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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참여재판
  • 2008.06.03
  •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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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5월 2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서울지역 첫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한 뒤의 방청기입니다. 참여연대는 '참여연대와 국민참여재판 함께 방청하기' 행사에 참여한 시민 10명과 함께 이 재판을 방청했으며, 함께 방청한 이들의 방청기를 연재합니다.
방청기를 보내주신 연금옥 님은,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법학을 부전공으로 배우고 있는 학생입니다.

연금옥(이화여대 사회학과, 법학 부전공)

5월 27일 오후 2시. 나는 서울서부지법 로비에서 참여연대 관계자 및 다른 방청객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설명을 들은 뒤, 방청을 위해 303호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전에 민․ 형사 재판을 몇 번 방청해 본 경험이 있어서, 나는 법정 분위기에 나름대로 익숙한 편이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긴장됐다. 방청석은 취재를 하러온 기자들과 방청객들로 북적였고, 배심원에 대한 재판장님의 안내 설명을 시작으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잠바절취’와 ‘상습절도’로 구성된 사건에 관한 것이었는데, 나는 방청을 하면서 이전 재판과정에는 없었던 충격적인(?) 변화를 목격했다. 그것은 바로 변론의 수단으로 프리젠테이션이 사용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검사, 변호인 모두 미리 준비해온 서면을 보면서 변론을 했었는데, 이번의 경우에서는 양쪽 모두 쟁점사항과 증거사진을 간략히 담은 프리젠테이션을 사용해 배심원의 이해를 도왔다. 이는 일반인의 일반지식 수준을 뛰어넘는 고도의 법전문성을 고수해오던 사법계가 기존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모습을 버리고, 국민에게 한 걸음 다가서려는 노력이었다.

실로 놀라운 변화였다. (앞서서 잠깐 언급했듯이) 재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잠바를 강제로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생긴 피해자의 무릎상처와 틀니손상”, 그리고 “상습절도”라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피고인의 양형을 결정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특히 잠바절취 사건에 대해서 검찰과 변호인의 열띤 공방이 이어졌는데, 여기서 쟁점이 된 사항은 총 3가지였다.

첫 번째는 피고인의 잠바절취가 강도냐 절도냐 하는 문제로 ‘피고인이 피해자가 입고 있는 잠바를 고의로 벗겨서 가져갔다’는 검사 측의 주장과 ‘피해자가 팔에 걸친 잠바를 피고인이 가져간 것’이라는 변호인의 주장이 엇갈렸다. 두 번째로는 무릎부상이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을 정도의 경미한 것이었는지, 틀니를 신체의 일부로 볼 수 있을 것 인지가 쟁점화 되었다. 세 번째로는 체포 후에 경찰의 권유로 이루어진 피고인의 자백이 감형의 사유로서 참작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측은 배심원의 사건 이해를 돕고 설득하기 위해 피해자의 잠바와 비슷한 옷을 들고 나와 재연을 시도하고(물론 배심원에게 피해자의 역할을 하게 하여 재연을 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제지당했다), 직접 피해자의 무릎부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피고인을 변론하던 국선 변호사도 물러서지 않고, 쟁점사항을 차분히 정리하며 반박했다.

배심원은 예비 배심원을 포함하여 6명으로 구성되었는데 재판 내내 진지한 태도로 변론 및 신문과정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질문이 없냐는 재판장님의 질문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지만, 재판이 점차 진행되면서, “피해자와 협의하려는 피고인 측의 노력 여하”를 묻는 배심원의 예리한 질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나는 방청객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질문권한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만약 내가 배심원이었다면 피해자가 원래 잠바를 입고 있었다가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벗은 것인지를(아니면 벗지 않고 입고 있는 상태였는지를) 정확하게 가리는 질문을 했을 것 같다. 재판상에서 그 부분이 명확히 가려지지 않아 쟁점사항이 흐려지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은 한 번의 휴식 시간을 가지고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후 배심원들의 평의를 거쳐 재판부의 판결이 있었는데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배심원의 최종평결을 듣지 못하고 법정을 나왔다.

그래서 참여연대 관계자분으로부터 배심원 평결과 재판결과를 전해 들었다. 피고인에 대한 양형은 징역 단기 2년, 장기 2년 6개월 형이었다. 재판부의 양형선고가 예상했던 것보다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하여 수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여민주주의로의 이행이 강하게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사법제도의 국민참여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민통제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던 사법영역이 국민에 의해 감시되고, 사법기관이 국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려는 것은 분명 유의미한 변화이다.


법정내 좌석배치에 문제는 없나?

그러나 앞으로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수정 보완되어야할 점이 있는 것 같다.

제일 아래쪽 빈자리가 피고인석, 그 우측이 변호인석이고, 그 맞은편은 검사석이다. 변호인석에서 조금 떨어진 오른편이 증인석이고, 그 맞은 편은 배심원석이다.(배심원 평의가 끝날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검사(왼쪽)와 변호인(오른쪽)의 모습)
먼저, 배심원들의 평결이 권고적 효력만을 지닌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배심원들의 평결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미국의 배심원 제도와 비교해볼 때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은 기존의 제도도입 취지가 흐려질 위험이 있다.

두 번째로 법감정 호소가 법논리보다 우선시되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에서 피고인은 사복이 아니라 죄수복을 입고 재판에 임했는데, 사견으로는 배심원들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또 국선변호인은 최종변론에 있어서 피고인의 어릴 적 사진을 제시하며 선처를 구하기도 했는데 물론 이는 수용될 수 있을 정도의 호소였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된다면 배심원들의 공정한 판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은 제도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수정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심원들의 공정한 판단을 위해 정기적으로 배심원 법 교육을 해주는 방안을 도입하고, 그밖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재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방청을 하면서 나는 법정 내 좌석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사견으로는 증인석의 배치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참여재판에서 증인석은 검사석 맞은편, 그리고 변호인과 피고인석의 같은 편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러한 자리배치는 수정될 필요가 있다.

증인은 법관 또는 법원에 대해 자기의 경험사실을 진술하는 제3자로서, 피고 측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법적 이익 또는 주장으로부터 벗어나 객관적인 증언을 해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증인석이 변호인석과 피고인석과는 일렬로 가까이 배치되어 있고 검사석과는 대치하는 식의 구조를 하고 있어서 자리배치 상으로 (상징적으로) 증인이 피고인의 법적 이익을 보조하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실체적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인 증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피고인과 피해자로부터 벗어난 증인의 중립적인 위치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증인의 좌석을 법정 중앙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법제도의 감시자로서, 법률가를 꿈꾸는 한 대학생으로서 지켜보았던 첫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결을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재미있었고, 새롭게 배운 것도 많았다.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참여연대 관계자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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