을, ‘법익의 균형성’은 기본권 제한 법률을 통해 어떤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초래되는 ‘사적 불이익(私的 不利益)’과 그 행위를 방치함으로써 초래되는 ‘공적 불이익(公的 不利益)’을 비교했을 때, 규제를 통해 얻어지는 공익이 보다 크거나 적어도 양자간에 균형이 유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안마사규칙이 시각장애인만 안마사가 될 수 있게 함으로써 비시각장애인의 안마사업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의 최소성’에 어긋나고, ‘시각장애인의 생계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아니어서 ‘방법의 적정성’에도 저촉되며,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업을 독점시켜 얻어지는 ‘시각장애인의 생계 보장’이라는 공익보다 이로 말미암아 비시각장애인들이 받게 되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 침해의 강도가 훨씬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구성에는 문제가 많다. 헌법재판소 자신도 판결문에서 밝혔듯이 하위규범으로 정해질 사항의 대강을 법률규정으로부터 일반인이 예측할 수 있다면 일반적으로 법률유보원칙은 충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안마사라 하면 시각장애인을 떠올릴 정도로, 일제시대인 1915년 이후로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에게만 독점된 직업이라는 것이 우리 국민의 일반적 법의식이며, 그야말로 헌법재판소가 애용하는 우리 사회의 ‘관습법’인 것이다. 시각장애인들 자신도 안마사업은 원칙적으로 자신들에게 허가되는 업종이라고 여겨 그에 관한 정부정책에 대해 신뢰를 형성해왔다. 이런 점 때문에, 안마사규칙의 모법(母法)인 의료법에서 이미 ‘안마사업은 시각장애인에게만 인정된다’는 규정이 관습법의 형태로 행간(行間)에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것은 2003년에 비시각장애인의 안마행위 처벌을 규정한 의료법 제67조에 대한 합헌결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취했던 논지이기도 하다.

둘째,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은 다른 직업을 갖기 어렵고 안마사업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나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업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의 신체적 조건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시각장애인의 생계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을 이루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된다. ‘방법의 적정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시각 대신 촉각이 발달한 시각장애인들이 체계적인 안마지식을 습득해 안마사로 진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이며, 시각장애인 보호와 그들의 생계 보장을 위해서도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효종 재판관의 반대의견에도 잘 나와 있듯이, 일반인도 여전히 물리치료사 등의 자격을 취득해 안마사업에 종사할 수 있기 때문에 안마사규칙에 의해 일반인의 안마사업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피해의 최소성’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이 안마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갖고 이 직업에서 일반인들과 실질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에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은 안마사가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안마사업을 시각장애인들에게 독점시킴으로써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공익은 일반인의 안마사업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리만치 크다고 봐야 한다. ‘법익의 균형성’에도 어긋나지 않게 된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안마사규칙이 ‘법률유보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직업선택의 자유의 침해라는 다수의견의 논리 전개는 잘못됐다. 오히려, 안마사규칙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 자격을 독점케 한 것은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즉,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충돌하는 ‘기본권 충돌’의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기본권 충돌’이란 복수의 기본권 주체가 서로 충돌하는 권익을 실현키 위해 국가에 대해 각기 대립되는 기본권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처럼, 각기 다른 기본권 주체가 서로 각자의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본권 충돌’의 해결을 위한 해결이론으로 제1차적으로 ‘법익형량의 원칙’이 존재한다.

이 ‘법익형량의 원칙’에 따라 충돌하는 기본권의 법익을 형량하여 보호법익이 더 큰 기본권을 우선시켜 사안에 적용하고 더 적은 기본권은 후퇴시켜 적용하지 않게 된다. 이 ‘법익형량의 원칙’ 중에 ‘생존권 우선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음은 우리나라와 독일의 학설이 공히 인정하는 바다. 이 ‘생존권 우선의 원칙’에 따라 인간다운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은 경제적 기본권 등 그 밖의 법익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가지게 된다. ‘생존권 우선의 원칙’을 적용해보면, 우리 헌법 제34조 제5항 등에서 도출되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즉,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일반인의 경제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우선하게 된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 자격을 독점케 한 안마사규칙은 시각장애인의 생존권과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충돌하는 ‘기본권 충돌’의 상황에서 ‘법익형량의 원칙’에 맞게 더 우월한 기본권인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우선시킨 조항,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즉, 안마사규칙은 위헌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생존권과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의 충돌상황을 합리적으로 잘 조정해낸 합헌규정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에만 필요이상의 눈길을 주었지, 같은 헌법 제34조 제5항이 규정한 장애인 생존권조항에는 애써 눈을 감아 버렸다. 나무는 봤는데, 또 다른 나무와 전체 숲은 보지 못한 것이다. 헌법은 약자에게 특별한 보호의 손길을 내뻗는 ‘온정이 흐르는 따뜻한 법’이다. 일반인과 약자를 억지로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다른 것을 같게’ 대우하려는 차가운 ‘냉혈법’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약자의 인권 보호’라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헌법의 또 다른 요구도 지켜내지 못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만 안마사업을 독점케 하는 것이 나머지 신체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이 안마사규칙 때문에 다른 신체장애인들은 오히려 더 직업선택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장애인들을 분열시키려는 저의를 가진 지적으로 들린다.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사업이라도 보장해 주는 것을 두고, 자신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며 문제삼을 신체장애인들은 별로 없을 것으로 믿는다. 신체장애인들은 서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신체장애 보다는 시각장애로 인해 상대적으로 촉각이 발달한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사업을 독점케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결정형식도 문제다. 설령 백번 양보하여 안마사규칙에 위헌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이 아니라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위헌결정이 내려지면 그 규정이 당장 효력을 상실하는 반면, 헌법불합치결정은 그 규정의 위헌성은 지적하면서도 잠정적으로 효력은 유지케 하여 국회에게 법 개정의 기회를 주는 결정형식을 말한다. 당장 안마사규칙을 무효화시켜야할 만큼 효력 상실이 시급히 요구되는 것도 아니었다. 헌법불합치결정을 통해 국회가 대체입법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를 주었어야 했다.

이에 대해 위헌결정으로 안마사규칙의 효력을 상실시켰어도, 대체입법이 나와야 일반인이 안마사업을 할 수 있으므로 위헌결정을 한 것이나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이나 같다는 주장이 들린다. 이것은 위헌판결이 주는 ‘상징적 의미’를 간과한 주장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를 할 수 있게 한 안마사규칙이 잘못된 것이었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규범이라는 인식을 모든 이들에게 심어주었다.

따라서, 일반인의 안마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러한 법적 공백상태하에서 무자격 안마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도 일반인인 무자격 안마사들이 이제는 별 죄의식도 갖지 않고 사람들의 몸을 주무르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스포츠마사지, 경락마사지 업소와 각종 무자격 퇴폐 안마업소들이 전국에 10만 곳 넘게 범람하는 바람에 시름이 깊던 시각장애인들이다. 이번 헌법재판소결정은 시각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한 ‘실망’을 ‘절망’으로 바꾸어 놓았다.

외국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의 생계 안정을 위해 시각장애인들에게만 일정 직업의 독점권을 주는 ‘유보고용’ 대책을 많이 마련하고 있지만, 이것이 위헌결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스페인은 복권 판매를,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州政府) 자판기를 시각장애인만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는 공공기관이나 은행의 전화교환원의 일정비율을 시각장애인에게 할당하고 있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국회를 통해 위협받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지혜로운 대체입법이 시급히 제정되면 된다. 그리고 이 참에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다른 중증 장애인들의 직무개발까지도 깊이 고민한 법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대한민국 국회에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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