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1-01-26   2746

[2011/01/10 국민참여재판 방청기1] 안정적 배심제도가 되려면


이 글은 2011년 1월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참가자의 방청기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함께해요 국민참여재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배심제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배심원이 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옆에서 지켜본 방청자들의 겸험을 통해 여러분도 함께 배심원단이 되는 간접체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소중한 방청기를 써준 구진영 님께 감사드립니다.



구진영 (참여연대 인턴 7기)


2011년 1월 10일 무척이나 추웠던 날, 2호선을 타고 구의역으로 갔습니다. 처음으로 재판을 방청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동부지법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제가 유심히 살펴봐야할 부분은 ‘배심원 제도’입니다. 제가 배심원 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해본 것은 영화 ‘금발이 너무해’를 관람했을 때 입니다.

내가 상상했던 것은

영화에서는 주인공 Elle이 배심원들 앞에서 증인이 말한 진술이 거짓이라는 것을 재밌는 사례를 들며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에서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Elle은 배심원들 앞에서 ‘증인이 오전에 파마를 한 뒤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느라고 총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는데, 파마를 하고 24시간 안에 샤워를 하면 파마가 다 풀어져버린다’며 증인이 한 증언은 거짓이라고 말합니다.) 영화에서 봤던 장면처럼 검사와 변호사들도 실제 사례를 재밌게 이야기하며 재판에 참여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검사와 변호사가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모두를 꼼짝 못하게 만들 폭풍간지 발언을 날릴까? 하고 궁금해하며 법원으로 향했습니다.


△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한 장면. 배심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동부지법에 도착했는데 이거 웬걸? 동부지법은 법원이라는 느낌보다는 겉모습만 보면 교도소에 가까웠습니다. TV에서 보던 그 위풍당당해 보이던 법원 건물은 다른 동네 법원이었나? 하고 실망하며 약속장소인 1호 법정으로 갔습니다. 동부지법은 건물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법정을 찾기도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앉아서 친구들을 기다릴 장소도 마땅히 없어서 민원실 은행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렸습니다.


이진영간사님께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설명도 재판 5일 전에 들었던 터라. 배심원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법정에 들어갔습니다. 재판은 11시부터 시작된다고해서 간사님이랑 인턴 친구들이랑 11시에 맞춰서 갔는데 배심원추첨이 빨리 끝났는지 재판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보니 검사가 배심원들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내가 진짜 재판을 보고 있구나’

‘이해가 되시나요?’하고 물으며 설명하는 검사와 중간 중간 재판과정에 대해 설명해주는 판사 덕분에 재판이 조금은 더 쉽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재판은 변호사가 발언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에이~TV에서 봤던 그런 장면은 없나?’라고 생각할 때쯤 검사가 ‘이의 있습니다.’하고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까. ‘내가 진짜로 재판을 방청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재판과정에는 현장검증도 있어서 점심을 먹고 재판이 다시 시작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이진영간사님에게 재판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법관들이 참고만 하지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이진영간사님께 들었습니다. 강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판결은 배심원들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는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다른 나라는 배심원들이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진영간사님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요. 1심에서 배심원들이 내린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2심,3심에서 뒤집을 수 없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지 않으니까, 국민참여재판에 방청 오실 분은 이진영간사님께 다시 여쭤보시길 바랍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현장검증이 끝나고 다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증인들이 차례로 증언을 하고, 여러 가지 증거들이 등장했습니다. 변호사는 검찰에서 조서를 작성할 때 검찰이 피고에게 변호사 선임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피고는 나이가 어려서 그랬는지 아니면 단어들이 어려운 한자어 단어라서 그랬는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조서를 작성한 것 같았습니다. 조서를 작성할 때 ‘변호사와 함께 작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피고는 ‘재판할 때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라고 이해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변호사의 이런 지적에 대해 검사가 화를 내며 충분히 설명해주고 자필로도 충분히 알았다고 써놨는데 이제 와서 거짓말을 하냐며 피고에게 화를 냈습니다. 제가 볼 땐 용어가 어려운 한자어라서 피고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 같아 보였습니다. 검찰에서 피고를 심문할 때 이런 사항을 조금 더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판 중에는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배심원을 배려하여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설명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특히 부검결과 같은 경우 어려운 의학용어를 쉽게 풀어 이야기해줘서 방청석에 있는 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생업 때문에 배심원 출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재판은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고 판사는 배심원에게 내일 또 한 번 나올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다른 배심원은 괜찮다고 했는데 한 분이 생업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하여 재판이 밤늦게까지 진행됐습니다. 오늘 안에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재판에서는 생략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배심원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오늘 처음으로 이 사건에 대해 듣는 거라서 ‘나처럼 이해도가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공정한 판결이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요.

예비배심원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예비배심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앞으로도 지속되려면 이러한 점을 보완해서 진행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배심원들에게 미리 2일 정도 시간을 비워두라고 하고 숙소를 제공한다던지 하게 되면 배심원 일정 때문에 재판을 하루 안에 끝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 드라마 ‘sex and the city’의 한 장면. 주인공이 법원에 와서 배심원 교육을 받고 있다.

배심원 교육이 필요하다

또 하나 보완해야 할 점은 배심원교육입니다. 미국드라마 ‘sex and the city’에 보면 주인공인 캐리가 배심원 교육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갑니다. 드라마에서는 3일 동안 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오는데 미국의 배심원 교육이 정확히 얼마나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론 한국의 배심원교육은 당일 아침에 잠깐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짧은 교육으로 배심원들이 제대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배심원들이 생업에 종사 하냐고 시간이 없겠지만 그만큼의 보상을 해주고 자랑스럽게 배심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원이 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판사님께서 잠시 쉬는 시간에 인턴들에게 ‘어디서 오신 분들이지요?’하고 물어보셨습니다. 참여연대에서 방청을 왔다고 하니 관심이 있으면 ‘그림자 배심원’도 검색해서 참가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또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 나쁜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하면서 농담도 하셨습니다.

김밥 한줄은 너무했다

재판을 하루 안에 끝내야 했기에 저녁을 먹고 재판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판사가 김밥 한 줄씩 먹고 다시 시작하자고 하니 배심원 중 한 분이 도시락 사주시면 안 되냐고 판사에게 말했습니다. 나이도 있어 보이는 배심원의 발언이라 ‘김밥 한 줄은 너무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판사가 ‘법원에서 지원을 정말 조금해줘서 판사들도 김밥 한 줄 밖에 못 먹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돈 잘 벌기로 유명한 판사, 검사, 변호사가 있는 법원에서 돈이 얼마 지원이 안돼서 김밥 한 줄 밖에 못 먹는 다는 것이 참 웃겼습니다. 나이든 배심원을 위해서 법원이 장시간 계속되는 재판에는 저녁 식사도 좀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판이 무척이나 길어져서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하루였습니다. 법원이라 하면 어려운 용어가 날아다니고, 딱딱한 분위기와 정적만이 감돌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또 제가 배심원은 아니었지만 방청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사법에 한발자국 다가갈 수 있는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배심원들도 저와 같이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도 패스하신 분들이니 앞으로 더 열심히 문제점을 보완해서 이 제도가 계속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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