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1-01-26   3279

[2011/01/10 국민참여재판 방청기2] 검사의 PPT는 인상적이었다


이 글은 2011년 1월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참가자의 방청기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함께해요 국민참여재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배심제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배심원이 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옆에서 지켜본 방청자들의 겸험을 통해 여러분도 함께 배심원단이 되는 간접체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소중한 방청기를 써준 최준홍 님께 감사드립니다.


 최준홍(참여연대 인턴 7기)

국민참여재판 방청을 하기 전에는…

국민참여재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군대를 전역하고 2009년 언젠가 하교 길에 지하철 안에 있는 광고를 보고서였다. 패쇄적인 사법제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 미국과 같은 배심원 제도가 도입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러나 나중에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의 역할은 그저 의견 제시에만 그치고 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했다. 그저 정부에서 만든 허울뿐인 형식적인 제도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게 이번 방청이 큰 기대가 되지는 않았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나는 전에 민사재판을 한번 방청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때 방청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형식적’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었다. 티비와 영화에서 봤던 극적이고 열정적인 법정의 모습을 생각했던 나의 환상은 곧 깨져버렸다. 변호사, 판사가 차분하게 자신이 할 말만 하고 몇 차례 서류가 오고 가더니 판사가 금방 변론기일을 정하고 끝났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가 보게 될 국민참여재판 역시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별 기대감은 없었다.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면서…


5분정도 뒤늦게 법정에 들어갔는데 검사의 주장 및 입증계획이 시작되고 있었다. 검사는 PPT를 이용하여 사건의 배경을 알리고 쟁점 사항들을 배심원들에게 설명하였다. 검사는 마치 대학생이 수업 중에 과제를 발표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말하였다. PPT의 완성도 수준도 매우 높았고 배심원과 방청객들을 고려해 스크린 화면도 두 개를 사용하여 설명하였다. 나는 사실 법대생이여서 다른 학과 사람들보다는 이해가 쉬운 면이 있었다. 다른 학과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두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PPT를 통한 사건과 쟁점설명은 매우 효과적 이였다고 생각했다. 변호사는 이런 국민참여재판을 처음 경험해봐서 그런지 PPT자료 없이 오로지 말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워낙 말도 잘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지만 아무래도 시각적인 자료가 있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주장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증거조사에 들어갔다. 나는 방청인 신분이라 참석을 하지 못했지만 배심원,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은 우선 사건현장에 직접 가서 증거조사를 하였다. 7명의 배심원 모두가 버스를 타고 함께 가서 사건현장의 상황을 보았다. 현장조사를 마치고 법정으로 돌아와 검사와 변호사는 각자가 주장하는 증거자료에 대해서 배심원들이 볼 수 있도록 매번 기계를 이용하여 해당 자료를 스크린에 나오게 하였다.
 
증거 조사 중에는 검사, 변호사, 판사들이 증인들을 신문하기도 하였다. 검사, 변호사의 날카로운 질문과 자신들의 쟁점에 연결시키려는 노력들은 정말 긴장감 있었고 흥미진진했다. 증거 조사가 끝난 후 피고인신문이 있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고 각자 최종 의견진술을 하였다. 최종 의견진술을 하는데 각자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 준비했던 말들은 형식적이기 보다는 극적인 요소도 많이 있었다. 마치 영화 속의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일들과 같았다. 내가 경험했던 저번 형식적인 민사재판 때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였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그 후에 재판장의 배심원에 대한 최종설명이 있었고 배심원들은 평의와 평결을 하였다.

재판 진행 도중 판사는 폭행과 상해와 같은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려운 법률용어가 있으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또한 배심원들을 배려해 너무 재판이 길어지지 않도록 중재자의 역할도 하였으며 각 측이 주장하는 내용들 중에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도중에 배심원들을 위해 그 때마다 알아서 설명해주었다.

사실 나는 시간문제 때문에 재판장의 배심원에 대한 최종설명까지만 보고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담당간사에게 받은 판결문을 보고서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아 판결 선고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한 후…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한 후에는 처음에 가졌던 부정적인 선입관이 사라졌다. 아무리 배심원의 의견이 판사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해도 7명의 배심원들이 재판장과 함께 양형에 관해 토의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배심원이 참여하는 점들을 봤을 때 판사가 배심원의 의견을 전적으로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배심원들의 평결은 조금이라도 판사의 평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심원들의 배려에 있어서도 법원이 많이 노력한다는 것을 느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검사의 PPT이다. 어렵고 엄숙한 자리인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법정에서 PPT를 사용하여 배심원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니 국민들에게 동떨어진 기관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법원의 노력이 엿보였다. 또한 판사, 검사, 변호사 모두 권위주의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배심원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재판을 진행해 나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재판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다는 것이다. 재판은 오전 11시부터 시작했는데 나는 저녁 9시 30분 까지 있었지만 1시간가량의 배심원들의 평결이 있었던 걸로 보아 판결 선고 까지 대략 11시에 마무리 된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따지면 배심원들은 재판이 시작하기 전부터 일찍 왔기 때문에 12시간 이상 법원에 있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이건 너무 길다.

하루에 판결내릴 수 없어 보일 것 같은 사건은 충분한 시간을 잡은 후 미리 배심원들에게 며칠을 나와 달라고 통보를 하는 식의 방법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판사가 재판이 되도록이면 빨리 끝날 수 있도록 적절한 상황마다 권한을 행사하여 시간 소모를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변호사도 검사와 마찬가지로 배심원들이 알기 쉽도록 주장 및 입증계획 진술시 PPT와 같은 자료를 만들도록 법원 측에서 미리 변호사들에게 통보를 하였으면 좋겠다.

법대생인 나에게 이번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좋은 기회였다. 실제로 형사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았고 법원의 분위기도 알게 되어 앞으로 학과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가졌던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선입관을 깨주고 앞으로 삶에 동기부여가 된 소중한 기회를 준 참여연대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런 시민참여적인 사법 활동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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