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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6.08.07
  • 979
법률가들은 옛날부터 시끄러웠다. 공화정 시절 로마의 변호사들은 법정에 서서 대여섯 시간씩, 때로는 하루 종일 떠들어 댔다. 변론 시간 제한을 위해 물시계가 등장했고, 궤변에 스스로 도취한 변호사는 물시계를 한 번만 뒤집어 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변론 때문에 시끄러웠던 것만은 아니다. 당시 변호사가 하는 일은 공적 업무였고, 그래서 무보수의 명예직이었다. 그럼에도 뒤로는 온갖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 그리하여 변호사 보수를 제한하는 법률이 등장했고, 법률가들은 관행으로 그 제도를 형해화하려 들었다. 사회 정의와 도덕을 외치는 법률가도 항상 사례의 액수 확인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부터 변호사는 시민의 선망의 대상이자 불만의 적이었다.

시간과 무대를 옮겨 보자, 영국의 대표적 법률가를 들자면 프란시스 베이컨이 빠지지 않는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대법관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수뢰죄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건 당사자로부터 뇌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철학자이기도 했던 베이컨은 뇌물이 아니라 관행에 따른 선물이라 항변했지만, 불명예를 벗겨낼 순 없었다.

요즘 우리 법조계에도 비슷한 사건이 터졌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부패 사건에 얽혀 심상찮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부인의 계좌 추적을 노린 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되고 하는 걸 보면 검찰의 수사가 긴박한 상태까지 간 모양이다. 검찰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간부급 검사가 수천 만원 받았다는 보도가 있다.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봐야겠다. 어수선한 와중에 대한변호사협회는 비리에 관련된 변호사 9명의 업무를 정지시켜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법조계 전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법조계 비리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통해 권력과 명예 뒤에 돈과 재물을 숨겨 온 것이 법률가들의 인간적 위선이요 허망의 도덕이었다. 우리에게 사법개혁이란 구호가 익숙해진 것도 주기적으로 터지는 법조의 부패 사건 때문이었다. 8년 전 의정부 법조 비리 사건을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지 않는가. 사건브로커가 끼고 변호사의 법관 접대가 횡행했다. 그 사건으로 당시 의정부지원 판사 전원이 전보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의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도 대전 법조 비리 사건을 비롯해 바람 잘 날 없었다.

법조계를 둘러싼 부패 사건은 단순히 법조계의 타락만 의미하는 게 아니어서 심각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형편이 어쩐지 따져보면 알겠다. 정치적 불안은 원인에 관계없이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살림살이가 편한 것도 아니다. 국민들의 경제적 불만은 고조된 반면, 그 지표들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여기에 덮친 법조의 도덕적 타락은 시민들의 일반적 정의감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가져 온다. 이런 모습들을 한 장면에 올려 놓고 보면, 비로소 우리 사회가 물질과 정신의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는 걸 안다.

부정부패 사태를 수습하는 첫 단계야 당연히 법률가들의 자정 노력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시간에 맡겨서는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의 확인 외에 단호한 처벌만이 신뢰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란 걸 알아야 한다.

개개의 국민들이 법조계의 정화와 신뢰 회복을 희망 목록에서 지우지 않겠다면,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대법원 구성의 변화나 법관 관료제의 개선을 요구한 목소리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검찰을 문민화하여 근본적으로 바꾸려는데, 굳이 법무부장관에 검찰 출신만을 고집하는 게 안정적인가 반성해 봐야 한다. 진정한 법조일원화를 통한 전관예우의 병폐를 씻으려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활동에 정치적 딴죽를 걸어선 안 된다. 그리고 언론은, 부디 감정 따위나 부추기지 말고 냉정히 보도해야 한다.

이 글은 8/5 자 동아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차병직 (변호사,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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