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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 로스쿨 입학지원서 제출이 시작된다.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들이 모여 만든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당시는 협의회 설립준비위원회)에서 지난달 7일 입학전형 방법을 발표했다. 입학전형 계획에 그냥 두고 넘어가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발견됐다.

총정원 수와 변호사 시험문제가 변호사 단체와 나머지(법학교수까지 포함한 국민)와의 논쟁이었다면 입학전형에서 발견된 문제는 법학교수 사회와 국민 사이의 문제라는 점에서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로스쿨 25곳 중 최대 2곳만 지원 가능

바로 그 문제는 1년 중에 입학지원서를 낼 수 있는 로스쿨이 25곳 중에서 최대 2곳만으로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에도 중복지원을 제한하지 않느냐고 대꾸할 일이 아니다. 변호사 자격을 갖추자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이 변호사 시험에는 기본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들만 응시할 수 있다. 한마디로 로스쿨은 법률가가 되려면 반드시 입학해야 하는 곳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로스쿨 25곳을 두 군으로 나눠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는데, 로스쿨 교육을 받고 싶은 국민은 군별로 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다고 정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처지에 따라, 꼭 가고 싶은 학교가 1곳뿐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즉 지원하고 싶은 학교가 2곳을 넘는 사람이 보편적일 게다. 예를 들어 공익인권 분야를 특별히 더 배우고 싶어하는 '김씨'가 있다고 하자. 김씨는 이 분야를 특성화하기로 한 서울대 로스쿨(공익인권)과 전남대 로스쿨(공익인권법), 영남대 로스쿨(공익·인권)에 모두 지원서를 내고 싶을 것이다.

또 '박씨'는 기업 관련 법무를 더 배우고 싶다. 그래서 박씨는 이 분야에 집중한다는 서강대 로스쿨(기업법), 서울대 로스쿨(기업금융), 성균관대 로스쿨(기업법무), 아주대 로스쿨(중소기업법무), 경희대 로스쿨(글로벌 기업법무) 등 최소한 5개 학교에 모두 지원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뿐 아니다. 대구와 부산의 중간에 있는 울산에 사는 '이씨'는, 가급적 사는 곳과 가까운 네 학교(부산대, 동아대, 영남대, 경북대)에 모두 지원서를 내고 싶을 것이고, 서울에 사는 '최씨'는 특성화와 상관없이 서울에 있는 12곳에 모두 지원서를 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기회가 차단되고, 김씨와 이씨 그리고 박씨와 최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단 두 학교에만 지원해야 한다. 이유는 단지 로스쿨들이 모여서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한 결정

이것은 로스쿨에 입학하고자 하는 국민이 가져야 할 선택 기회와 로스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로스쿨 입학과 그 이후 교육을 통해 법률가가 되고자 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마저 제한해 버린 것이다.

1년에 지원할 수 있는 로스쿨의 수를 제한한 것에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25곳에 모두 지원하게 하면 공익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기라도 한 것인가?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 동안 변호사 수를 늘리기 위해 많은 논쟁을 반복해 왔으며, 그때마다 기성 법조인 특히 변호사 단체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 비판의 대열에는 지금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법과대학의 교수들도 동참했다.

그런데 이제 막상 로스쿨이 도입되고 학생들을 받아들일 단계가 되니, 로스쿨 교수들이 기득권 집단이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이번 입학전형 발표를 통해 걱정하는 게 지나친 생각일까? 그들 간의 경쟁을 줄이고 학생들을 확보하기 쉬운 방법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일까?


박근용 /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 이 글은 5월 30일 한겨레의 '왜냐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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