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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6.07.17
  • 1239
법조비리 사건이 또 터졌다. 현 정부에서 사법개혁은 거리의 광고탑에서조차 자랑하고픈 개혁 과제였고,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에서 개혁과 자정의 목소리는 상용의 구호였다. 하지만, 올해만도 벌써 두 번째에 이르는 대형 법조비리는 그들만의 잔치로 이루어진 개혁과 정화 작업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우리나라의 법조비리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터져’ 나온다. 법조비리는 개별 법조인의 양식과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법조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이며, 따라서 언제든지 손대면 툭 하고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시 몇 회니 연수원 몇 기니 하면서 학연과 지연에 이은 신종 연고주의가 확대재생산되고, ‘모시던 부장’이 어떻고 ‘데리고 있던 배석’이 어떻고 하면서 전관예우의 여지를 구조화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더불어 철저한 진입 장벽으로 소수 ‘엘리트’만이 법조가 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특권적 선민의식을 구축하며,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완전무결하다는 나르시스적인 환상을 내세우는 곳도 이 세계이다.

다시 터진 법조비리에 탄식

바로 여기서 사법부라는 성역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사법권 독립이니 법조관료 체제니 하는 거창한 구호들에 파묻혀 국민 위에 군림하며 어떠한 형태의 국민적 감시도 거부하고자 한다. 최근 사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평과 감시가 본격화되자 법원이 즉각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것을 사법 민주화의 흐름으로 포용하기보다는 사법권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이에 법조비리는 권력이 소수에게 독점되고 그 감시망조차 미흡할 때 초래되는 필연적 사건이다. 그것은 감시와 견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법권력의 결과이자 자기검열이 결여된 특권적 법조관료 체제가 야기한 병폐이기도 하다.

법원이 이 사건들을 ‘일 터지기 전’에 사표 수리로 대충 완결하고 진상은 어물쩍 숨겨버리는 식으로 일관하거나, 검찰의 수사를 두고 음모론까지 떠올리며 자기방어에 급급함은 이 때문이다. 제 식구 봐주기라는 온정주의가 아니라, 이런 비리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 그로 인해 ‘사법부는 성역’이라는 신화가 깨어지고 그들만의 권력 네트워크가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법원도 그동안 몇 가지 처방을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들이 하나같이 미봉으로 일관할 뿐 자기혁신 노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 정부가 사법개혁 작업을 법조관료들에 맡겨버림으로써 법조비리 척결이라는 개혁과제가 부실하게 되고 있음도 마찬가지다.

실제 법조비리 척결 제도는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비리의 원천을 제거하고 공정하고도 엄정한 예방과 징벌의 제도를 갖추면 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그들만이 내부적으로, 은밀히 처리하고자 하는 데에서 나온다.

제 식구 봐주기는 이제 그만

자기 조직을 성역으로 둔 채, 자신들의 권력은 그대로 둔 채, 그리고 자신들의 특권적 지위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은 채 제도를 만들려다보니 구멍이 숭숭 뚫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법개혁의 과정 자체가 개혁되어 일본의 예와 같이 시민사회에 사법개혁 논의의 주도권을 되돌려줄 필요가 있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래서 법조비리의 피해를 일상으로 겪게 되는 일반시민의 눈높이에서 사법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할 때에 비로소 사법개혁은 높은 빌딩의 광고판에 걸릴 자격을 갖추게 될 것이다.

* 이 칼럼은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한상희(건국대 교수, 사법감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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