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1-01-26   2468

[2011/01/10 국민참여재판 방청기3] 배심원들이 충분히 합리적일 거라는 기대


이 글은 2011년 1월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참가자의 방청기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함께해요 국민참여재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배심제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배심원이 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옆에서 지켜본 방청자들의 겸험을 통해 여러분도 함께 배심원단이 되는 간접체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소중한 방청기를 써준 김동헌 님께 감사드립니다.


김동헌(참여연대 인턴 7기)


국민이 법관보다 합리적일까, 라는 의문

오래 전 뉴스 매체를 통해 국민참여재판이 시험 운영된다는 사실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때 나는 ‘국민이 직접 판결하는 재판은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로 ‘법리를 꾀고 있지 못한 국민들이 과연 법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법관보다 더 합리적인 평결을 내릴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을 했던 것 같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나의 막연한 의심이 이번 방청을 통해 풀릴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갖고 나는 국민참여재판 당일만을 기다렸다.

국민참여재판 방청 당일, 법정 안으로 들어서자 재판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잡고 앉아 재판정 쪽을 바라보자 피고인석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얼굴을 푹 숙인 채로 나란히 앉아 있었고, 반대편에는 7명의 배심원이 두 줄로 앉아 검사로부터 사건 설명을 듣고 있었다.  검사의 설명을 듣고 있던 배심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모두 진지했다. 아마 자신들의 판단에 의해 두 사람의 인생이 결정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그들로 하여금 재판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 역시 나 나름의 판단을 내려볼 생각으로, 진지하게 판사의 설명을 청취했다. 

이번 사건은 폭행치사 또는 상해 치사인지와 단순 폭행 또는 상해 인지를 다투는 사건이었다.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죽음을 당한 피해자와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피고 두 명 모두 10대 후반의 미성년자라는 것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피고들은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었고, 여성 피고는 자신의 동생이 증인석으로 나와 서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내내 나의 바로 옆 자리에서 울음을 삼키며 훌쩍이고 계신 분이 계셨는데, 아마 두 딸의 어머니인 듯 했다. 자신의 두 딸이, 한 명은 피고석에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증인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에 순간 가슴이 아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풀 수 없을지 모를 슬픔

증인에 대한 검사의 신문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미성년자 여자 아이라서 조금은 부드럽게 심문을 할거라 예상했지만, 검사는 가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무섭게 증인을 몰아붙였다. 아마 그 이유는 내 반대편 방청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유족과 그 친구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피해자의 유족과 친구들은 질문을 받은 피고가 결백을 주장할 때마다 비웃음과 탄식을 섞어냈다. 특히 몸도 제대로 가누시지 못하는 듯 보이는 피해자의 어머니는 소복을 입으신 채로 피의자들이 자신의 자식을 직접 밀어 죽인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이셨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울부짖음을 과연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어떤 판결이 나온다 하여도 이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다시 한 번 마음이 아팠다. 

그 날 재판이 너무 늦게까지 진행되어 마지막 배심원의 평결을 듣지 못했지만 국민참여재판 방청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 그리고 피고와 피고의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난생 처음 접한 검사와 변호사의 증인 심문과 피고 심문 및 변호 과정은 손에 땀이 찰 정도로 흥미로웠다. 재판 시간이 12시간 가까이 될 정도로 길었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단 한 순간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결을 남겨둔 채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지막까지 남아 평결을 듣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충분히 합리적인 평결을 기대해도 좋다

그날 내가 경험한 국민참여재판의 모습은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검사와 변호사 모두 배심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상당한 준비를 해온 듯 보였고, 특별한 법적 지식을 가지지 못한 배심원들은 검사와 변호사가 제공한 사건 정보와 법리 해설에 바탕하여 충분히 합리적인 평결을 내릴 수 있을 듯 보였다. 국민 배심원단에 대한 나의 의심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상당히 해소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리 재판 시간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여 재판 말미 배심원들이 상당히 피곤해 했다는 점이다. 배심원들이 피로는 상황에 따라 배심원들의 평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고려된다면 보다 완벽한 국민참여재판이 이루어 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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