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9-02-04   2020

[09/01/19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2] “재판이 시작되면서 벌어진 풍경은 새로웠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국민참여재판 시행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또 시민들의 관심을 높일뿐만 아니라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도 얻기 위해 ‘참여연대와 함께 국민참여재판 방청하기’ 프로그램을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재판 방청기는 2009년 1월 19일 서울북부지법의 재판을 방청했던 ‘제7차 국민참여재판 함께 방청하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박진규 씨(대학생, 영남대, 참여연대 인턴)의 글입니다. 소중한 방청기를 보내준 점에 감사드립니다.



박진규(대학생, 영남대, 참여연대 인턴)


1월 19일 오전, 서울북부지방법원 101호 법정. 지난해 2월 대구지법에서 재판을 시작한 이래, 1년이 지난 이날 북부지법에서는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는 시민들에게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참관하기를 제안하였고, 우리 인턴들도 여기에 참여하였다.

1월 19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한 참여연대 인턴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상근자들. 참여연대 인턴들은 '제7차 참여연대와 함께 국민참여재판 방청하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서울북부지법 재판을 방청했습니다.
법정 앞의 풍경부터 법정 안의 풍경,
그리고 재판의 풍경 하나하나 모두 새로운 풍경

재판이 열리기 직전, 법정 앞의 풍경도 여느 재판과는 다소 달랐다. 아직은 시민들에게 생소한 국민참여재판 소식을 전하려는 취재진들로 붐비고, 방청객들이 법정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던 것이다. 함께 참관하기로 한 일부 사람들은 법정 안으로 입장하지 못할 정도였다. 명색이 국민참여재판인데, 시설 협소 등의 이유로 정작 국민의 참여가 제한되는 듯해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이미 빼곡히 방청객들로 가득 찬 방청석으로 들어섰을 때 눈에 띈 법정 안의 풍경 역시 다소 새로웠다. 꼭 천장에 닿을 만큼 높게 자리 잡은 법관석이나 그 양 옆에 각각 자리 잡은 검찰석, 변호인석은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검찰석 옆에 자리 잡은 9개의 배심원석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배심원들을 위해, 배심원 바로 건너편에 자리 잡은 스크린까지. 이미 오랜 기간, 일부 엘리트법조인들의 괄시와 회의에도 불구하고 배심원제의 도입을 주장해 온 시민사회의 노력을 상기할 때 뿌듯한 풍경이었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벌어진 풍경은 더욱 새로웠다. 지금까지 행해져 온 다른 보통의 재판과는 달리, 재판장이 배심원들을 향해 재판에 대한 전반적 설명을 하면서 배심원의 이해를 도왔다. 더욱 새로웠던 것은 기존의 재판에서 검사와 변호인이 법관석을 향했던 것과는 달리, 배심원들을 향해 공소제기와 반대진술을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배심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소제기에서부터 증거 제시, 증인 심문 등 매 과정에서 영상자료를 적극 활용했다. 그리고 재판장 역시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매 순간 보충설명을 했다.

지금까지의 법관들 역시 궁극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해 온 것이긴 했지만, 배심원석에 앉은 시민들을 향해 검사와 변호인이 발언하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된 헌법 1조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시민의 제한적인 참여, 2% 부족한 풍경

그러나 아쉬운 점과 우려스러운 점도 있었다. ‘국민참여재판’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2007년 6월 제정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아니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는데, 이 명문규정은 실제 재판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다. 재판 초반에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배심원을 향하던 검사와 변호인이, 재판이 진행될수록 배심원이 아닌 판사를 향하는 모습이 이러한 명문규정과 무관하지 않은 듯이 보여 아쉬움이 들었다.

우려스러웠던 점은 ‘비용’의 문제였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시간이나 돈과 같은 물리적 비용이 기존의 재판보다 많이 드는 것처럼 보였다. 이날 재판의 경우, 배심원 선정 과정이 지체되어 예정했던 것보다 40분이 넘어 시작되었다. 또한, 재판 과정의 중간 중간에 판사는 배심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세히 보충설명을 하여야 했는데, 이는 배심원들의 이해를 돕는 데에 충분한 듯 보였지만 시간은 그만큼 더욱 소요되어야 했다. 또한, 국민참여재판의 도입을 반대하는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배심원에게 주어지는 보수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국민참여재판

기대에 찬 마음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참관했지만, 재판을 참관한 후에는 기대감과 회의감이 상존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대감과 회의감의 혼재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하였다. 국민참여재판을 보고 난 후 빠진 고민은 여전히 국민참여재판이 희망적이라는 답으로 끝을 맺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주지하듯이 어떠한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비용의 지출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익은 ‘국민주권의 보장과 실현’이라 할 수 있으며, 비용은 시간이나 돈과 같은 비용들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우리의 주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장받고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더욱이 ‘사법’의 영역은 사회구성원들의 총체적 삶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여기에 드는 비용은 용인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견해이다.

한편, ‘유전무죄무전유죄’라 지칭되는 법조계에 대한 불신이나 전관예우 등 우리 법조계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시민들이 법정에 주체적으로 자리해 우리들의 목소리로 법을 적용할 수 있다면, 법조계가 직면한 문제의 상당 부분은 불식될 개연성이 크다. 법조계가 직면한 문제들의 상당수는 ‘법조계와 시민의 괴리’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전, 정치는 일부 지도층들의 목소리만이 반영된 ‘그들의’ 것이었다. 그러나 1987년 우리는 ‘정치의 민주화’를 일구어냈고, 시민의 목소리를 정치 영역에 담아냈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에 반해 사법 영역은 여전히 ‘그들의’ 것으로 남아있는 듯이 보인다. 허나 이제 사법 영역에서도, 20년 전 정치 영역에서처럼 ‘민주화’를 일구어내고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풍경을 보는 것이 나의 오랜 열망이다. 국민참여재판을 보면서, 국민참여재판이 그러한 열망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열쇠인 듯 느껴져 감개무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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