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9-02-17   2423

‘예비시험’은 부결된 변호사시험법안의 대안이 아니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법의 혼란은 ‘총입학정원’에서 비롯된 것

‘예비시험 제도’ 도입은 로스쿨 제도만 흔들어버릴 것



지난 주 정부의 변호사시험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이런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정부의 변호사시험법안(이하 정부안)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정부안은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자칫 로스쿨을 제2의 고시학원으로 전락시키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대안으로 주장되고 있는 예비시험 제도도 단호하게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 역시 로스쿨 도입을 통해 추진해온 법률가 양성시스템의 개혁 방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용이 많은 드는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변호사가 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기본틀을 흔드는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해서 해결될 것이 아니다.

학력 제한이 없는 사법시험의 폐해를 수십 년 동안 겪은 끝에 그 폐해를 없애자고 도입한 것이 로스쿨이다. 또 다시 ‘시험’ 때문에 국가적 인력낭비를 초래한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게다가 예비시험제도는, 그것을 도입한 일본에서도,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새로운 방향과 충돌하는 제도이다’라거나 ‘로스쿨에서 교육을 받은 것과 같은 정도의 학식과 소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시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는 심각한 비판에 직면해있는 제도이다.
   

문제의 원인은 총입학정원이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법조 기득권 지키기 장벽’을 도입한 데서 출발한다. 로스쿨의 총입학정원을 한 해에 2,000명으로 정해 그 이상은 절대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 때문에 대학들이 과열유치경쟁에 나섰고, 설치인가기준이 미국이나 일본의 기준보다도 훨씬 높아졌고, 그 결과 수업료마저 25개 로스쿨 모두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총입학정원을 폐지하고, 설치인가 기준을 낮추면 로스쿨의 숫자와 종류도 다양해진다. 법률가가 되고자하는 이들이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그뿐 아니라 야간 로스쿨 등 다양한 형태의 로스쿨을 도입하게 되면 로스쿨의 문은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이미 약속한 로스쿨 학생들에 대한 대여금 제도와 변호사자격 취득 후 일정 기간 동안 공익변호사로 근무하게 하는 공익변호사제도를 결합하게 되면,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금보다 더 높일 수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과연 학력제한이 없는 사법시험제도 아래에서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었는가? 사법연수원 입소 평균 연령이 만 30세에 가까우니, 그 때까지 생활비, 책 값, 학원비 걱정 없이 시험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미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모든 로스쿨은 그 정원의 5% 이상을 반드시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 중에서 학생을 선발하여 지원하도록 되었다. 그래서 그 학생들은 사법시험제도 아래에서는 꿈꿀 수 없었던 법률가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어느 쪽이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을 더 배려하는 제도인가?
   

구조적인 문제와 해결방안에 눈감은 채, 감정적인 제도 허물기를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은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틀 속에서 배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잘 배려할 수 있다.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을 내세워 ‘교육을 통한 양성’의 틀을 허물어뜨리는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로스쿨을 실패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될 뿐,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도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는 정부안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제거하라. ‘교육을 통한 양성’을 전제로 하는 변호사시험은 ‘시험을 통한 선발’을 전제로 하는 사법시험보다 훨씬 더 가벼운 시험이 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로스쿨에서는 시험 부담 없이 다양하고 심도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동시에 국회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총입학정원제도를 폐지하고, 야간로스쿨 등 다양한 로스쿨이 설치될 수 있게 하고, 공익 변호사제도와 결합된 경제적 지원방안을 도입함으로써, 원하는 국민 누구나가 ‘교육을 통한 양성’과정을 거쳐 우수한 법률가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는 시험을 볼 기회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받을 기회를 넓히는 방식일 때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총입학정원 규제를 폐지하고 공익 변호사 제도와 결합한 경제적 지원 방안은 법률가가 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넓히는 유력한 방안이다.

예비시험이라는 실효성없는 편법을 동원하여 어렵게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흔들 것이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을 진정한 로스쿨로 만들어 법률가양성제도의 개혁을 이루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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