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7-10-21   1628

청와대의 ‘적반하장’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로스쿨 총입학정원 논의과정 왜곡한 19일 청와대 브리핑

총입학정원 논의과정을 모르는 것 시민단체가 아니라 청와대이다

1.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입학정원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처신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지난 17일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2009년에 1,500명으로 시작해서 2013년에 2,000명까지 늘리겠다’는 교육주체와 시민의 목소리는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법조의 논리만을 담은 보고를 했다가, 국회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은 끝에 26일에 다시 보고하기로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8일에는 26일 보고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교육부가 하루 종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마침내 19일 오후에는 청와대가 천호선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명백하게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했다.

참여연대는 청와대가 로스쿨 총입학과정에 대한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등의 논의과정과 그 결과를 왜곡하면서까지 법률가 배출 숫자를 최대한 억제하고자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스스로 ‘사법개혁’의 성과라고 자랑했던 로스쿨 제도를 시작도 하기 전에 파행으로 몰아가는데 청와대가 나서기로 작정한 것인가?

2. 19일 오후의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교육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한 전날의 브리핑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함으로써, 법률상 총입학정원을 “미리 보고”받게 되어 있는 국회 교육위원회가 교육부의 보고에 반대했음에도 그러한 국회의 의사에 상관없이 정부의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그 입장의 근거로서, 교육부의 보고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에서 “각계각층의 대표가 모여서 합의한 1,200명 내지 1,300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로 시작하고 2013년까지 2,000명으로 늘린다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또한 청와대는 “사개위”의 건의문에서 “다수의견”으로 “초기 시행단계에서는 시행 당시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하여 정원을 정한다”라고 한 것은 “1,000명에서 1,200명, 1,300명 정도가 이 합의 과정에서 내용적으로 합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교육부의 보고는 그 점에서 “합리적인 안”이니 “시민단체에서 이런 부분들을 좀 다시 한 번 되짚어”보라고 주문했다.

3. 그러나 이같은 청와대의 주장은 사법개혁위원회 및 그 이후 논의과정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다.

우선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 건의문의 다수의견은 결코 “1,000명에서 1,200명, 1,300명 정도가 내용적으로 합의”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따라서 사개위에서 “1,200명 내지 1,300명”에 “각계각층의 대표가 모여서 합의”했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사개위 건의문의 다수의견과 관련한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다.

○ 2004년 9월 6일 대법원이, 회의 자료를 사전에 배포하던 이전의 관례를 깨고, 사개위 제19차 회의 석상에서 「법조인 양성 및 선발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으며, 그 속에서 한국의 로스쿨 논의 역사상 처음으로, 그리고 아마도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로스쿨의 ‘총입학정원’이라는 제도가 등장함

○ 2004년 10월 4일 제21차 회의에서는 「‘법조인 양성 및 선발’ 제도 최종안」이 배포되어 “법학전문대학원의 총 입학정원은 법조인력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하여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되, 초기 시행단계에서는 시행 당시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정원을 정함”이라는 내용이 ‘대법원 원안’으로서 제시됨

○ 동시에 제21차 회의에서는 법학교수인 위원 3인에 의해 「법조인 양성 및 선발제도 최종안에 대한 수정의견」이 배포되어, 위 대법원 원안 중 후단 부분이 삭제된 “법학전문대학원의 총 입학정원은 법조인력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하여 적정 수준으로 유지함”이라는 내용이 ‘수정안’으로서 제시됨

이 수정안의 제안 이유는, “과학적 자료”도 전혀 없이 시행 당시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정원을 정하는 것은 “근거가 너무 약”하므로 대법원 원안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으며, “본격적으로 수급상황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여러 시민 사회의 의견을 듣고, 공급자의 입장도 듣고 해서, 적정 수준에 대한 본격적 토론을” 할 여지를 남겨 놓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수정안과 같이 제안한다는 것이었음

○ 21차 회의에서는 우선 수정안에 대해 표결이 이루어졌으며, 수정안은 참석 위원 16명 중 7명의 찬성을 얻었음. 그런데 그 직후 조준희 사개위 위원장이 대법원 원안에 대한 표결을 하지도 않은 채 “그러면 나머지는 원안에 찬동하는 것으로 보아서 대법원 원안을 다수의견으로, 오늘 수정안을 소수의견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결의가 되었습니다”라고 선언해버림

○ 그 결과 2004년 12월 31일에 발간된 사개위의 「사법개혁을 위한 건의문」에는 위의 ‘대법원 원안’이 다수의견으로 ‘수정안’이 소수의견으로 병기가 됨. 이것은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다수의견이 출석위원 2/3 이상의 찬성에 이르지 못한 때에는 다수의견과 차순위 소수의견을 함께 건의안으로 채택한다”라는 사개위의 규칙에 따른 것이었음

○ 위의 제21차 회의 표결에서 수정안에 찬성한 위원은 법학교수 3명과 여성계 대표를 포함한 시민단체 대표 2명, 그리고 언론계 대표 2명이었다. 또한 대법원 원안에 “찬동하는 것으로” 간주된 “나머지” 9명의 위원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하여 모두가 판사, 검사, 변호사였다.

이같은 사실관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개위에서는 “초기 시행단계에서는 시행 당시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정원을 정함”이라고 하는 대법원의 제안에 대해 학계, 시민단체, 언론계를 대표하는 위원들은 모두 반대했으며, 오로지 법조 위원만이 찬성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기껏해야 판사, 검사, 변호사의 합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사개위의 자료 어디에도 “1,200명 내지 1,300명”이라는 숫자는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사개위에서 “1,200명 내지 1,300명”에 “각계각층의 대표가 모여서 합의”했다고 하는 청와대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4. 다음으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서도 “1,200명 내지 1,300명”에 “각계각층의 대표가 모여서 합의”한 사실이 없다.

대법원장 산하에 설치된 사개위의 활동이 2004년 말로 종료하고 그 직후부터 2006년말까지 구체적인 법률안 마련을 위해 대통령 산하로 구성된 것이 사개추위이다. 사개추위 기획추진단이 마련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에서도, 그 「법률안」을 심의・의결한 실무위원회 제4차 회의(2005.5.9) 및 본위원회 제3차 회의(2005.5.16)의 회의록에서도 그런 합의는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위의 「법률안」에서는, 사개위 건의문 중 다른 항목의 다수의견은 모두 반영된 데 반해, 총입학정원에 관해서만 다수의견의 “초기 시행단계에서는 시행 당시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정원을 정함”이라는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 대신 다수의견과 대립관계에 있었던 소수의견이 반영되어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 및 법조인의 수급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법학전문대학원의 총 입학정원을 정한다”라고만 규정되었다.

사개추위의 실무위원회와 본위원회 어디에서도 사개위의 ‘다수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나, 그것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었다.

요컨대 사개추위에서는 사개위의 다수의견이 아니라 그 소수의견이 「법률안」에 반영되고 사개위 다수의견은 폐기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사개추위에서 “1,200명 내지 1,300명”에 “각계각층의 대표가 모여서 합의”했다고 하는 청와대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인 것이다.

5. 게다가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는, 사개추위를 거치면서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 및 법조인의 수급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한다고만 「법률안」에 규정된 총입학정원에 대해, 청와대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중요한 수정이 이루어졌다.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주로 문제가 된 것은, “총 정원을 이렇게 법에다가 정하는 방식을 두는 게 인가주의보다도 더 심한 규제”이며, 자칫 총입학정원이 작은 수로 결정되면 “법학교육 자체가 황폐화될 가능성이 높”아서 “정말 개혁의 취지가 무색하게 되고 오히려 개혁을 안 하느니만 못한 그런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총입학정원에 관한 조항은 한시적인 조항으로 하고 부칙에 “시작 시에는 2500에서 3000명 수준으로 총정원을 시작한다”라는 명문을 두자는 의견, 위원회의 결의안이나 속기록의 기록 형태로 “분명한 위원회의 입장을 남겨 두자는 광범위한 의견”등이 분출하였다. 이 같은 의견과 문제제기의 결과 그 의견들을 반영한 문구로서 국회가 최종 마련한 로스쿨법(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미리 보고하여야 한다”라는 부분이 추가되었다(「제258회 국회 교육위원회회의록(법안심사소위원회)」 제3・6호, 2006.2.21/3.20 ; 「제259회국회 교육위원회회의록(법안심사소위원회)」 제1호, 2006.4.17 참조).

이러한 입법의 경과에 비추어 볼 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국회 보고의 근거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미리 보고하여야 한다”라는 조문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일방적으로 총입학정원을 정해 국회에 통보하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라, 국회가 “개혁의 취지”에 맞게 총입학정원이 정해질 수 있도록 보고절차를 통해 관여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6. 요컨대, 사개위로부터 국회에 이르는 논의과정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 사개위와 사개추위에서 총입학정원을 “1,200명 내지 1,300명”으로 하기로 “각계각층의 대표가 모여서 합의”했다고 하는 청와대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그 거짓을 전제로 교육부의 보고가 “합리적인 안”이라고 하는 주장 역시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국회는 당연히 그 잘못을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의 말처럼 “다시 한번 되짚어” 이와 같은 사실들을 확인해야 하는 주체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바로 청와대이다. 한마디로 적반하장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위 국회의원들은 물론이고, 법학교수들과 대학총장들, 시민단체와 언론까지 한 목소리로 교육부의 보고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도, 오직 법조와 정부만이 “합리적인 안”이라고 강변함으로써 초래되고 있는 이 국가적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름 아닌 국회가 공청회 등을 주최하여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내는 일에 당장 나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법률의 요청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총입학정원이 위헌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으며, 총입학정원이 최소한이나마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설치인가기준을 먼저 확정하고, 대학들로부터 인가 신청을 받아, 기준을 충족한 대학의 수용가능인원을 확인한 다음, 그것을 토대로 총입학정원을 정해야 한다고 거듭 밝혀왔다.

정부는 그러한 합리적인 근거에 기초해서 보고를 해야 할 것이며, 국회는 그러한 합리적인 근거가 확보된 뒤에만 보고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끝.

사법감시센터



JWe200710210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