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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6.08.14
  • 1063
최근 전 고법부장판사에게 비리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우리 법원사에서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최초로 발생했음이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법관의 비리가 사법처리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에 있다. 그동안 수많은 비리들이 은폐되거나 혹은 비리의 인식도 없이 관행으로 받아들여 왔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법제도는 비리에 아주 취약하다. 1만명이 넘는 법조인이 사법연수원을 거치면서 동기나 선·후배의 연고로 결합된다. 거기에 ‘모시던 부장판사’와 ‘데리고 있던’ 배석판사의 끈끈한 연은 같은 법관끼리도 가르치고 배우는 상하 관계로 엮어둔다. 그 정점에 위치한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라는 막강조직을 거느리며 모든 법관들을 하나의 인사체계 속에서 통제한다. 그래서 튀지 않고 이 체제에 잘 적응하는 법관만이 승진의 사다리를 타고 고법부장, 법원장, 대법관 등으로 발탁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 법원에서의 비리는 구조의 문제가 된다. 이 연결고리들이 있기에 전관인 변호사를 ‘모시게’ 되며, 선배법관이 후배법관에게 사건을 지도하는 소위 관선변호도 가능하게 된다. 혹은 아는 법관 한 명만 있으면 그 법원 전체에 ‘손을 쓸 수 있는’ 기묘한 연쇄반응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고위관료를 고시로 선발하는 제도에 흔히 나타나는 선민적 특권의식은 군산지원의 예에서 보듯 법관들이 친교 혹은 후견의 명목으로 지역토호들이나 금권과 결탁하게 하는 토양이 되기도 한다.

법관 비리 은폐 관행 첫 경종

이런 구조에서 조성되는 비리는 그 자체 은폐되거나 방치되기 십상이다. 최근에야 법관의 재산 실사가 처음으로 이루어졌다는 에피소드는 그 대표적인 예로, 그동안 우리 법원이 법관의 윤리문제에 얼마나 무관심하였는가를 잘 보여준다. 재산등록과 실사는 공직윤리의 확립을 위한 기초단계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를 방치해 둘 정도로 비리에 둔감하였던 것이다.

그간 유야무야로 넘겨오다 지난 5월에야 비로소 제정한 법관행동강령은 또다른 증후다. 법조비리의 전형으로 거론되던 전별금이나 장도금, 향응 등에 대한 구체적 행동지침이 미흡함은 제쳐두더라도, 가장 중요한 직무관련성에 관한 판단 기준조차도 누락되어 있다.

실제 법관의 경우 직무관련성은 상당히 넓게 판단되어야 한다. 관할구역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활관계들이 소장 하나로 곧장 법관의 직무대상으로 변형되기 때문이다. 더러 법관들과 평소 좋은 관계를 만들어 미래를 위한 보험을 들어두고자 하는 관행들이 만들어지며, 이런 좋은 관계를 빌미로 브로커가 준동하는 현상은 이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법관행동강령은 일반공무원의 그것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거기서는 법관에 특유한 직무윤리나 우리 법원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고민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사실 그동안 이런 행동강령은 필요도 없었다. 비리혐의가 있으면 사표를 내게 하여 변호사로 내쫓아 버림으로써 법원의 ‘정화’가 완료되었다고 보는 온정주의적 미봉책들로 일관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엄중한 결과가 오늘날 군산지원의 비리사건이며, 전 고법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으로 드러나며, 법원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영글고 있다.

국민뜻 따르는 사법개혁을

문제는 그동안 우리 법원이 자신의 과오나 오류에는 너무도 관대하였음에 있다. 권위주의 권력에 종사하였던 과거사들은 대법원장의 취임 일성에도 아랑곳없이 종내 오리무중이 되었고, 사법개혁은 법원관료주의의 또다른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이 와중에 법관비리 사건들은 재판의 권위를 좀먹고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일종의 총체적 위기를 법원 스스로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법원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야 당연지사이되, 그 결과를 시민사회와 공유하면서 시민들의 준엄한 질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법개혁 방안들을 만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의 사법이 아니라 국민의 사법을 정립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난국을 극복하는, 멀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

* 이글은 8월10일 경향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한상희(건국대 교수,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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