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8-03-26   3559

[네 번째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졸고 있던 배심원은 ‘다행히’ 잘렸다


이 글은 지난 3월 24일 인천지방법원에서 국내에서 네 번째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고 난 뒤, 재판내용과 방청소감 등을 기록한 방청기입니다.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도입을 주창해온 참여연대는 직접 방청하지 못한 시민들이 방청기를 통해 국민참여재판을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리고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필요한 개선사항을 제시하기 위해 앞으로도 가능한 한 많은 재판 방청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박근용(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증인의 말을 믿을 수 있나요?”


지난 3월 24일 인천지방법원 413호 법정에서 열린 상해치사 죄 등으로 기소된 이 모 피고인에 재판은 국내에서 4번째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이었다. 그런데 이 재판은 이보다 앞서 열렸던 3차례의 다른 국민참여재판과는 재판에서 다투는 쟁점은 물론이거니와 과정과 결론에서도 확연히 구별되거나 눈에 띄는 것들이 많았다.


3월 24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 법정의 1번 배심원석에서 바라본 증인석(왼쪽)과 변호인 및 피고인석(오른쪽). 가운데 기기는 자료 설명을 위한 실물화상기(프로젝트)이미 썼던 방청기에서도 말했듯이, 첫 번째 국민참여재판 사례(2월 12일, 대구지법)나 그 후 2차례 재판의 사례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 사건이 아니었다. 첫 번째 사례의 강도상해나 두 번째 살인, 세 번째 경우의 살인 모두 그 같은 행위 자체는 피고인측에서 순순히 인정하지만 범행 당시의 정황이나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를 보았을 때 처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거나 처벌하더라도 최대한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피고인이 사건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정 모 여인을 발로 차거나 또는 발로 밀어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해서 죽게 했다고 주장하는 단 1명의 목격자(증인)의 말이 신빙성이 있는가 없는가를 두고 검사와 변호인측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즉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하는 근거는 당시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인 1명의 말밖에 없는데, 그 말을 웬만해서 믿기 어렵다면(법률적으로 표현하자면, 증인의 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면) 피고인을 유죄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변호인은 주장하는 것이다.


배심원들이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는 증인의 말을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신중히 따져야 한 재판인 셈이다. 이 점에서 나는 이날 인천지법에서의 국민참여재판이 시간면에서는 앞선 3번의 재판보다는 일찍 끝났지만, 그 의미는 각별하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7명의 배심원들이 평의결과 만장일치로 맺은 결론은 피고인은 검사가 기소한 상해치사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상해치사죄가 적용될 수 없다면, 폭행죄를 적용하자는 의견이 1명, 폭행치사죄를 적용하자는 의견이 2명이었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정리해보면 7명의 배심원 중 4명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렸고 이 때문에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증인과 검사의 말을 믿지 않은 것이다. 검사의 주장은 물론이고 검사측 주장의 핵심적 근거인 증인의 말에 신빙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나머지 3명은 증인의 말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다만 다치게 할 의도가 없었기때문에 ‘상해’가 아니라 ‘폭행’이고, 그같은 폭행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 여부에 따라 단순한 ‘폭행죄’와 ‘폭행치사죄’로 나누어진 것이다.)



졸던 배심원이 해임되는 첫 사례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8번 배심원으로 참여하고 있던 한 20대 여성이 재판이 진행중이던 오후 3시를 전후하여 여러 차례 졸거나 옷매무새를 다듬는 등 재판에 불성실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번 재판 방청 때마다 배심원들의 표정을 잘 살펴보려고 일부러 배심원들의 얼굴이 보이는 변호인석쪽에 가까운 방청석에 앉았던 나로서는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3월 24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석 모습. 배심원에게는 음료수와 메모지, 필기구가 제공된다.이날 재판은 예비배심원 1명을 포함해서 모두 8명이 배심원석에 앉아 재판에 참여하였다.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본적으로는 5명 이내의 예비배심원을 이외에 9명의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배심원단의 최대숫자는 14명이 될 수 있다. 다만 기소된 범죄의 종류(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인지 여부)와 사건의 특성에 따라서 그 숫자를 조금 줄여 예비 배심원 이외에 배심원 7명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으며, 주요한 공소사실을 피고인측이 인정하는 경우라면 예비 배심원 이외에 5명의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한다.
지난 2월 18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렸던 살인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의 경우는 범행사실은 인정했기때문에 예비배심원 1명을 포함해서 배심원단이 6명이었고, 2월 12일과 3월 17일 대구와 수원에서 있었던 재판의 경우에는 예비배심원 3명을 포함해서 배심원단이 12명이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은 오후 3시 17분에 모두 마쳤는데, 오후 2시 58분쯤 8번 배심원이 졸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오전 9시 30분까지 법원에 출석한 배심원들은 오전에도 재판에 참여한 뒤 12시부터 점심을 먹고 1시부터 법정에 다시 들어왔는데, 피곤함을 견디지 못해서일까? 8번 배심원은 내가 목격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20여분이 지난 3시 17분경 증인신문이 모두 끝나고 휴식을 위해 재판장이 휴정을 선언할 때까지 계속 졸았다. 그 이후에도 옷매무새를 만지는 등 검사와 변호인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국민참여재판과 관련하여 배심원들이 똑바로 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는가하며 걱정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익히 들은 터라,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바라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슴뜨끔한 상황이었다. 옆 자리에 있는 7번 배심원이 8번 배심원의 옆구리라도 볼펜으로 찔러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7번 배심원은 앞쪽의 검사와 변호인들의 이야기를 듣기에 바빴을 뿐이다.


오후 4시 43분. 검사와 변호인의 증거물 조사(증거설명)와 최후변론까지 모두 끝나고 배심원들의 평의 절차만 남겨두었다. 이제 배심원단 8명중 예비배심원 1명이 누구인지 공개하고, 나머지 7명만으로 배심원 평의를 할 단계이다.
재판장이 재판 시작단계에 무작위로 뽑아두었던 예비배심원의 번호가 적힌 쪽지를 꺼냈다. 재판장은 1번 배심원이 예비배심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재판장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요약하면 이렇다. ‘8번 배심원의 오늘 몸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재판중 재판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배심원은 재판에 집중해서 신문과정과 증거자료에 대한 설명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따라서 8번 배심원을 배심원에서 해임한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순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잘 됐다. 정말 잘 했다.’ ‘만약 8번이 평의에 참여했다면 그걸 정상적이라고 못했을텐데…’
8번 배심원은 평의에 참석하지 않고 그 때 바로 귀가했다. 덧붙이자면, 배심원의 일당은 기본이 10만원인데(장거리 여비 등 제외), 8번 배심원의 경우는 오전에 배심원 후보자로 왔다가 배심원에 선정되지 못해 귀가한 다른 사람들처럼 일부(5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했을 것이다.


방청석에서 평의결과를 기다리던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재판업무를 보조하던 법원 관계자와 피고인을 호송해왔던 교도관들도 8번 배심원이 졸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황당했거나 마음졸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실이 알려지면 골치아프겠다 하는 생각도 했다. 당시 내 마음도 그러했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하자.


사실 국민참여재판이 아닌 일반 재판, 그러니까 판사만 참여하는 재판에서도 판사가 가끔 졸거나 검사, 변호인의 이야기 도중에 다른데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법정에 나가는 변호사들이 그런 판사들의 태도를 비난하는 경우가 있고, 소송 당사자들도 그같은 태도에 실망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특히 봄철 또는 점심 직후에 열리는 재판의 경우 그러하다.
따라서 8번 배심원이 졸았다고 해서, 마치 이것이 일반 시민이 참여한 재판이었으니 그랬다면서 국민참여재판 제도 자체의 문제점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3월 24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 법정 모습. 판사석에서 바라본 법정 모습인데, 오른편 아래쪽이 배심원석이다다음으로 재판장이 배심원 8번을 해임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인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재판장이 배심원의 상태를 틈틈이 파악했거나 주변에서 이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8번 배심원이 졸았던 시점은 검사와 변호인이 증인신문을 하던 때였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들을 설득하여 검사 또는 변호인측의 말을 믿게 만드는 방식이다. 따라서 검사와 변호인은 배심원의 상태를 계속 주시하면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배심원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도 못하게 말해서도 안 되고, 배심원들과 상관없이 자기 구상대로만 재판을 진행해서도 안 된다. 말하는 속도, 법정에서의 자세 모두 배심원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변호인은 이 점에서 잠깐 허점을 보였다. 2시 55분경 4번째 증인에 대한 변호인의 신문이 시작되었지만, 변호인은 배심원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증인석에 앉은 증인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그것도 변호인석 책상위에 올려둔 두꺼운 서류뭉치(사전에 준비한 질문이 적힌 자료 등)를 쳐다보면서.
따라서 변호인은 8번 배심원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배심원들이 어떤 상태였는지 알 수 없었다. 자기가 증인에게 묻는 질문을 배심원들도 이해하고 있는지, 증인이 답한 내용에 대해 배심원들이 제대로 듣고 이해했는지 알 수 없는 자세였다.


재판장이 직접 8번 배심원이 조는 모습을 목격해서 해임했는지, 아니면 법원의 다른 관계자가 재판장에게 알려주어서 해임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배심원의 상태를 관찰하는 법원관계자 또는 재판장이 있었기에 불성실한 배심원을 가려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고 그 과정도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판사는 물론이거니와 검사와 변호인도 배심원이 자기 말을 제대로 잘 듣고 있는지 계속 신경쓰길 기대한다.


물론 배심원을 평의에 참여하는 숫자보다 적게는 1명, 많게는 5명까지 더 뽑아두는 예비배심원 제도가 불상사를 막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기도 하다.



52명의 후보자중 8명이 배심원으로 뽑혀


이날 재판에는 앞서 말한대로 8명의 시민이 배심원석에 앉았다.
법원에서는 애초 8명을 뽑기위해 인천지법 관할 지역 거주민에게 주민등록표를 근거로 무작위로 뽑은 180명에게 통지서를 보냈는데, 우편주소 잘못 등으로 통지서가 배달되지 못한 경우가 49명있어, 배심원후보자 출석통지서를 받은 사람은 131명이었다. 그리고 이들 131명중 실제 이날 오전 9시 30분까지 법원에 나온 사람은 52명이었다. 이는 39.7%의 출석률이다. 앞선 재판 사례들보다 약간 높은 출석율인데, 기대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이들 52명중 무작위로 8명을 일단 뽑아 배심원석에 앉히고 검사와 변호인이 이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해서, 편견이 있다고 보는 사람 등을 기피신청하였다. 검사와 변호인이 이유를 제시하면서 기피신청한 사람은 각각 3명과 5명,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기피신청한 사람은 각각 4명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유를 제시한 ‘이유부 기피신청’의 경우 재판부가 받아들인 경우는 검찰측 신청 1명 뿐이었다고 한다(검사와 변호인측이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기피신청하는 경우는 무조건 배심원이 될 수 없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된 8명의 배심원단은 남성이 4명, 여성이 4명이었고, 20대와 30대가 각각 3명, 40대가 2명이었다. 직업도 회사원, 주부, 일용직 노동자, 대학원생, 공무원, 치위생사, 자영업자 등 다양했다고 한다. 8번 배심원이 해임되었으니, 평의에 참석한 7명의 배심원은 남성 4명, 여성 3명이고, 연령대는 20대 2명, 30대 3명, 40대 2명이 된 셈이다.


이날 재판에서 증인신문 과정에서 배심원들이 추가 질문을 한 경우는 한 차례였다. 유력한 증인인 A씨가 사건 당시 술을 먹고 누워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었다. 이 부분은 증인이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보았는지 여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대목이었다.
이날은 재판부도 상당히 여러 차례 추가 질문을 하였다. 피해자도 술을 먹고 있었는지, 피해자의 형부에게 피의자가 병원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사과했는지 등 증인신문이 끝날 때마다 질문을 많이 했으며, 이는 배심원들의 사건 이해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본다.



핵심 증인 1명에 대한 변호인의 집중 추궁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는 배심원 선정절차가 진행되었고, 12시까지는 선정된 배심원단과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배심원에 대한 안내와 사건의 쟁점과 공소사실 설명, 검사측과 변호인측의 입증계획 설명 등의 절차가 진행되었다.


이날 재판에서 다룬 사건은 피고인이 한 방에서 술을 나눠먹고 이야기하던 피해자와 언쟁을 벌이다 피해자를 발로 밀어(또는 차서) 뒤로 넘어지게 해 머리가 벽에 부딪히게 했고, 그 후 얼마되지 않아 병원으로 후송된 피해자가 결국 의식을 잃고 죽게 했다고 검사와 증인A씨가 주장하는 사건이었다. 따라서 증인으로는 같은 방의 한쪽 구석에서 자다가 깨워 이 장면을 목격한 A씨와 피고인을 최초로 수사한 경찰관, 피해자의 형부, A씨의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병원으로 피해자를 후송한 119 구급대원이었다.

증인석에서 바라본 8명의 배심원석오후 1시부터 진행된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오후 3시 17분 경 모두 마쳤다. 모두 4명의 증인에 대한 신문인데, 그중 1시간 20분 정도가 유일한 목격자인 증인 A씨에 대한 신문에 사용되었다. 검사는 A씨에게 약 20분 정도 질문을 했지만, 피고인의 범죄의 유력한 증거인 증인 A씨의 증언의 신빙성을 깨뜨리기 위해 변호인은 1시간 가량 집중 추궁했다.


오후 3시 28분부터 시작한 검사와 변호인의 측의 증거물 조사와 증거설명은 오후 3시 55분경 끝났고, 피고인 신문은 오후 3시 57분부터 4시 16분까지 약 20분 정도, 검사와 변호인, 피고인의 최후 의견진술과 최후 변론은 4시 25분에 모두 끝났다.
배심원에 대한 평의진행 방식 안내 등을 마치고 4시 45분 경부터 평의가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약 1시간이 지난 5시 45분경에 평의가 끝났다고 한다. 그 후 배심원들은 양형 토의를 하고 6시 19분경에 법정으로 돌아왔다. 배심원들의 평의결과와 양형에 대한 의견을 받은 재판부는 6시 32분경에 입장했고, 이때부터 약 10분가량 판결이 선고되고 배심원들의 평결과 양형의견이 공개되었다. 그래서 모든 재판이 끝난 시각은 오후 6시 40분경이었다.


사건의 특성때문인지, 재판진행의 효율때문인지 구별키는 어렵지만, 앞선 3차례의 재판보다 훨씬 빨리 끝난 재판이었다.



배심원도 재판부도 상해치사죄 ‘무죄’


최종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도 배심원들과 같은 의견이었다. 배심원들처럼 검찰이 기소한 상해치사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상해치사죄와 별도로 기소된 사기죄(무전취식)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밝힌 상해치사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의 상해치사죄에 대한 유력한 증거는 검사측이 제시한 증인 A씨의 진술인데, A씨가 경찰조사와 검찰조사때 진술한 내용, 이날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보았을 때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서에서의 최초 진술때에는 방 구석에서 자다가 ‘퍼벅’하는 소리에 깨서 돌아봤더니 피해자가 피고인의 얼굴을 할퀴고 있었고 이 때 피고인이 발로 피해자를 밀쳤다고 했지만, 이후 검찰 조사에서는 담배때문에 언쟁하는 소리에 깨서 돌아봤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얼굴을 할퀴었다는 진술은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롯해 최초 진술과 차후 진술 때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점, 과거 알콜 중독증세 치료 경험이 있는 증인이 사건이 벌어진 날 당시에 술을 먹었는지 여부에 대해 말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 점 때문에 증인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당시 피해자의 몸에는 피고인의 행동에 의해 벽에 부딪혀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 이외에 여러 곳에 멍이나 다친 곳이 보이고 이것이 피고인의 행동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도 무죄 선고의 이유였다.


정작 피고인은 범행당시에 술에 절어 있는 상태라 지금 자신의 당시 행동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피해자가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증인 A씨가 ‘당신이 발로 밀쳐서 생긴 일’이라고 하니 ‘아,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어 피해자의 형부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범죄의 결정적 증거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문제가 된 사건은?

피고인 이 씨(43세)와 피해자 정 모 여인은 몇 년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이다. 피고인은 술을 지나치게 많이, 자주 먹으며, 일용직 노동으로 근근히 생활하고 있다.
피해자 정 모 여인은 남편과 이혼한 뒤, 가족과는 연락을 끊고 동거남 B씨와 경기도 부천에서 살고 있다. 피해자 정 씨와 동거남 B씨가 사는 방 한 칸의 작은 집에는 인연이 있는 노숙자나 집이 제대로 없는 일용직 잡부 등이 자주 와서 함께 술도 먹고 잠도 자는 곳이었다.

2007년 12월 24일 오후 피해자의 집에는 그 전날부터 술을 먹었던 피고인과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의 동거남 B씨와 또다른 사람 A씨가 있었다.

증인 A씨가 말하는 사건 당시의 상황대로라면, A씨와 B씨는 각각 방의 한쪽 구석에 누워 잠자고 있었고, 피고인과 피해자는 막걸리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그러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어떤 문제로 다툼이 있었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향해 손을 뻗으며 달려드는 와중에 피고인이 앉은 상태에서 발을 뻗으며 피해자를 밀쳐냈다. 그 반작용으로 피해자는 뒤에 있던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잠을 깬 동거남 B씨가 피고인에게 심한 욕을 했고 피고인은 곧바로 집밖으로 나가 또 다른 식당과 술집을 저녁 내내 돌아다녔다고 한다.
머리를 벽에 부딪힌 피해자가 두통과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자 증인A씨와 동거남 B씨는 사건 이후 30여분이 지난 5시 5분경 119 구급대에 신고했고 구급대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갔다. 피해자는 중환자실에 있다가 12월 31일 사망하였다.

피해자를 병원에 이송한 다음 날 A씨와 B씨는 피고인을 병원으로 데리고 왔고 소식을 듣고 온 피해자의 형부와 피고인을 대면시키기도 했다.
한편 동거남 B씨는 그 후 종적을 감추고 피해자의 장례식은 물론이거니와 검찰측의 조사와 재판증인 출석요청 등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증인 A씨의 사건 당시 상황묘사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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