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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쿨
  • 200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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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최근 로스쿨 총정원에 관한 발표에서 1500명이라는 숫자를 제시하며 그 정도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수준”에 맞추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명백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수준’을 위배하고 있다. 30여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신규 변호사에 대해 전국적인 정원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로스쿨 총정원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정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변호사 정원제를 고착시키고 있다.

물론 변호사 정원제 자체는 절대평가 제도인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대체될 예정이고, 이에 따라 관련 법령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가 로스쿨 총정원 통제라는 편법을 써서 실질적으로 정원제를 유지하려는 이유는 변호사들을 ‘갑작스러운’ 증원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이며, 이는 국가후견주의의 발로이다. 일전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의료개혁을 하면서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의 수입이 어느 정도 보전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실 국가후견주의는 국가가 국민의 복지를 책임져 줘야 한다는 생각이고 복지국가의 이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은, 국가후견주의가 개발주의 및 국가주의와 맞물리면서, 후견이 필요하지 않은 자들을 후견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농어민·비정규직들은 제쳐두고, 보호를 받지 않아도 될 변호사·이동통신업자·의사들을 정원제 및 가격보호제 등으로 보호해 주고 있다.

‘국가가 잘되려면, 잘되는 사람은 더 잘되도록 해야 한다’는 개발주의와 국가주의가 이런 왜곡된 형태의 ‘강자를 위한 복지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일반대학교 졸업생의 평균 취업률이 20%인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사법연수원 수료생들의 취업률이 100%가 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다양한 자유화 조처들을 이행하면서 다양한 직역의 사람들을 국가의 후견 대상에서 조금씩 제외하거나 후견의 강도를 낮추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강자’들에 대한 독과점적인 보호는, ‘약자’들이 ‘강자’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하도록 강요함으로써 부를 역으로 재분배하고 종국에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강자’를 위한 국가후견주의를 계속해서 실행하는 한 대한민국은 반복지국가다.

혹자는 우리나라는 사회구조가 미국·독일·영국보다는 프랑스나 일본과 비슷하여 변호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프랑스의 인구 대비 변호사 수는 우리의 5배쯤 된다.) 그러나 일본과 프랑스는 사회복지 자원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에서 사회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바닥 수준이다.

프랑스는 강력한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조세부담률을 40%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사회복지 예산 비율도 우리의 갑절 수준인 것은 물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자체가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사회복지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하면서 변호사 수를 낮게 유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원제라는 변호사 복지정책은 법률서비스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그 질을 악화시켜 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가경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 수년 전 한 신문의 설문조사에서 80% 이상의 기업체 법무담당자들이 법률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외국 로펌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글은 10월 26일 한겨레에 실린 글입니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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