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1-01-05   3400

[2010/11/22 국민참여재판 방청기2] 신천고 1학년 학생의 이야기



이 글은 2010년 11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7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참가자의 방청기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함께해요 국민참여재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배심제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배심원이 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옆에서 지켜본 방청자들의 겸험을 통해 여러분도 함께 배심원단이 되는 간접체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소중한 방청기를 써준 주고은 님께 감사드립니다.




신천고등학교 1학년 주고은

어제는 참여연대에서 주관하는 ‘국민 참여 재판’에 참가했다. 사실 나는 이번에 사회선생님께서 말해주시기 전까지 이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다. 학교에서 주최하여 선생님과 몇몇 친구들과 함께하는 가벼운 참여활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재판당일 전에 사전공부를 하고 선생님 말씀도 들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가벼운 참여활동이 아니었다. 사전공부시간에 활동하러 같이 갈 친구들과 법에 대한 사견도 들어보고 안내서등을 읽어보니 조금 어떤 활동이라는 감이 대충은 왔지만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2010년 11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있었던 국민참여재판에 참여연대와 함께 방청한 참가자들


드디어 당일 아침, 잠이 덜 깬 눈에 졸음을 가득 담고 버스를 탔다. 창문을 열고 솔솔 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졸음을 다 쫓았다. 도착정류장에 도착할 쯤에 오늘 진짜 재판을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같이 갈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난 후에 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했다.
 
법원은 크고 높았다. 바로 영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재판을 내가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빨리 들어가고 싶었다. 서관으로 들어간 후에 참여재판 관람 전에 국민 참여 재판을 제안하시고 주관하시며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참여연대 소속의 두 선생님들과 우리와 같이 이 활동에 같이 참여하실 분들을 만나기 위해 소규모의 재판정으로 향했다.

법원은 크고 높았다
 
처음 들어간 소규모 재판정은 정말 신기하고 좌석의 배치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바로 그 곳’ 이였다. 막상 재판장에 들어가니 한 시간 후에 참관하게 될 재판장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두근거렸다. 처음엔 서로의 간단한 자기소개로 시작했고 참여연대 선생님께서 국민 참여 재판의 개념, 의의, 의도 등을 설명해주셨다. 설명서와 직접 앞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선생님의 말씀까지 듣고 나니 어느 정도 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되었다. 설명이 끝나고도 배심원 선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원래 정해진 시간보다 약간 늦은 시간에 법정에 입실했다.

처음 발을 들이고 가장 눈에 띤 곳은 높은 천장이었다. 마치 성당의 성전 같았다. 조금 위축되기도 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목에 힘줄을 세우며 열띤 공방을 펼치는 검사나 변호사를 상상하며 어떤 재판이 진행될지 정말 궁금하였다. 검사, 변호사, 판사, 배심원, 속기사, 피고인, 국민 참여 재판 참여자들까지 착석한 상태에서 재판진행을 도와주시는 분께서 일어서라는 말과 함께 재판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내가 기대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열띤 공방은 ‘전혀’ 없었다. 사건의 자체도 범죄혐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도 아니었고 국민 참여 재판이었기 때문에 검사나 변호사도 자제하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내가 상상하던 목에 힘줄세우는 흥미진진한 그런 재판이 아니었다. 실망감과 급격히 밀려오는 졸음에 오전에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끝났다. 점심식사를 가진 후 잠시의 휴식시간을 갖은 후에 재판 전에 모였던 소규모 재판정에 다시 모여서 오전재판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고 질문에 응답하며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상상했던 재판은 아니었다

2시쯤에 오후 재판이 시작 되었다. 오후 재판엔 참여연대 선생님과 사회선생님의 말씀대로 사건의 시나리오가 아닌 사건의 논점, 재판 진행 중에 변호사, 검사, 판사, 배심원들의 역할과 태도 등을 관찰하는 데 유의하며 재판을 지켜보았다. 평소생각과 긍정적인 면으로 달랐던 판사님의 정말 친절하고 부드럽고 세밀한 진행아래 재판장은 엄숙하고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재판을 보며 재판장 이라는 공간은 시장보다 시끄럽고 어떠한 시험장보다 머리를 많이 쓰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판사가 설명하는 동안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필기하고 각자 다른 곳을 지켜보는 배심원, 고뇌하는 피고인 그리고 서로 상의하는 검사들] 또 [검사가 사건을 설명하거나 발언하는 중간에 각자 다른 곳에 시선을 두는 재판 참관자들과 배심원들 그리고 서로 말을 주고받는 피고인과 변호사들] 또 [증인심문시간 동안 같은 질문에도 서로 다른 의도를 녹여내어 무수한 질문을 하는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대답하는 증인, 이들을 지켜보는 법정 안의 사람들의 시선들] 이들은 각자 같은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저마다의 시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증인심문을 끝으로 우리는 중간에 재판장을 빠져나와 소재판정으로 향했다.

다시 온 소 재판장에서 난 두 번째에 졸음 가득담은 눈을 껌뻑이며 잔뜩 배부른 상태로 들어선 때와는 전혀 다른 상태였다. 난 두 번째와 달리 논점이었던 ‘과연 어느 책에도 기준이 서술되어 있지 않은 상습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 이 피고인을 가중 처벌 할 수 있는가’도 이해하였고 나 나름의 결론도 도출해내었으며 여러 가지 법에 대한 다른 시각과 궁금증도 갖게 되었다. 끝으로 참여연대 선생님과 다른 참여자분들과 오늘 체험한 국민 참여 재판제도에 대한 느낌과 재판 참관 소감 나누었다. 국민 참여 재판을 비록 한번이지만 직접 참여하니 우리 곁에 누군가 국민에게 우리가 보는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들은 누가 누구를 재판하는지, 형사소송법의 민주적 진행은 잘 되고 있는지 알리려고 하는 분들이 계셔서 참 다행이고 고맙다고 느꼈다.

조용하지만 시장보다 시끄럽고, 시험장보다 머리를 쓰는 곳

늦은 저녁은 아니었지만 겨울이여서 그런지 밖은 매우 깜깜했다. 서관을 빠져나와 기대감과 설렘에 부풀어 들어온 그길 그대로를 걸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걷는 길은 같았지만 나의 마음은 달랐다. 법원에 대한, 법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달랐다. 친구들과 아무생각 없이 행복하게 기념사진을 찍은 법원의 높은 계단을 뒤돌아서서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피고인이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주민번호 직접 자기 입으로 말하던 모습이 각진 계단을 넘지 못하고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가족의 교화 노력 의지 부족을 강조하던 검사의 질문에 모든 대답을 마치고 잔뜩 붉은 얼굴로 재판장을 나서던 증인(피고인의 형)의 모습이 계단 틈에 쿡 박혀있었으며 아직은 판사의 책상보다 낮은 증인석과 배심원석이 간신히 계단에 걸쳐져 있었다. 

사진촬영을 끝내고 친구들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재판장에 마치 아직 미처 다 짜지 못한 목도리에 덩그러니 바늘만 꽂아둔 채  남기고 온 느낌이었다. 아쉬움이었을까? 재판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니면,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누군가가 쉬이 오르기엔 너무 버거운 높고 각진 계단이 그곳에 서 있었기 때문일까.


>>신천고 이아란 선생님의 방청기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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